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위안부 피해자 동의 없이 신상 공개한 ‘나눔의 집’···인권위 “인권침해”
  • 이유진 기자
  • 등록 2020-10-20 14:17:56

기사수정
  • 할머니들에게 '버릇 나빠진다' 등 발언한 나눔의집 전임 운영진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설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할머니가 본인이 위안부 피해자임을 가족 등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 운영진이 신상을 공개한 행위는 인권침해라는 판단이 나왔다. (서남투데이 자료사진)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설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할머니가 본인이 위안부 피해자임을 가족 등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 운영진이 신상을 공개한 행위는 인권침해라는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윈원회(인권위)는 "나눔의 집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사실들을 확인했다"면서 "법인 이사장에게 나눔의 집에 대해 기관경고 할 것과 신상 비공개를 요청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유족과 협의해 조치할 것, 전임 운영진들에게 인권위가 주관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할 것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나눔의 집에서는 할머니들에게 쓰여야 할 후원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후원금 유용' 의혹과 비공개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할머니의 신상을 공개하고 적절한 의료조치와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등 폭로가 나온 바 있다.

 

당시 나눔의 집 내부 공익제보자는 전임 운영진들이 ▲피해 할머니가 넘어져 얼굴에 피를 흘리고 있음에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 ▲건물 증축 공사를 이유로 할머니들의 동의 없이 소지품 정리 ▲피해 할머니를 두고 "버릇이 나빠진다", "버릇을 망쳐놓았다"고 발언 등을 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전임 운영진인 소장과 사무국장은 인권위에 '진정인의 주장들의 사실관계가 과장·왜곡돼 있고, 본인들이 관리 책임을 다 했음에도 직원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관리자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인권위는 일부 인권침해 행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시설 직원들과 간병인·사회복무요원·자원봉사자·유가족 등의 진술을 청취하고 사진과 녹음기록, 현장조사 및 면담조사 결과를 종합해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인권위는 "신상 비공개를 요청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시설 측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해왔다는 점과 시설 증축공사 시 충분한 안내 없이 피해자들의 개인물품들이 이동돼 훼손됐다는 점, 전임 운영진이 피해자들을 지칭하며 '버릇이 나빠진다'와 같은 부당한 언행을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특수한 각자의 계기로 자신의 경험을 드러낸다는 것은 매우 공익적인 행위이지만, 본인의 경험이 알려질 경우 개인 및 가족들에게 미칠 피해를 염려하여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기를 원한다면 이는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라면서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및 명예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피해자가 관련 시설에 입소했다거나 관련법에 따라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달리 판단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해 할머니 동의 없이 증축 공사를 이유로 소지품을 함부로 이동·훼손시킨 행위에 대해서도 "시설의 관리주체라 하더라도 시설 입소노인들의 직접적인 생활영역에 대해서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며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또한 전임 사무국장이 직원들에게 피해 할머니를 두고 "버릇이 나빠진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인권위는 "표현 그 자체로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당시 운영진의 발언을 들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어이가 없다’거나 ‘당황스러웠다’, ‘화가 났다’ 등으로 반응하였다는 점 등에서 충분히 모욕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취지의 발언"이라며 인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미일 정상회의, 인도·태평양 안정과 번영 위한 협력 강화 윤석열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다각적 협력을 약속했다.11월 15일(현지시간) 페루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한 공동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조...
  2.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 유럽 본격 공략 삼성전자가 11월 14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전역에서 모인 인플루언서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비스포크 AI 콤보’를 소개했다.비스포크 AI 콤보의 유럽 출시에 맞춰 진행된 이번 행사는 15개국의 인플루언서와 미디어 60여 명이 참여했으며, 소비자의 일상을 개선하는 비스포크 AI 콤보의 특장점을 테마인 △공간 절약(Save Spac...
  3. 윤석열 대통령, APEC CEO 서밋에서 `연결, 혁신, 번영` 비전 제시 윤석열 대통령이 APEC CEO 서밋에서 `연결, 혁신, 번영`을 주제로 아태 지역 협력 방향을 제시하며,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아태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윤석열 대통령은 11월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 참석해,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세 가지 중점 과제인 ‘연결’(Connect), ‘혁신&r...
  4. 구립도화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 창업가 양성 프로젝트 ‘유쎄오’ 성료 구립도화청소년문화의집(관장 이진희)에서 운영하는 ‘2024년도 우수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된 청소년 창업 프로젝트 Youth CEO 프로젝트 ‘유쎄오’가 5월 25일(토) 첫 회기를 시작으로 10월 26일(토)까지 총 11회에 거쳐 20명의 창업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과 함께 진행했다.여성가족부(장관직무대행 신영숙)와 한국.
  5. 윤 대통령, 한일 정상회담서 "셔틀외교 지속… 협력 강화 합의" 윤석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 지속, 양국 협력 강화, 북한-러시아 군사협력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며 한일 관계 발전의 의지를 재확인했다.윤석열 대통령은 11월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약 50분간 진행된 이번 회담은 APEC 정상회의 참석 중 ...
  6. 청년 예술인들의 무대, ‘청년 교육단원 예술축제 주간’ 개최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예술단체와 함께 11월 16일부터 24일까지 ‘청년 교육단원 예술축제 주간’을 개최, 연극·음악·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청년교육단원 최종발표회 연극 `죠죠`를 관람하고 출연진과 함께 간담회를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예술단.
  7. 한국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 `교통사고 줄이기 한마음대회` 개최 한국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본부장 권기환)는 교통안전 의식 제고와 선진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2024 교통사고 줄이기 한마음대회`를 21일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대강당에서 개최했다.경기남·북부경찰청이 주관하고,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김호승 경기북부경찰청장, 이상로 경기도북부자치경찰위원장 등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