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문재인 정권 자멸의 한 이유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1-05-06 17:10:30

기사수정
  • ‘대통령의 말하기’ 전략을 말한다

쇄신 대신에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는 은밀할 때는 은밀하고, 위대할 때는 위대해야 한다. 이미지는 한국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포스터

오늘 오전에 롯데백화점 잠실점 근처를 지나가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들어간 현수막이 도로변에 내걸린 광경이 필자에게 목격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4주년을 기념한다며 더불어민주당 송파을 지역위원회(위원장 최재성)가 걸어놓은 현수막이었다.

 

1987년 이후의 우리나라 제도정치권에서 명멸한 수많은 정당들 중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당내의 이견과 반론을 단연 가장 철저하게 금압하는 전체주의적이고 획일주의적인 정당임을 감안하면 해당 현수막은 다른 지역구들에도 동일한 크기와 내용으로 게첩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집권여당의 당권을 장악한 당권파의 사전 허락 없이는 당 공식 누리집의 배너 광고 하나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는 정당이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일 터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금부터 겨우 한 달 전쯤 치러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지 못했다. 그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은 호남을 제외한 다른 곳들에선 인기가 없었다. 임기 말기의 문 대통령 또한 탄핵 직전의 박근혜 전 대통령만큼이나 심각하게 인심을 잃었다는 증좌였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다수의 여권 실력자들이 판세가 박빙일 것이라고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투표함을 열어보니 선거 결과는 야당인 국민의힘의 압승이었다. 국제 규격의 공항 부지로 활용되기에는 이미 오래전에 부적격 판정을 받은 가덕도 땅에다가 수십조 원의 혈세를 퍼부어 신공항을 지어주겠다는 달콤한 약속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얼굴에 연일 시뻘건 생태탕 국물을 쏟아 붓는 희대의 네거티브 선거전도 유권자들의 문재인 정권 심판 정서를 뒤집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렇다면 4ㆍ7 보궐선거 이후 민심의 향방을 근본적으로 반전시킬 만한 특별한 계기라도 발생했던 것일까? 물론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은 언제 재고가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고, 서민들의 민생경제는 나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남국과 김용민 두 초선 국회의원 같은 문재인 정권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막말꾼들의 듣기 민망한 소음공해의 막말 행진은 좀처럼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말하기가 실패하지 않으려면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과감한 변화와 혁신 대신에 타성적으로 ‘도로 문재인’을 안일하게 택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여태껏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단군 이래 최초의 엽기 여당인 셈이다.

 

문제는 이른바 ‘문재인 카드’로 지금의 총체적 난국을 돌파하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이미지에 너무나 많은 흠집이 났다는 점이다. 그 흠집들에서 야당과 언론이 책임져야만 할 부분은 1할 남짓에 불과하다. 나머지 8할의 몫은 문재인 정권의 전반적인 메시지 전략의 실패로부터 기인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하기’에는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될 두 가지 대원칙이 존재한다. 첫째는 내치를 다룰 때 관대하게 말해야 한다는 거다. 둘째는 외교에 임할 때 위대하게 들려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정치와 관련해 대통령은 누가 자기를 어떻게 씹고 욕하든 간에 일단은 품 넓고 인자한, 아량 있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분하고 억울한 일이 있으면 관저로 돌아가 혼자 이불 뒤집어쓴 다음에 이불킥하는 것으로 풀면 된다.

 

외치에 나선 대통령은 시종일관 의연하고 강건한 면모를 과시해야만 옳다. 사실, 한국을 둘러싼 국가들 가운데 대한민국과 비교해 객관적 국력이 달리는 나라는 북한 딱 한 개뿐이다. 그 비실비실한 북한마저 이제는 절대무기로 불리는 핵무기로 중무장하고 있다. 두렵고 끔찍한 노릇이 아닐 수가 없다. 허나 대통령은 무섭고 외로운 속내를 심지어 배우자인 영부인 앞에서조차 드러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대통령 자신의 입이나 본인 명의의 글을 통해서만 발신되는 건 아니다. 청와대 참모들이 발표한 성명과 논평 역시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가 근자에 내보내는 메시지는 올바르고 효과적인 메시지가 반드시 견지해야 할 원칙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폭주하고 있다.

 

국민을 상대할 시의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지질하다. 현직 대통령도 다른 마땅한 대안이 없으면 국민을 고소ㆍ고발할 수는 있다. 관건은 문재인 정권의 고질병인 내로남불이 이번 경우에도 일말의 예외 없이 발동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었을 적에 그들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을 향해 국민을 고소하는 지질한 정권이라는 투로 맹비난을 가했었다.

 

더욱더 가관은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은근슬쩍 소개한 대통령의 의중이다. 기분 나쁘면 또 고소하겠다는 게 박 대변인이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솔직한 심경인 것이다. 일반인들이 유흥가의 주점에서 술 먹다가 시비 붙었을 때 상대방이 자기 때렸다고 112에 고래고래 신고하는 사건이 자연스럽게 겹치는 대목이다.

