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7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DSR과 같은 과잉대출 방지대책을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가계부채를 활용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폭증하지 않는 수준으로 경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는 25일 오후 2시 참여연대 2층 아카데미홀에서 ‘과잉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정책 모색 토론회’를 주최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9월 금융안정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민간신용 명목은 국내총생산(GDP)의 206.2%로 집계됐다. 가계·기업의 빚이 GDP의 2배를 넘는다는 의미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중 가계부채는 2분기 말 기준 1637조 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2%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신용대출 포함)이 각각 6.4%, 3.9% 늘었다.
오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지금 과도한 가계부채를 줄이지 못한다면 향후 우리나라 경제 위기를 촉발할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오늘 전문가들께서 좋은 해법을 모색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DSR과 같은 과잉대출 방지대책, 전면적으로 도입돼야”
민변 전 부회장 김남근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과잉대출 방지대책으로 DSR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찬성한다"면서도 "세대 간, 직종 간 대출 규모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의미하는 DSR은 대출 심사 시 차주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하는 지표다. LTV는 주택 가치를 기준으로 대출 금액을 정한다면 DSR은 차주의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할부, 학자금 대출,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 부담을 반영해 규모를 산출한다.
권호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주택담보대출에 있어서 갚을 수 있는 능력만큼만 빌릴 수 있는 기준 없이 LTV를 지표로 실행하다 보니 주택이 거품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금지, 법인 투기 금지 등의 대책은 의미 있다고 평가할 여지는 있지만, DSR과 같은 과잉대출 방지대책이 전면적으로 도입되어야 집값 안정의 목표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동훈 금융위원회 정책금융과장은 “이번 정부 들어서 LTV 비율 관점에서 접근하다가 원천적 금지로 변화했다”면서 “DSR 비율 조정보다 오히려 더 강한 방식의 규제가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강력한 DSR을 바탕으로 한 규제에 대해선 찬성”이라면서도 “소득 증빙을 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세대 간, 직종 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정책당국 입장에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활용해 경기 부양하고자 하는 인식 전환해야”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부동산을 자산이 아닌 재화로 취급해야 한다”면서 “가계부채를 활용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동훈 금융위 과장은 “다른 요소도 고려해서 (가계부채를) 조정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서 이사는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으로 형성돼 있다. 시장은 부동산을 재화가 아닌 투자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가 집을 자산이 아닌 재화로 취급하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투자하는 행위를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개인사업자 대출과 전세보증금 등도 가계부채에서 제외하고 계산한다. 부채의 증가율이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고, 정부도 느슨하게 판단한다. 이는 정부의 경기 부양에 대한 욕심에서 비롯된다”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에서 한국만 가계부채를 활용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동훈 금융위 과장은 “정부가 가계 대출 관련 대책을 수립할 땐 다른 요소도 고려해서 조정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폭증하지 않는 수준으로 경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는 코로나 위기를 맞이해 금리를 낮추고 돈을 쓰게 하는 것이 전 세계적 대응 기조”라며 “신용대출을 보면 유동성에 따라 기업은 11%, 가계는 6% 증가했다. 기업에서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