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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③, “제3지대 흥망사를 쓰고 싶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10-26 15: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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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야권연대에 신중히 접근할 것으로 보여
‘안철수 현상’의 소멸과 2016년 2월에 창당된 1기 국민의당의 붕괴는 동전의 양면관계였다. 정치인 안철수의 쇠락을 곧바로 뒤이은 국민의당의 사실상의 해체는 우리나라 정치에서의 미래지향적인 신성장 동력의 고갈을 의미했다.

국민의당의 붕괴 후 집권여당과 제1야당은 누가 더 시대착오적인지를 서로 경쟁하는 것 같은 양상이었다. 박근혜 정권이 한국을 박정희 군사독재 시대로 돌렸다가 파국을 맞이했다면, 문재인 정권은 남한의 사회 분위기를 암울하고 경직된 조선 후기의 노론집권 시대로 부지런히 되돌리는 중이다. 박근혜 정권의 과거 퇴행이 정권만의 파멸에 그쳤다면, 문재인 정권의 무모한 역주행은 정권 자체는 물론이고 국가 전체의 파탄마저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진영 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지역구 당협위원장은 본인이 국민의당의 실패와 무관하지 않음을 굳이 숨기려 들지 않았다. 그는 언제가는 다시 시동을 걸 제3당 실험을 위해 ‘제3지대 흥망사’를 집필하고 싶다는 소망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안철수 대표, 민주당에게 제대로 이용당해


장진영 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 경험이 안철수 대표에 준 트라우마를 언급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장진영(이하 장)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14년 3월, 민주당과 전격적으로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다가 쓴맛을 크게 봤습니다. 안 대표는 그때 자신이 다른 정치세력에게 엄청나게 이용만 당했다고 생각할 듯합니다.

 

공희준(이하 공) : 안철수 대표도 민주당의 인력과 조직을 활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정치적 관계는 상호작용을 전제합니다. 일방적으로 이용하기도 무척 힘들지만, 일방적으로 이용만 당하는 경우도 대단히 드뭅니다.

 

장 : 누가 더 많은 이득을 얻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자면 더불어민주당이 더 많은 소득을 얻었습니다. 왜냐면 결국에 쫓겨나다시피 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쪽은 안철수 대표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말미암아 안철수 대표는 참신하고 깔끔했던 이미지가 적잖이 소진됐습니다. 정치적 자산의 상당 부분을 상실했습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에서 쏠쏠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공 : 안철수를 불쏘시개 삼아 결국에는 정권까지 잡았습니다.

 

장 : 안철수 대표가 민주당과 제휴한 이후에 시계열적으로 전개된 상황을 전반적으로 감안하면 안 대표가 이용을 당한 측면이 짙습니다. 저는 그와 같은 쓰라린 경험이 바탕에 깔려 있는 까닭에 안철수 대표가 이번에는 굉장히 신중한 태도로 다른 정당과의 협력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 : 선거연대와 합당 모두에 발휘되는 조심성인가요?

 

장 : 두 가지 사례 전부에 해당합니다. 만약에 안철수 대표가 국힘의힘과 힘을 합치려고 한다면 무엇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그 동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 봄에 실시될 예정인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판세를 주제로 진행되던 대화는 한국정치의 영원한 화두이자 뜨거운 감자인 제3지대, 곧 제3당 문제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장 : 저는 지난 10년 동안 펼쳐진 한국정치의 제3지대 실험의 처음과 끝을 같이했습니다. 저는 제3지대가 실패한 데 대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두 분의 책임이 작지 않다고 봅니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다음) 저는 안철수 대표와는 제가 1기 국민의당 수석최고위원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함께 일했습니다. 손 전 대표는 제가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그분을 직접 모셔봤습니다. 그러므로 제3지대 실험의 실패의 과오에서 저 역시 결코 자유롭지 않다고 솔직히 인정하겠습니다.


공 : 손학규-안철수 두 분과 위원장님이 갈라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장 : 관점과 방향이 많이 달랐습니다. 그 때문에 제가 종국에는 당 운영에서 배제됐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당시에 손학규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께 드렸던 조언과 의견이 옳았다는 저의 믿음은 지금까지도 전혀 흔들림이 없습니다.

 

‘제3지대 흥망사’가 요구되는 이유는

 

‘제3지대 흥망사’는 누군가 반드시 명쾌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요즘 뵙는 분들께서도 이를 정리할 역사적 책무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고 계십니다. 한국정치에서 제3지대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와해됐는지 면밀하고 냉철한 기록을 남기는 일은 우리나라의 장기적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아주 중요한 작업입니다. 동시에 안철수 대표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도 이제는 더는 미뤄서는 안 됩니다. 저는 이미 많은 국민들께서 안 대표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고 봅니다.

