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디지털단지는 신성장동력의 요람
정두환 : 제가 KPMG 컨설팅에서 본부장으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KPMG는 세계 5대 컨설팅 회사의 하나로 꼽히는 기업입니다.
2004년이면 참여정부 초반에 해당하는 시기입니다. 당시 정부의 핵심적 화두이자 고민은 새로운 먹거리, 즉 성장동력의 발굴이었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처럼 노무현 정부 또한 이와 같은 성장동력을 주로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백색가전은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 확실시되던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AI)의 초기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 가전을 필두로 10가지 정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정부에서 내놓았었습니다. 때마침 서울에는 가산디지털단지라는 천혜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곳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낼 요람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해나가자고 정부를 향해서도, 국가산단을 향해서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주문했었습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낼 첨단산업 기업들을 가산디지털단지에 유치하려면 금융 지원, 법률 지원, 수출입 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조치가 다방면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가산디지털단지가 있다는 사실은 금천구에는 어마어마한 행운이었습니다. 그러나 금천과 가산디지털단지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신경을 기울인 지역구 정치인이 그동안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의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훈 의원이 아마도 처음일 겁니다.
정두환 위원장은 그와는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인물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훈 의원에 대해 칭찬할 부분은 칭찬하는 통 큰 모습을 보여줬다.
가산디지털단지에서 근무하는 분들 중에 금천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금천 지역의 불편한 생활여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외지에서 이곳 금천으로 출퇴근을 합니다. 벌기는 금천에서 벌면서, 쓰기는 다른 동네에서 쓰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금천구와 가산디지털산업단지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자는 소리를 제가 지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들에게 여태껏 수백 차례는 반복해왔습니다.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징수하는 세금은 대부분 국세로 귀속됩니다. 금천구의 발전을 위해 쓰이지를 못해왔어요.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지방세로 흡수되어 금천을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려면 서울시를 상대로든, 국세청을 상대로든 이제는 정말 무슨 짓이라도 해야만 합니다.
도로 하나 내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우선적 급선무는 가산디지털단지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우리 동네 금천을 거쳐서 출퇴근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를 못해요. 만성정체구간인 「수출의다리」를 통하거나, 아니면 구로디지털단지 방면에서 진입하고 있습니다.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금천을 거쳐 출퇴근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에서 밥을 먹겠습니까, 술을 마시겠습니까? 금천에서 돈을 벌 수는 있어도, 돈을 쓸 수는 없는 물리적 구조가 만들어져 있는 탓입니다.
8년 전쯤의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바로 여기에서 제가 차성수 전 구청장님을 만났습니다. 차성수 전 구청장이 신임 민선 금천구청장으로 선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이었습니다. 저는 차성수 구청장께 금천구와 가산디지털단지 사이의 교통을 원활하게 소통시켜줄 도로를 새로 놓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역설했습니다.
금천구는 경부선 철로를 따라서 구가 동서로 분단돼 있습니다. 그런데 차성수 구청장이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에 앞서서 전임 구청장을 했었던 분이 철로 양쪽에 인허가를 수없이 내주는 바람에 도로를 내기가 쉽지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안을 찾아보니까 시티렉스 쇼핑몰 앞을 지나가다가 철로에 막히고 마는 도로를 고가도로나 또는 지하터널로 기찻길 건너편과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됐습니다. 제 제안을 받아들인 차성수 구청장이 주민들의 동의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금천구민 전체가 서명에 동참했을 만큼 호응이 뜨거웠습니다. 차성수 구청장이 주민들로부터 받은 서명을 갖고 서울시에 들어가서 타당성 조사까지 마쳤는데 한 가지 난관에 부닥쳐 착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길 건너에 LG전자 연구소가 있습니다. 고가도로가 들어오면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불편할 수밖에 없겠죠. 무엇보다도 교통량이 부쩍 많아질 테니까요. 저는 주민들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처지 또한 존중돼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금천구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기업에 몸담아본 전직 경영 컨설턴트로서 금천구와 LG 사이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원만한 합의가 도출되기를 바랍니다.
금천에서 밥 먹고 술 마시게 하자
시흥대로에 위치한 씨티렉스는 금천구의 중심지에 해당합니다. 씨티렉스 맞은편이 금천구를 대표하는 먹자골목입니다. 이곳을 통과하는 출퇴근길이 편리해지면 많은 사람들이 먹자골목을 이용하게 될 게 분명합니다. 현재는 미흡한 수준인 주차 시설만 대폭 보완된다면 이곳 먹자골목을 오가는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금천이 발전하는 길은 그리 멀지도,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금천에 자리한 사무실과 공장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금천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즐겁게 술을 마시는 환경을 마련해주면 됩니다. 이곳이 교통만 편리해지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느냐? 분당 신도시의 정자동 부럽지 않은 카페거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가 있습니다. 사람이 오면 돈도 따라오는 법입니다. 사람이 오려면 막혀 있는 교통망을 오기 좋게 터줘야만 합니다.
