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동호③, “문재인 정부는 ‘정책의 배신’을 직시해야”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11-06 15:50:51

기사수정
  • 부동산 시장에 대한 섣부른 개입은 세입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격언이 있다. 의도가 좋다고 결과까지도 좋다는 보장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자기네가 선의로 가득한 정책만을 줄곧 추구해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집권세력이 서민대중을 위해 깔아준 꽃길 끝에는 민생경제의 총체적 파탄이 백년 묵은 거대한 구렁이처럼 똬리를 틀고 있을 가능성이 무척 크다는 점이다. 가시밭길을 걸어야만 지속가능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진리를 문재인 정권 구성원들이 줄기차게 외면해온 탓이다.

이동호 변호사는 동기의 선함이 불러낼 결과의 사악함을 다시금 강력히 경고하면서 불편한 진실과 이제라도 정면에서 대면할 것을 정부여당에 촉구하고 있었다.

시장은 정부보다 유능하다


이동호 변호사는 현장의 목소리를 도외시하는 정부 정책의 무책임함을 질타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이동호 : 문재인 정부의 설익은 부동산 정책은 ‘민생의 사법화’라는 역기능과, ‘뒷조사의 산업화’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공희준 : 문재인 정권 사람들은 ‘일제잔재 청산’과 ‘토착왜구 척결’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해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본 제국주의의 대표적 망령인 ‘밀정’을 권하는 사회를 만들어놓았네요. 말이 좋아 민간 사설탐정이지, 본질은 밀정 아닌가요?

 

이 : 계약갱신 청구권이 없었던 시절이 어떠했는지를 이쯤에서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2년의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임대인이 전세금을 대폭 인상하는 등의 폐단은 물론 존재했습니다. 제가 결혼한 다음에 10년 정도 전세살이를 했습니다. 마지막 전셋집에서는 5년을 생활했는데, 집주인 되시는 분께서 전세금을 많이 올리지 않아서 큰 경제적 부담 없이 거주할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러한 개인적 경험을 털어놓은 까닭은 전세시장을 비롯한 시장에는 나름대로의 자정기능을 수행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사사건건 시장에 간섭하다가 급기야 계약갱신 청구권 제도마저 도입해 전세시장을 강제적으로 통제하려고 시도하면 거의 모든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그야말로 왕창 올릴 게 분명합니다. 정부가 임차인들에게 도움은커녕 오히려 피해만 주는 상황이 확실히 도래했습니다.

 

지금의 정부여당은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선한 의도로 전세시장에 손을 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관건은 동기가 아닌 결과입니다. 현실에서는 정부 정책이 발표될 적마다 무주택 서민들이 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말문을 여는 연설을 통해 국민들 사이에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5분 연설 하나로 화제의 인물로 일약 떠오른 윤희숙 의원이 쓴 책들 가운데에는 「정책의 배신」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만약 「정책의 배신」 개정판이 출간된다면 저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부동산 임대차 3법이 결과가 의도를 배신한 어리석은 정책의 전형적 표본으로 이 책의 내용에 추가될 것으로 봅니다.

 

이동호 변호사가 소개한 윤희숙 의원의 「정책의 배신」은 여러 공공도서관에서 사실상의 금서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문재인판 블랙리스트’의 음습한 실체가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최저임금 정책의 실패를 답습하는 부동산 정책


이동호 변호사는 최저임금 정책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임대차 계약이 성립하려면 집을 빌리는 임차인도 계약의 당사자로 있어야 하지만, 집을 빌려주는 임대인도 계약 쌍방의 하나로 자리해야 합니다. 임대인들의 대부분은 개인입니다. 그러므로 정부가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나서면 나설수록 임대인들은 정부 정책에서 비롯된 자신의 손실을 만회하는 데 필요한 대책을 어떻게든 만들어내기 마련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임차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세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같은 기막힌 역설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한 국정과제였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사례로 벌써 확연히 증명되었습니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 노동자에게 잠시는 좋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길게 보면 그 정반대 결과가 초래되고 맙니다. 왜냐면 고용주들이 기계화, 무인화, 자동화를 가속화시켜 인건비 절감을 도모할 게 명확한 탓입니다. 일자리 자체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판국에 임금인상이 노동자에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정책의 배신이 현실에서 출현한 경우는 현재부터 이미 30여 년 전에 있었습니다. 노태우 정권 당시에도 전세가격이 폭등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했습니다. 그러자 정부가 앞장서서 1989년 12월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종전에는 1년까지 보장해주던 임대차 계약기간을 2년으로 연장시켰습니다.