 

반면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 중국과 러시아를 대할 적에 말과 행동으로 발송한 이런저런 직간접적 메시지는 엄청 유약하기 짝이 없었다. 대화로 부드럽게 풀어갈 현안과 쟁점이 있으면 물밑에서 외교관들 시켜서 진행하면 충분하다. 대통령은 독립된 주권국가의 수장으로서의 당당함을 피력하면 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 미국과 북한 모두에 골고루 나약하고 굴종적 자세를 취했다. 그나마 일본에는 한때 강경했지만 국내정치적 유불리를 염두에 두고 사안에 따라 선별적으로 펼쳐온 반일정책의 효용성이 작금에는 약발이 다했다고 판단했는지 최근 들어서는 청와대가 일본을 겨냥해 대립각을 세우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 은밀해야 할 때는 되레 요란해지고, 요란해야 할 때는 외려 은밀해지니 대통령이 말을 하면 할수록, 글을 올리면 올릴수록 통치권자로서의 권위가 그와 반비례해 하염없이 추락해왔다.


권력에는 임기가 있지만, 권위에는 임기가 없는 법이다. 대통령의 말하기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까닭이다. 안으로 지질하고 밖으로는 왜소해진 문재인 대통령의 실패한 메시지 전략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에게는 관대하고 외국에게는 위대한 메시지를 날릴 줄 아는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정치 지도자가 더 늦기 전에 출현하기를 염원하는 건 단지 필자 혼자만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은 아닐 듯싶다.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서울신보, 부실채권 회수 실적 1위…중기부 장관 표창 수상 영예 서울신용보증재단(이하 서울신보)이 `2024년 채권회수실적 평가`에서 전국 16개 지역신용보증재단 중 1위를 차지하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서울신보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전사적인 노력으로 2024년 한 해 동안 재단 설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654억 원의 구상채권을 회수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45% 증가한 수치다.이번 성.
  2. 1·2차 추경 집행 ‘속도전’… 7월까지 1차 74%, 2차 한 달 만에 53.4% 정부가 2025년 1·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에서 ‘속도전’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차 추경은 7월 말 기준 74%가 집행돼 목표치를 4%p 초과 달성했으며, 2차 추경도 의결 한 달 만에 절반 이상이 집행됐다.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1차 관계부처 합동 ‘재정집행 점검회의’에서 이 같...
  3. 내년 대입 수시모집 80%...서울시, 수시 전략 제시하는 입시박람회 개최 서울시가 내년도 대학 수시 모집 비중이 전체 정원의 약 8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 수립을 돕기 위해 입시박람회를 개최한다. 9일(토)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27개 대학이 참여해 1:1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고, 입시 전문가의 특별 강연도 진행된다.박람회는 `수시:로 물어봐`라는 이름으로 ..
  4. 미추홀구, 초등학생 대상 `제6회 레이저사격 체험 교실` 성황리에 마무리 인천 미추홀구(구청장 이영훈)는 지난 4일부터 5일간 구청 대회의실에서 관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6회 레이저사격 체험 교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이번 체험 교실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특히 미추홀구청 사격선수단이 직접 일대일 맞춤형 지도를 제공해 참가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큰 ..
  5. APEC 2025 인천시 홍보관·민관 통합전시관`운영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는 `APEC 2025 제3차 고위관리회의(SOM3) 및 제반회의`개최에 맞춰 7월 26일부터 8월 15일까지 송도컨벤시아에서 인천시 홍보관과 민·관 통합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올해 `APEC`의 핵심 성과로 `인구구조 변화 대응`과 `인공지능(AI) 협력`이 선정됨에 따라 인천시는 관련 정책과 지역 산업을 APEC 회원들에게 널리 알리기...
  6. 우리은행, 광복 80주년 기념 최고 연 8.15% 특별 적금 출시 우리은행(은행장 정진완)은 오는 8월 15일 광복 80주년을 맞아 우리금융그룹과 국가보훈부가 함께하는 특별 금융상품 ‘우리 광복 80주년 적금’을 출시했다고 8일 밝혔다. ‘우리 광복 80주년 적금’은 1인 1계좌 가입 가능한 12개월 만기 자유적립식 상품으로, 월 최대 3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기본 금리는 연 2.0%이며 국가유공자, 독립 유...
  7. 복지부, 2025년 2분기 고령자친화기업 17곳 신규 지정 보건복지부는 8일 2025년 2분기 고령자친화기업 공모 결과 17개 기업을 신규 선정하고, 향후 3년간 총 23억5천만 원을 지원해 내년부터 5년간 60세 이상 근로자 555명을 고용한다고 밝혔다.이번 공모에는 다양한 직종의 34개 기업이 신청했으며, 현장 및 최종 심사를 거쳐 ▲노인친화기업·기관 16곳, ▲노인 채용기업 1곳 등 총 17곳이 선정됐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