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이하 공) : 김정욱 변호사님께서는 사법시험 출신이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을 나온 변호사이십니다. 그런데 로스쿨로 보통 불리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배출된 법률가들에 대한 일반 국민들과 법률서비스 수요자들의 신뢰와 믿음이 여전히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인식이 세간에 퍼지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리고 그와 같은 인식이 근거 없는 편견임을 증명하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을 나온 법조인들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말씀해주십시오.
로스쿨은 악의적 프레임의 희생양
김정욱(이하 김) : 법학전문대학원이 정식 이름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흔히 쓰이는 명칭인 로스쿨로 표현하는 점에 대해 서남투데이 독자님들께 먼저 너그러운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로스쿨은 도입 이래로 음서제라는 잘못된 오명이 줄곧 씌워져왔습니다. 돈스쿨이란 부당한 음해를 끊임없이 받아왔습니다. 로스쿨이 잘못된 오명과 부당한 음해에 시달려온 데에는 다른 곳도 아닌 법조계의 책임이 큽니다. 로스쿨 비난에 몰두하는 흐름이 법조계 안에서 오랫동안 계속돼왔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사법시험 제도를 유지시키려는 시도가 법조계 내부에서 강력하게 이어져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당시의 대한변협 지도부와 서울지방변호사회 운영진이 협회의 공식적인 정책 차원에서 사법시험의 존치를 끈질기게 주장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를 로스쿨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하고 싶습니다.
그 무렵 저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사무차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대한변협이 언론에서 로스쿨을 비하하는 기사를 자주 싣도록 이와 관련된 자료나 정보들을 거의 매주 법조 기자들에게 제공하는 모습을 제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로스쿨을 음서제의 틀에 가두려는, 돈스쿨 프레임에 집어넣으려는 언론 플레이가 그즈음 무분별하게 이뤄졌습니다.
공 : 협회 내에서 그러한 왜곡 작업이 진행됐다면 변호사님께서 그냥 앉아서 보고만 계시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김 : (약간 처연한 표정으로) 그러한 일들을 막으려고 제 나름 여러 가지로 애를 써봤는데, 아직은 결정권 없는 실무자 수준의 지위에 있었던 저로서는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임원으로 계신 분들께서는 제 의견에 좀처럼 귀를 기울이려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공 : 그래서 협회에 사표를 쓰셨나요?
김 : 그때의 쓰라린 경험이 계기가 되어 저는 대한변협에 결국에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한국법조인협회를 결성하는 데 나섰습니다. 한국법조인협회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로 현재 회원수가 4천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로스쿨을 겨냥한 극단적이고 편파적인 주장이 몇 년에 걸쳐서 집요하고 체계적으로 이런저런 언론매체들을 타다 보니 국민들께서 법학전문대학원에 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지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남을 탓하는 일은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로스쿨에 대한 비뚤어진 오해를 해소하고 근거 없는 편견을 타파하는 작업은 궁극적으로 이 문제의 현실적 당사자인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로스쿨 제도의 최종적 수혜자는 대다수 일반 국민
로스쿨 제도는 우리나라에 여러 긍정적 변화들을 가져왔습니다. 첫 번째는 서울 이외의 지역과 많은 공공기관들에서 변호사들이 일하게 됨으로써 예전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국민들의 사법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변호사들이 단순한 법률기술자 구실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들을 선도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로서의 전문성을 축적해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장에 제 개인적 경험만 말씀드려자면 제가 졸업한 로스쿨은 전체 입학생의 4분의 1이 법률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 전문성이 이미 충분히 검증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의사, 변리사, 세무사, 회계사 자격증을 소지한 분들이 로스쿨 학생으로 입학했습니다. 이렇게 기존에 고유한 전문성을 확보한 인재들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상승효과가 발휘되기 마련입니다. 법률 시장의 수요자들에게 보다 양질의 전문적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이유에서입니다.
변호사와 공익적 활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법조인협회를 창립한 얼마 후에 「함께」라는 이름의 공익법률센터도 설립했습니다. 지금은 민생 3법의 성공적 입법을 위해 다방면으로 입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공 : 민생 3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 : (쑥스럽게 웃으며) 민생 3법은 제가 명명한 명칭이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는 아닙니다. 첫째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입니다. 이는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한국법조인협회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입법화를 요구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임으로써 이 제도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에 실제 법안으로 입법화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바 있습니다.
둘째는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로 정식 명칭은 증거개시 제도입니다. 특정한 개인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거대하고 강력한 조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증거를 수집하고 입증하는 일에서 그 여건과 역량에 한계가 따르기 쉽습니다. 증거개시 제도는 이처럼 개인에게 불리하고 불평등한 사태가 빚어질 경우에 소송 당사자들이 갖고 있는 모든 자료와 문서들을 재판 개시 전 단계에서 전부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법원이 정확하고 올바른 판결을 내리는 데 요구되는 증거검토 과정을 충실하게 거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는 미국과 영국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돼왔는데, 한국에도 이를 들여와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더 세를 얻어가고 있습니다. 저희 한국법조인협회는 증거개시 제도의 신속한 채택과 실시를 촉구하려는 목적에서 국회 조응천 의원실과 이 제도를 주제로 공동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는 집단소송 제도입니다. 이를테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져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면 사건 피해자 모두가 소송에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노릇입니다. 따라서 불가피한 사유들로 말미암아 소송에 참여하지 못하는 피해자들도 판결의 기판력, 즉 효력을 공유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법률적 장치로서의 집단소송 제도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급격히 증대해왔습니다. 한국법조인협회는 이 제도의 조속한 도입과 실행을 위한 활동 또한 적극적으로 펼쳐오고 있습니다. (②회에서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