 

공 : 결산과 총화가 필요하다는 뜻인가요?

 

장 : 국민들은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평가를 내렸는데, 본인 스스로는 자기 자신에 관한 평가를 아직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공 : 마라토너이시잖아요. (웃음)

 

장 : 정치를 마라톤에 대입하면 결승점이 여전히 아득히 멀 수도 있겠네요. (웃음)

 

공 : 고독한 마라톤 선수에게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장 : 제3지대의 흥망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의 실체에 관해 더 많은 국민들이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공 : 그건 정리가 아니라 저격 아닌가요?

 

장 : 제3지대의 부침과 영욕을 재조명하다 보면 내로라하는 여러 정치인들에 관한 더욱 분명한 평가가 부수적으로 이뤄지기 마련입니다.

 

공 : 흐흐흐흐흐….

 

장 : 제3지대를 주도했던 유명 인사들이 차례로 거론되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요.

 

공 : 안철수 대표 이야기가 나오니까 위원장님께서 갑작스럽게 말씀이 길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웃음)

 

장 : 많이 자제하고 있습니다. (웃음)

 

나는 왜 국민의힘에 합류했는가


장진영 위원장은 정계은퇴까지 권유하는 가족을 설득한 사연을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사진 김한주)

공 : 국민의힘이 최근에 지지율이 상승한 데에는 문재인 정권의 총체적 국정파탄과 나란히 국민의힘의 중도화, 곧 좌클릭 노선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내에서는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밖에서는 태극기부대와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 같은 사람들을 주축으로 집토끼를 먼저 챙겨야 한다며 당의 중도화를 극렬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다 보이는 답이 그들 눈에만 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가 당 안팎의 보수우익 분자들의 반발과 기득권을 돌파하고 당의 상전벽해와 환골탈태에 과연 성공할 수 있다고 전망하십니까?

 

장 : 제가 국민의당에 입당한 후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그러한 형태의 갈등들입니다.

 

공 : 답변하시는 중간에 불쑥 끼어들어 정말 죄송합니다만, 제가 위원장님께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은 질문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국민의힘에 입당하시겠다는 위원장님의 결정에 가족들의 반대가 굉장히 격심하지 않았나요?

 

장 :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제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거기 가느니 차라리 정치를 접는 게 어때?”라고요.

 

공 : 세상에서 제일 넘기 힘든 난관이 배우자를 설득해야만 하는 단계입니다.

 

장 : 제가 거대 양당 체제의 대안을 지향하는 제3정당 운동에 나섰을 때 많은 분들께서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제 아내도 적극적으로 저를 응원했습니다. 저는 중간에 기회주의적으로 이 당, 저 당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습니다. 제3정당 즉 제3지대와 당당하게 마지막을 함께했다는 사실에 저는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오랫동안 비판하고, 또한 극복하려고 노력해온 정당에 합류하는 데 대해서 제 주변에서 만류와 걱정이 컸습니다.

 

공 : 위원장님 부인께서 이른바 배운 여자 아니신가요?

 

장 : 배워도 많이 배운 여자입니다. 가방끈도 저도다 훨씬 더 깁니다.

 

장진영 위원장의 부인은 현재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경영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만이 존재했습니다. 정치를 완전히 포기하든지, 아니면 제3지대 실험의 실패를 깨끗하게 인정하고서 기성 양당으로 들어가 새롭게 출발하든지 둘 중 하나였습니다.

 

공 : 최종적으로는 국민의힘을 선택하셨습니다.

 

장 :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문이 굳게 잠긴 터라 고려의 여지조차 없었습니다. 기성정당에 들어가 새롭게 도전하려면 국민의힘 이외에는 남은 대안이 없었습니다. 정치를 그만두는 선택은 언젠가는 내려야만 하고, 내릴 수밖에 없는 결정입니다. 저는 더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공 : 그게 바로 ‘안철수 정신’입니다. 정치는 마라톤이니까. 하하하하하하!

 

장 : (조금 빈정 상한 말투로) 안철수가 왜 거기서 나와…. 그리고 저도 마라톤 좋아합니다.


공 : 싸우면서 닮으시는 것 같습니다. (웃음)

 

장 : 마라톤으로는 제가 선배입니다. 저는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개최되었던 2002년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마라톤 경력이 거의 20년이 됐습니다. 그런데 기록을 보니까 안철수 대표가 지금은 저보다 더 빠르더라고요. 나는 뛰다가 무릎 부상까지 왔는데….

 

공 : 그분은 서울대니까. (웃음)

 

장 : (다시 진지한 어조로) 그래도 한번은 더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현실과 타협했다는 비판과 지적에 겸허하게 귀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제가 걸어갈 행보를 통해 유권자들의 엄정한 평가를 다시 받도록 하겠습니다. (④편에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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