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고척동 옛 영등포교도소 부지에 건설중인 아파트 부지에서 발생한 토양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구로 주민설명회가 지난 16일 오후 3시, 남현교회 1층 설명회장을 500여명의 주민이 가득 메운 가운데 열렸다.
옛 남부교정시설부지 토양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구로주민공동대책위원회(이하 주민공대위) 주최로 열린 이날 설명회에서 주민공대위는 토양오염의 8가지 의혹을 제기하며 구청과 주민, 그리고 전문가가 함께 참석하는 '민관협의체' 구성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근미 주민공대위 공동대표는 경과보고를 통해 지난 1개월 동안의 주민공대위 활동을 보고하고 "주민들의 관심이 작업 방법을 변화시키고 있다"면서 "제대로 오염 토양이 제거되는지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송영덕 주민공대위 운영위원은 구로구청과 시공사의 대응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송 위원은 우선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토양오염물질의 토양정밀조사 결과가 개황조사 수치와 정밀조사 수치가 지나치게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염물질이 지하수면 하부에 있는데 지하수에서 오염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것"에 의문을 제기한 서울시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근거로 "주민 입장에서는 지하수 시료 과정에 대한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은 특히 토양오염 정화와 반출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구청과 시행사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구청과 시행사의 '반출 정화는 불법이다'고 주장했다. 반출정화대상을 규정하고 있는 환경부의 관련법은 부지내 정화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에 반출정화 방식을 취하고 있는 현재의 방식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것이다.
정해진 기간 내에 오염토양을 모두 정화하기에는 사실상 부지면적이 부족하고, 2년내 정화하려면 약 2000여평이 필요한데, 부지내 정화 방식으로는 3년이 걸려도 끝낼 수 없다는 구로구청의 주장에 대해서도 송 위원은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법에 의하면 약 90평 이상의 부지만 확보되면 무조건 부지내 정화를 해야 하고, 창원 39사의 경우 오염토의 양이 2배 가까이 많았으나 부지내 정화방식을 통해 2년 내에 정화를 완료했다"며 구청의 주장을 반박했다.
반출 과정에 대해서는 △오염토양 굴토 과정에서 비산, 배수 문제 △작업자 보호 문제 △오염토 및 비오염토 운반트럭의 비구분 문제 △운반 과정 중 유실로 인한 오염 확산 문제 △외부 토양정화시설로의 반입 또는 불법투기로 인한 문제 등 5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오염된 토양을 굴토하는 과정에서 물을 뿌리는 것은 오염을 확산시키는 일로 토양정화 원칙에 벗어나고, 오염토양에 파일을 박는 것 또한 그 과정에서 오염토와 비오염토가 섞이게 되고 지하수 흐름에 영향을 주게되어 오염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위원은 오염정화는 돈을 선택할 것인가, 안전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라면서 우리는 이미 부지내에서 안전하게 정화할 수 있는 기술과 방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토양 오염 양이 창원 39사의 절반 정도임을 감안하면 정화 기간 또한 1년 안에 가능하다면서 공사기간과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은 오히려 주민과의 갈등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위원은 토양오염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1.오염범위와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공사중단 필요 2.민관협의체 구성 3.토양오염 정밀재조사 4.정화방법의 결정 5.정화작업의 개시 및 철저한 검증 6.오염토양 정화작업 완료 7.공사재개의 7단계 안을 제시했다. "이것이 공사업자도 살리고 주민들의 건강도 지키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항동적환장을 사례로 들어 구청장, 지역 정치인, 국가나 국가공인 전문기관, 환경단체 등 누구도 믿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며, 참석자들을 향해 '깨어 있는 시민들'이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항동적환장을 건설할 당시 이성 구청장은 친환경 푸른수목원 바로 옆에 폐기물 적환장을 건설하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걱정하지 마라. 국물 한 방을 안 흘리고, 냄새 안 나는 시설을 만들겠다. 냄새 나면 내가 거기 이사 가서 살면 될 것 아니냐"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지금 항동적환장은 시범가동 한번 하고 냄새 때문에 다시 추경 편성해서 시설 보완 중인 상태다.
이어진 자유발언 시간에는 구청 측의 일방적인 불통행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자유발언에 나선 주민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사실을 SBS 방송을 보고 처음으로 알았다"면서 "숨길 게 따로 있지, 구청이 어떻게 주민들에게 이렇듯 엄청난 사실을 알리지 않을 수가 있느냐"고 구청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이번 주민설명회는 안병순 주민공대위 공동대표가 △구청장과 시행사에 민관협의체 구성 제안 공문을 발송하고 △민관협의체 구성 거부 시에는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및 환경부 민원제기, 청와대 국민청원 신청, 항의 시위 및 공사 중지 실력행사를 위한 집단행동 개시, 구청장에 대한 주민 소환 운동을 전개할 것 등의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것으로 폐회했다.
한편 이날 주민설명회에는 구로구청 도시관리국장과 환경과장 등이 참석했으나 발언 기회를 얻지는 못 했다. 이에 구청 측은 설명회를 마치고 나오는 주민들에게 환경과에서 작성한 '(구)서울남부 교정시설 부지 토양오염 관련 오해를 바로잡는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했다.
이 과정에서 설명회를 주최한 주민공대위 측과 구청 측 간에 다소 거친 설전이 오갔다. 주민공대위 측은 "발암물질이 나온 마당에도 주민을 위한 설명회 한번 열어주지 않더니, 기껏 주민들이 마련한 설명회에 와서 이게 왠 비신사적인 행동이냐"며 구청 측의 행태를 거칠게 비판했다.
구청 측은 "(유인물을 배포하는 것은) 주민들을 위해 당연히 할 바를 하는 일"이라며 "구청은 주민들에게 (토양오염) 사실을 모두 알렸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설명회를 개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구청 설명회는 언제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러나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고척동 영등포교도소 부지에 건설 중인 아파트 부지에서 1급 발암물질인 비소의 양이 기준치를 최대 25배 넘게 검출됐다."
지난 1월 7일 SBS는 8시 뉴스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방송을 단독 보도로 내보냈다. 아파트 인근 주민들을 경악했다. 다음 날인 1월 8일 주민대책위 연석회의를 시작으로 구로구청장을 면담하고 안전대책 수립과 주민설명회 개최 등을 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구청 측은 정화작업을 감시하는 '민관정 감시단'을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터파기 공사와 병행해서 오염 토양을 신속히 반출하는 것이 주민의 안전을 위한 길이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다. 반면에 주민공대위는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 협의 및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문가와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협의회' 구성을 제안하는 이유다.
지난 12일, 주민공대위는 구로구의회 안전특위에서 환경분야 전문가 2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주민공대위는 집행부에 민관협의체 구성과 권한에 대해 질의했다. 하지만 집행부 관련부서는 해당 질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을 뿐이다. 이번 주민설명회가 개최된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