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를 비롯한 공공운수노조, 여성단체들이 18일 오전 11시 인천 고용노동부 중부지방노동청 앞에서 "대한항공 직장 내 성폭력 및 성희롱, 괴롭힘 등에 대해 엄중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한항공 직원이자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조합원인 A씨는 대한항공에서 최근까지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이로 인한 부당한 인사조치와 주변인들로부터의 2차 가해를 겪었다.
이에 A씨는 대한항공에 3차례에 걸쳐 진정을 제기했으나 회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A씨가 조원태 회장에게 의견서를 제출하고서야 소극적인 조사를 받을 수 있었으나, 사측은 ‘정황은 공감하나 문제점이 없다’는 조사결과를 통보했다.
결국 A씨는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진정을 한 상황이며, 회사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새롭게 취임한 조원태 회장의 ‘조직 혁신’ 선언···혁신 기대하며 문제 제기했지만, 오히려 ‘벼랑 끝’으로 내몰려
대한항공 내 성폭력 피해자 A씨를 대리한 최문현 노무사는 “진정인(피해자 A씨)는 대한항공 정규직 소속 직원으로 직장상사로부터 성희롱, 부당인사발령, 따돌림 피해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등 결국 휴직했다”며 “이후 다시 복귀했지만, 또 다른 직장상사로부터 성폭력(강간미수)까지 당했다. 하지만 불이익이 반복되는 것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고 A씨 진정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최 노무사는 “하지만 진정인은 이후 알 수 없는 인사이동 시도 등 불이익이 지속됐고, 결국 본인을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강간미수 사건과 부당인사 이동에 대해 회사에 알리며 엄중조치를 요구했다”며 “그런데 대한항공은 강간미수 사건 가해자를 징계 없이 사직처리했고, 추가 조사 요구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등 결국 지난 9월 고용노동부에 진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대한항공 성폭력 피해자 A씨는 편선화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여성부장을 통해 발언문을 낭독했다.
A씨는 “회사는 직장 내 성범죄를 가해자의 일탈로 정의하고 조직 내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도덕적 문제로 덮기에 급급했다”라며 “회사는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고 가해자의 사직서를 수리한 것이 저의 요청이었다고 거짓 주장하면서 성폭력 처벌에 관한 사용자의 책임을 피해자인 저에게 전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취임한 조원태 회장님은 조직 혁신을 선언했다. 그래서 회사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는 문제의식도 개선 의지도 없었으며, 오히려 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등 문제 “수직적 직장문화 먼저 변화해야”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자로 나선 이현진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 대의원은 대한항공 내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현진 대의원은 “대한항공도 직장 내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나, 회사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외부강사 대신 매년 1회 온라인교육을 하고 있다”며 “이건 전혀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또한 수직적인 직장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을 끊이질 않을 것”이라며 “이번 진정으로 대한항공의 직장문화가 변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성폭력은 범죄이다. 또한,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것 또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대한항공 직장 내 성폭행·괴롭힘 사건, 적극적인 자세로 수사 임해야”
조한결 여성의당 인천광역시당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국가기관인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고, 또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것을 보아야 피해자들이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고용노동부에 철저하고 적극적인 수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조 위원장은 “대한항공에 대한 조사결과가 ‘예방교육을 실시하라’와 같은 실효성 없는 권고수준에 그쳐선 안된다”라며 “고용노동부는 대한항공 내 성희롱, 괴롭힘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상응하는 형사고발조치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