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투데이=안정훈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미래통합당이 ‘연쇄 막말’로 시름하고 있다. 2020년 3월 기준 295만 명이 거주하는 인천을 ‘촌구석’이라고 비유하고, 30대와 40대에게 ‘무지하다’고 했으며, 급기야는 세월호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을 도발하기까지 했다.
미래통합당은 총선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부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등 중진들을 연이어 컷오프 시켰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정병국, 유승민 의원 등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모든 건 보수의 쇄신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졌다.
중진들을 물러나게 하고, 물러나지 않는 이를 과감히 잘라낸 결과는 ‘막말’이었다. 세 명의 총선 후보자들이 ‘연쇄 막말’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정승연 인천 연수갑 후보는 선거 지원 유세를 온 유승민 의원에게 “인천 촌구석까지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김대호 서울 관악구갑 후보는 서울지역 현장 선거대책회의에서 “30대와 40대는 논리가 없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해 비판받았다.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는 세월호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며 ‘○○○사건’이라는 말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선거기간에 후보를 제명하는 강수를 뒀다. 그런데 이번엔 처벌 수위가 문제가 됐다.
통합당 윤리위원회는 차 후보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의결했다. ‘탈당 권유’는 후보자가 10일 내로 스스로 탈당하지 않을 경우 제명 처리하는 징계다. 차 후보가 탈당하든, 하지 않든 미래통합당의 분홍 점퍼를 벗는 건 기정사실이 된 셈이다.
차 후보의 처벌이 논란이 된 까닭은 그가 총선을 ‘미래통합당 후보’로 완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징계를 받은 직후 SNS를 통해 “선거완주를 할 수 있게 됐다. 윤리위원회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기뻐했다.
이후 차 후보는 자신의 SNS와 유세활동을 통해 막말을 거듭했다. 그는 지난 11일 유세활동 도중 “당장 세월호 텐트의 진실, 검은 진실, ○○○ 여부를 밝혀라”라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했다. 통합당의 어정쩡한 처벌이 막말의 수위만 높였다.
뒤늦게 그를 제명했지만, 선거는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사전투표로 차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의 표는 종이쪼가리가 됐다. 부천시의 선거용지에는 무의미한 공백만 추가됐다. 통합당은 유권자들에게 실망만 안겨주고야 말았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막말로 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의 ‘이부망천’ 사건이다. 당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혼 한 번 하거나 직장을 잃으면 저 부천 정도 간다. 부천 있다가 또 살기 어려워지면 그럼 저기 인천 중구나 남구 이런 쪽에 간다”고 말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이부망천’ 사건은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지방선거 참패로 이끌었다. 유정복 당시 자유한국당 인천시장 후보는 박남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에게 22.3%p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패배했다. 강화군을 제외한 인천시의 모든 기초자치단체장도 민주당이 차지했다.
이후 고작 2년이다. 막말로 참패를 겪었던 정당이 신당을 창당하고, 보수를 통합한 끝에 이룩한 것은 더욱 새롭고 신선한 막말이었다. 통합당은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막말’이라는 핸디캡을 짊어진 채로 총선에 임한다. 2년 전의 패배에서 얻은 교훈은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