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가 대한항공 내에서 벌어진 상사의 직속 부하직원 성폭력(강간 미수) 사건에 대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30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은 이번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음에 대해 피해자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동조합을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 정규직으로 입사한 A씨는 본사에서 근무하던 중 소속 부서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뒤 다른 부서로 발령받아 사실상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고, 정신과 진료를 받는 등 건강 악화로 휴직을 신청했다.
A씨는 휴직 후 복귀했으나, 직속 상사로부터 강간 미수를 당하고 또다시 인사이동 불이익을 받았으며, 주변 동료들로부터 성희롱성 발언과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노조는 “대한항공은 강간미수 사건에 대해서는 내부규정과 달리 아무런 징계 조치 없이 가해자를 사직 처리했고,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에 3개월 넘게 조치하지 않았다”라며 “그 이후 조원태 회장에게 진성서를 보내자 그 이후 3개월 뒤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들과 참고인들이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인사이동은 특별한 이상이 없는 통상적인 것이었다’는 회신만 보내왔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A씨는 형사고소 대신 가해자인 직속 상사와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조정이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의 안일한 성비위 사건 대응에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 9월 ‘남녀고용평등법’ 상 사업주 조치 의무 위반 등으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도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기자회견에서 대독된 입장문을 통해 “조직 내 성희롱 실태를 조사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조건으로 회사를 상태로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사측 대리인은 ‘우리에게 결정할 권한이 없다. 여기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대답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조원태 회장님은 대한항공의 대표자로서 윤리경영의 책임이 있다”라며 “직원의 성범죄에 대한 안전도 최우선으로 생각해 건강한 조직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투자하는 회장님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A씨의 요구사항은 대한항공 내 성폭력, 성희롱 전수 실태조사를 해달라는 것이다”라며 “직장 내 성폭력, 성희롱은 노동권의 문제이자 인권의 문제다. 지금이라도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은 사업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 종료 후 입장서를 조원태 회장에게 직접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