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설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할머니가 본인이 위안부 피해자임을 가족 등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 운영진이 신상을 공개한 행위는 인권침해라는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윈원회(인권위)는 "나눔의 집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사실들을 확인했다"면서 "법인 이사장에게 나눔의 집에 대해 기관경고 할 것과 신상 비공개를 요청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유족과 협의해 조치할 것, 전임 운영진들에게 인권위가 주관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할 것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나눔의 집에서는 할머니들에게 쓰여야 할 후원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후원금 유용' 의혹과 비공개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할머니의 신상을 공개하고 적절한 의료조치와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등 폭로가 나온 바 있다.
당시 나눔의 집 내부 공익제보자는 전임 운영진들이 ▲피해 할머니가 넘어져 얼굴에 피를 흘리고 있음에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 ▲건물 증축 공사를 이유로 할머니들의 동의 없이 소지품 정리 ▲피해 할머니를 두고 "버릇이 나빠진다", "버릇을 망쳐놓았다"고 발언 등을 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전임 운영진인 소장과 사무국장은 인권위에 '진정인의 주장들의 사실관계가 과장·왜곡돼 있고, 본인들이 관리 책임을 다 했음에도 직원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관리자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인권위는 일부 인권침해 행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시설 직원들과 간병인·사회복무요원·자원봉사자·유가족 등의 진술을 청취하고 사진과 녹음기록, 현장조사 및 면담조사 결과를 종합해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인권위는 "신상 비공개를 요청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시설 측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해왔다는 점과 시설 증축공사 시 충분한 안내 없이 피해자들의 개인물품들이 이동돼 훼손됐다는 점, 전임 운영진이 피해자들을 지칭하며 '버릇이 나빠진다'와 같은 부당한 언행을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특수한 각자의 계기로 자신의 경험을 드러낸다는 것은 매우 공익적인 행위이지만, 본인의 경험이 알려질 경우 개인 및 가족들에게 미칠 피해를 염려하여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기를 원한다면 이는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라면서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및 명예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피해자가 관련 시설에 입소했다거나 관련법에 따라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달리 판단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해 할머니 동의 없이 증축 공사를 이유로 소지품을 함부로 이동·훼손시킨 행위에 대해서도 "시설의 관리주체라 하더라도 시설 입소노인들의 직접적인 생활영역에 대해서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며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또한 전임 사무국장이 직원들에게 피해 할머니를 두고 "버릇이 나빠진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인권위는 "표현 그 자체로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당시 운영진의 발언을 들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어이가 없다’거나 ‘당황스러웠다’, ‘화가 났다’ 등으로 반응하였다는 점 등에서 충분히 모욕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취지의 발언"이라며 인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