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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숙①, “고졸 여성은 가장 어렵고 힘든 청년세대”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1-03-27 19: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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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비붐 세대 내의 차이가 청년세대 안의 격차로 이어져
4월 7일 수요일 실시될 예정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통틀어 12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거대 양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출마자들은 이른바 ‘군소 후보’로 뭉뚱그려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언론에서 군소후보로 낮춰 부르는 후보자들 또한 확고한 명분과 목표를 내걸고 선거에 나왔음은 물론이다. 그들 가운데 송명숙 진보당 후보는 청년 후보로서의 정체성에 무게중심을 두고서 출마한 경우에 속한다.

자금과 조직력, 후보 자신의 인지도는 선거전의 승패를 가르는 세 가지 중대 요소다. 이 사활적 요소들 전부에서 유리한 조건에 있지 않은 송명숙 후보가 그럼에도 어떠한 정책과 노선에 기초해 출마를 결단했는지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화된 3월 26일 금요일 오전, 서울지하철 경복궁역 근처에 자리한 송명숙 진보당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되었다.

공희준 : 후보님께서는 진보정당 후보인 동시에 청년세대의 후보자라는 두 가지 위상과 역할을 갖고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진보정치는 거의 총체적 와해단계에 이르렀고, 기성 거대 정당에 몸담은 젊은 정치인들의 수준 이하의 막말과 추태로 말미암아 청년정치는 사실상 궤멸지경에 도달했습니다. 대중성과 확장성을 상실한 채 극소수 추종자만을 거느린 컬트 집단처럼 돼버린 진보정치를 재건하려면 어떠한 방안이 필요할까요? 그리고 기존의 구태정치를 그럴싸하게 포장해주는 장식품 정도로 취급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청년정치가 본래의 독자성과 진취성을 회복하려면 어떠한 일들을 해야만 할까요?

 

조국 사태가 드러낸 청년세대의 빛과 그림자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는 청년문제에 대해 섬세하게 접근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송명숙 : 방금 말씀해주신 질문은 제가 아주 오래전부터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해온 주제들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러한 고민의 결과로 청년세대의 이해와 요구를 제대로 확실하게 대변하고 관철시키려면 ‘청년정치’라는 용어를 오히려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역설적 결론을 얻었습니다. 핵심은 청년정치의 성패가 아닌, 청년세대의 삶 자체가 행복한지 불행한지에 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 여름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공방이 우리 사회를 갈가리 찢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른바 조국 사태를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싶습니다. 왜냐면 조국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청년세대가 하나의 단일화 집단이 아니란 사실이 뚜렷이 부각된 이유에서입니다.


당시 서초동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청년들이 검찰개혁 요구에 왜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는지를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은 젊은 세대가 어째서 조국 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지 않는지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론에서 청년세대가 있을 수 있는 자리는 서초동에도 없었고, 광화문에도 없었다는 문제의식을 담은 기획기사를 내보낼 정도였습니다.


저는 청년들의 관점에서 조망했을 때 조국 사태의 본질이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들의 실정법상의 유무죄 여부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국 사태의 전개를 목격하며 청년들이 느꼈을 수도 있는 박탈감과 상실감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렇지만 청년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무조건 삶이 불안하고 막막한 것만은 아닙니다. 부유한 가정환경을 갖고 태어난 일부 청년들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풍족한 자원과 혜택을 누리며 자신의 개인적 야망을 차근차근 충족시켜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대 간의 격차 못지않게 세대 내의 격차도 엄청나게 벌어져 있는 상태인 것입니다.

 

저는 진보정치가 우선적으로 시작해야만 할 일은 청년들 가운데에서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인 청년들이 누구이고, 또 어떤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섬세하고 정확하게 포착하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에 관한 체계적 조사 작업을 전문적인 연구기관과 협업해 지난 몇 년 동안에 걸쳐 수행했습니다. 조사 결과 고졸 여성들이 가장 불리하고 고통스러운 처지와 입장에 놓여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청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은 청년들 스스로에게 있어야


송명숙 후보는 부모세대의 격차가 자식세대의 격차로 계승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물론 청년정치가 오늘날처럼 늘 쇠락의 길만을 걸었던 것은 아닙니다. 21세기가 개막된 다음의 10여 년 동안은 청년들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와 고충들을 풀어가려는 노력이 활발히 경주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청년의 문제는 청년들의 시각과 기준에 입각해 인식하고 해결해야만 한다는 ‘당사자주의’가 착실히 뿌리를 내리기도 했었습니다.


청년운동의 그와 같은 지속적 성장과 발전 덕분에 여의도의 제도권 정당들이 당의 이념과 규모에 상관없이 청년인재들을 수혈하려고 집요하게 시도하는 단계에까지 마침내 이르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기존 정당들에 선별적이고 수동적으로 영입되는 방식으로는 청년들의 정당한 권익을 신장하는 일에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면 청년들이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더 큰 주도성을 발휘하고 결정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청년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피상적으로 뭉뚱그려 파악하지 말고, 보다 구체적 해법을 갖고서 풀어가려는 자세와 접근법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러자면 세대 간 격차와 비교해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해온 세대 내의 불평등을 향해서도 이제는 사회적 관심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현재의 청년세대들의 대다수는 베이비붐 세대를 본인들의 부모로 두고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구성원들은 생물학적 연령만 같을 뿐이지, 천차만별의 사회적 지위와 불평등한 경제적 생활수준을 갖고 있습니다. 부모들 세대 내부에 형성된 이 크고도 깊은 격차와 불평등이 자식세대인 현재의 청년세대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돼왔습니다.


그로 인해 부모가 부자면 자식도 부자이고, 엄마아빠가 가난하면 아들딸도 빈곤해지는 구조가 더욱더 심화됐습니다. 부모의 자산의 많고 적음이 자녀가 금수저인지, 흙수저인지를 구분하는 경계선으로 완전히 고착됐습니다. 출발선이 다른 게 아니라, 출발하는 층부터가 아예 다르게 돼버린 셈입니다. (②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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