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초등학교 후문에는 이색적인 가로등이 하나 서 있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인도 한가운데서 길을 둘로 나누는 가로등이다. 바로 옆에는 분전함과 소화전이 쌍동이처럼 함께 서 있다.
가로등은 일반적으로 인도 가장자리에 세워진다. 어느 지역이건 마찬가지다. 항동의 다른 가로등도 예외가 아니다. 항동지구의 가로등은 모두 인도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항동초등학교 옆에 세워진 이 가로등만은 독특하게도 길 한가운데를 막고 서 있다. 더욱이 이곳은 학생들이 날마다 이용하는 등하교 길이다. 학생들이 걷다 부딪히기에 딱 좋은 위치다.
가로등 옆에 세워진 분전함도 특이하다. 야간에는 식별조차 쉽지 않아보이는 새까만 분전함이 인도 한복판에 '오뚝' 하게 서 있다. 분전함 역시 가로등처럼 보도 가장자리에 위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분전함은 그런 상식을 거부한다.
정부는 지난해 사람이 이용하는 인도의 최소폭을 1.2m에서 1.5m로 확대했다. ‘보행자 중심’의 거리를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분전함의 경우에도 변화가 있었다.
분전함을 결합한 ‘보행안내사인 분전함’을 만들었다. 외관은 보행안내표지판이지만 분전함의 기능을 겸하는 구조다.
서울시는 지난해 이 ‘보행안내사인' 분전함이 가로등 분전함을 대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계천에 세워진 분전함은 사람이 다니는 길 가장자리에 세워져 보행을 방해하지도 않고, 분전함임을 알 수도 없게 디자인되어 있다.
항동초등학교 옆 분전함은 다르다. 서울시가 도시미관에 좋고, 보행자에게도 좋은 도로를 만든다면서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한 분전함이 보란듯이 세워져 있다. 그것도 넓지 않은 인도 한복판을 가로막고서다.
항동초등학교는 학교 정문과 후문, 두 개의 등굣길이 있다. 서남투데이는 앞서 지난 4월 항동초등학교 정문으로 가는 통행로가 1m가 채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정문으로 향하는 통학로가 초등학생 2명이 걷기에도 좁는 길이다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은 등하교길에 분전함과 가로등이 독특한 모양을 자랑하는 저 후문 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구로구도 현재 항동초등학교 옆 가로등과 분전함의 위치가 잘못되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구로구 관계자는 “아직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 측의 기반시설 조성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밝히며 “SH와 (가로등과 분전함 등의) 이설을 위한 협의중에 있으며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구로구는 이 가로등과 분전함이 갖는 위험성도 익히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SH 측과 책임소재를 따질 것이 아니라, 구로구가 이 문제의 해결에 보다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자세로 나서야 할 것이라는 주민들의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