어부지리는 나의 힘
문재인 대통령이 분할통치 즉 갈라치기의 대가임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이다. 영어권 국가들에서 “Divide and Rule”로 불리는 갈라치기는 적들끼리 또는 피치자들끼리 서로 싸우도록 교묘하게 유도해 상대방의 힘을 빼놓은 다음 특정 집단이나 특정 정권이 손쉽게 어부지리를 취하는 전략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영세자영업자와 그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들끼리 서로 싸우도록 몰아감으로써 문재인 정권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은폐하려는 책략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갈등을 의도적으로 부추겨 부동산 가격의 폭등 원인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기조에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만들려는 권모술수도 그 본질은 분할지배 즉 각개격파인 것이다.
습관이 쌓이면 본능이 되고, 본능이 지속돼 운명이 된다. 문재인 정권의 집요한 갈라치기 책동은 전공의들의 파업에 대처하는 데에서도 여지없이 동원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간호사들만 고생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노골적으로 풍기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대놓고 올린 것이다. 그러나 방역 작업에 투입된 의료 인력의 실제 숫자는 의사들이 간호사와 비교해 더 많다는 반론이 즉각 제기되면서 명색이 일국의 대통령이 앞장서서 가짜 뉴스(Fake News)를 졸렬하게 퍼뜨리는 모양새가 머쓱하게 되고 말았다.
싸움 붙이기는 무능한 정권의 필살기
갈라치기는 일단은 편하다. 제도를 혁신하고 문화를 바꿔나가는 일은 머리도 아프거니와 무엇보다도 실력과 내공이 요구되는 까닭에서이다. 제도를 혁신하고 문화를 바꿔나갈 기본적인 실력과 내공이 부족할 경우 십중팔구 갈라치기에 의존하게 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검찰개혁은 남자 검사와 여자 검사를 싸움 붙이면 된다. 문재인 정권 들어와 유달리 극성스럽게 설쳐대는 몇몇 친정부 성향의 여검사들이 이러한 갈라치기의 선봉에 서왔다. 종교개혁? 가톨릭을 편들어 개신교와 다투도록 이끌면 된다. 건설개혁? 시공자와 시공사를 싸움 붙이면 된다. 양성평등 실현? 남자와 여자가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된다. 식품안전? 영양사와 조리사를 싸움 붙이면 된다. 정부가 간을 보고 있는 대중교통 노인 무료승차 연령의 상향조정에도 특단의 비책이 있다. 청년들과 노인들을 싸움 붙인 후 정부는 유유히 강 건너 불구경만 하면 된다.
한마디로, 한반도 남쪽을 만인에 대한 만인의 살벌한 전쟁터로 확실하게 만들어놔야만 문재인 정권의 정권 재창출도, 무능부패한 586 세대의 기득권 유지도, 시민단체에 의한 시민단체를 위한 시민단체의 나라 건설도 가능하다.
문재인식 갈라치기의 응용범위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조종사가 파업하면 스튜어디스 편들면 되고, 요리사가 파업하면 홀에서 서빙 하는 알바들 편들면 되며, 프로야구 선수들이 파업하면 치어리더 편들면 된다. 프로그래머들이 파업하면 기획자나 디자이너 편드는 걸로 대처하면 그만이다. 안마사들이 파업하면 ‘동네 약손 할머니들’을 응원하는 작전으로 단숨에 파업 종식시킨다.
생각해보니 동물복지에 관련된 사안도 갈라치기가 될 수 있는 분야다. 물론 사람과 동물을 갈라치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에 개를 기르는 애견인들과 고양이를 키우는 애묘인들을 갈라치기할 수는 있다.
다시 의료계로 돌아가 의사에 뒤이어 만약에 간호사마저 파업하면? 그때는 간병인을 편들면 된다. 간병인들이 업무를 거부하면? 환자를 편들면 된다. 환자들 가운데에는 전광훈 목사나 차명진 전 의원, 극우 유튜버 신혜식 씨 같은 몹쓸 사람들도 더러 포함될 수가 있겠지만 그렇게 구체적으로 디테일 꼼꼼히 따지면 절대로 사용할 수 없는 정치공학 기법이 다름 아닌 갈라치기, 곧 분할통치이다.
갈라치기 카드에도 한도가 있다
그런데 갈라치기에는 결정적 한계이자 치명적 한계가 동반되기 마련이다. 갈라치기는 근본적으로 돌려막기이다. 신용카드처럼 결국에는 이용한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대책 없이 마구 긁어대면 아무리 부지런히 돌려막기를 해도 마침에 카드가 구멍이 나듯, 갈라치기를 ‘아몰랑’ 계속하면 더 이상 갈라치기할 대상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이와 같은 절망적인 한계상황을 국어사전에서는 ‘끝장’ 내지 ‘종말’이라고 표현한다.
게다가 갈라치기 한답시고 편을 들어준 쪽에서 별로 내키지 않아하는 기색을 보이면 되레 나만 무안해진다. 당장에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뜬금없는 극찬을 받은 간호사들이 별로 달갑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은가?
왜냐? 남조선 사회에서 간호사는 의사 못잖은 엘리트 집단이다. 머리들도 엄청 좋을뿐더러 자신들의 직업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역시 남다르다. 그러니 간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의사와 간호사들을 치졸하게 이간질하려 시도한다는 의심을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있겠는가? 속된 말로 고스톱 쳐서 정식 간호사 자격증 취득한 나이롱 간호사가 아닌 바에야 “간호사 좋아서 간호사 칭찬하나? 의사가 싫어서 간호사 칭찬하지”라는 냉소적 반응을 문재인 정권을 향해 내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의 갈라치기 중독증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필자가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습관이 쌓이면 본능이 되고, 본능이 지속돼 운명이 되는데, 현재 문재인 정권의 고질적인 편 나누기 경향은 습관의 1단계를 지나, 본능의 2단계를 넘어, 운명의 3단계에 이르기 직전인 2.5 단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필자는 벌써 오래전에 문재인 정권에 의해 갈라치기를 당한 집단에 속한다. 그땐 참 외롭고 허전했는데,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간절히 염원할 정도로 대한민국 땅이 문재인 정권의 갈라치기의 희생자로 어느새 미어터질 지경이다. 타자를 격리하고 배제하기를 편집증적으로 즐겨온 문재인 정권 스스로가 시나브로 격리되고 배제당할 참이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성경 속 예수님 말씀을 새삼스럽게 곱씹게 되는 무척이나 하수상한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