2년에서 4년이 아니라,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조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이 나오자자마자 전셋값이 되레 무서운 속도로 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치솟은 전세를 감당하지 못한 가장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도처에서 속출했습니다. 너무나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태였던지라 그때 대학입학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었던 저에게조차 아직껏 그와 관련된 기억이 잊히지가 않습니다. 저는 동일한 비극이 결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결론적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공희준 : 비통한 사회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동호 : 지루할 수도 있는 얘기 진지하게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동호 변호사는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당시엔 변두리 동네로 통하던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를 다녔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에 현대카드 경영법무실과 영풍그룹 법무실 등에서 일하며 민생현장과 기업실무에 두루 정통한 변호사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미리내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는 중이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 앞두고 ‘자치구 정원 페스티벌` 열려 5월에는 서울 곳곳이 매력적인 정원으로 가득해질 전망이다. 오는 16일(목) 개막을 앞둔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이하 ‘정원박람회’)’와 연계해 자치구가 각 지역에 아름다운 정원을 만드는 경쟁을 벌인다.서울시는 25개 자치구와 협업하여 ‘자치구 정원 페스티벌’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구별로 정원을 조성하고 행.
  2. 5월1일부터 대중교통비 20~53% 환급, K-패스로 교통비 걱정 패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5월 1일부터 K-패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K-패스는월 15회 이상 정기적으로 대중교통(시내·마을버스, 지하철, 광역버스, GTX 대상)을 이용할 경우 지출금액의 일정비율(일반인 20%, 청년층 30%, 저소득층 53.3%)을 다음 달에 돌려받을 수 있는 교통카드이다. K-패스 이용 방법은 ①카드 발.
  3. 오세훈 시장, 저출생시대에 ‘40만 서울 어린이 행복’ 챙긴다 알파세대 어린이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 전국 최초의 종합계획으로 지난해 5월 오세훈 시장이 발표한 `서울 어린이행복 프로젝트`가 1주년을 맞았다. 서울시는 심각한 저출생 속에서 어린이를 우선으로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중요한 만큼, 지난 1년간의 실천 노력과 성과를 토대로 올 한해 480억 원을 투입, 보다 대폭 확대‧강화된 「어린이...
  4. 3월 주택 매매거래량 작년 12월부터 증가세...악성 미분양 8개월 연속 증가 국토교통부는 30일 ’24년 3월 기준 주택 통계를 발표했다.이날 발표에 따르면, 3월 기준 전국의 주택 인허가, 착공, 준공은 전월 대비 증가했고, 분양은 청약홈 시스템 개편으로 전월 대비 감소했다.3월 기준 주택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52,816건으로 전월 대비 21.4% 증가해 작년 12월부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4.3월 기준 ...
  5. SKT, ‘AI 멀티엔진’ 시동… 韓 ‘텔코LLM’ 6월 출격 예정 통신 서비스를 잘 이해하는 똑똑한 ‘텔코LLM’이 이르면 오는 6월 선보인다.SK텔레콤은 5G 요금제, T멤버십, 공시지원금 등 우리나라의 통신 전문 용어와 AI 윤리가치와 같은 통신사의 내부 지침을 학습한 ‘텔코LLM’을 개발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오는 6월 중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텔코LLM’은 GPT, 클로드와 같은 범용...
  6. 삼화페인트, 서울시립미술관 지원…문화예술발전 도모 삼화페인트공업은 서울시립미술관후원회 세마인과 `서울시민 문화향유증진을 위한 문화예술발전 지원사업`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이번 협약을 통해 삼화페인트와 서울시립미술관후원회 세마인은 ▲문화예술 활성화 관련 사업 개발 및 공동운영 ▲문화예술 활성화 공동 홍보 ▲전시, 창작지원 등 각종 문화행사 지원 ▲협력모델 ...
  7. 수원 영통구에 `나혼자 사는 시민` 위한 거점공간 조성 수원시와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아이에이엠이 영통구에 수원시 1인가구 맞춤형 거점 공간을 마련한다. 두 기관은 지난 4월 29일 조스테이블 광교점에서 협약을 체결하고, 협력을 약속했다.수원시 1인가구 쏘옥 패밀리 회원의 소모임 활동을 지원한다. 조스테이블 광교점에서 2인 이상 예약하면 커피 가격을 10% 할인받고, 공간을 사용할 수 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