밥만 먹고 술만 마시는 것만으로는 솔직히 부족합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동네로 금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만 합니다. 제가 그래서 차성수 전 구청장과 마주앉아 “구청장님께서는 주거, 교통, 교육의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먼저 집중하셔야만 합니다”라고 간곡하게 호소했던 것입니다.
구청장 혼자서 이 힘든 난제들을 해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노릇입니다. 그래서 저는 임기 내에 완결시키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말고 첫 삽만 성공적으로 뜨는 데 전념하라고 조언했었습니다. 첫 삽만 제대로 떠도 금천이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확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살기 좋은 동네는 젊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동네이기도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동네라야 아기들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금천의 보물단지인 가산디지털단지를 금천의 발전과 효율적으로 연계시켜야합니다.
금천은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또는 정치를 하려는 인사들은 경제를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그것도 아주 잘 알아야만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검증되지도 않은 황당한 정책을 2년 동안 실험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떤가요? 없는 사람들만, 가난한 국민들만 골병들게 만들었습니다. 정부는 일자리가 23만 개 증가했다고 주장하는데, 속내를 뜯어보면 공공기관에서 세금으로 억지로 만들어낸 단기 일자리를 빼면 실제로는 13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습니다. 2년간 54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붓고 거둔 초라한 성적표입니다.
성장의 결과가 소득입니다. 소득의 결과가 성장일 수는 없습니다. 국민들께서 “진보는 무능하다”고 합니다. 참여정부 당시 생겨난 아픈 추억이고 쓰라린 경험입니다. 한데 문재인 정부 시대에 들어와선 진보는 경제에 대해서는 무능하다 못해 아예 아무것도 모른다는 민심이 무섭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금천 지역만 보자면 철두철미한 더불어민주당 정권입니다. 국회의원,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전부 온통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했습니다. 민주당 간판만 달면 막대기를 꽂아놔도 당선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니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공천 희망자들이 사생결단으로 달려들기 일쑤입니다.
수십 년 동안 특정 정당의 독점과 독식이 이어지다 보니 다들 고정관념에 타성적으로 젖어 있습니다. 금천구와 가산디지털단지를 가르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담장을 허물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금천에서 정치를 한다는 인물들일수록 가산디지털단지에 되레 관심이 없습니다. 지역 유권자들이 단지 안에는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아니, 그 사람들을 여기에서 살게 만들 궁리를 하는 게 진짜로 금천을 위하는 정치인지를 전혀들 몰라요. 이제는 심지어 가산디지털단지를 싹 없애버리고 그 자리에 아파트 단지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몰상식한 사람들까지 나오고 있는 판국입니다.
가산디지털단지가 금천의 보물단지라면, 경부선 철도는 금천의 애물단지입니다. 누군가 추진력을 갖고서 지하화 공사에 과감하게 착수해야만 합니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미래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석수역부터 용산역에 이르는 선로 구간을 전부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언젠가는 서울시에서 제가 방금 거론한 공사에 나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누군가 꼭 첫 삽을 뜰 거라고 저는 봅니다. 왜나면 거기에서 비롯되는 부가가치가 실로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공사비용으로 추산되는 20조 원을 훨씬 웃도는 막대한 부가가치가요. 그럼에도 이 일에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저라도 총대를 메고서 공사를 추진할 작정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꼭 절실하게 해야만 하는 일이 있습니다. 고가도로를 내서건, 터널을 뚫어서건 가산디지털단지와 금천구를 명실상부한 한 몸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금천구와 가산디지털단지가 명실상부한 한 몸으로 거듭나면 우리가 더는 기념일에 광명을 갈 필요가 없습니다. 체육대회를 경기도에 가서 더 이상 치를 까닭이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금천은 무궁무진한 발전과 성장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내포한 지역입니다. 단지, 정부와 정치권에 금천을 발전시키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없을 따름입니다. 제가 금천과 가산디지털단지를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벌써 15년 전부터 소리 높여 외쳐왔습니다. 다만 생각을 실천에 옮길 기회를 아직은 잡지 못했을 뿐입니다. 기회를 잡지 못한 건 물론 전적으로 저 정두환의 책임임을 기꺼이 인정하고 통감합니다.
그러나 정두환이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까지도 기회를 잡지 못해선 안 됩니다. 금천은 기회와 가능성의 땅입니다. 제가 금천구의 국회의원이 된다면 다들 금천으로 이사 오십시오. 금천에서 모두들 부자 되실 겁니다.
공희준 : 마지막 결론이 뜻밖에 뭉클했습니다. 좋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두환 : 감사합니다.
인간 정두환은 1961년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나 다섯 살에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결혼하기 전에는 청량리 근처의 가난한 주택가에서 생활했으며, 결혼한 후에는 금천구의 서민층 동네에서 계속 거주해왔다.
정치인 정두환은 2002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하고, 한국가스공사에서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로는 다국적 컨설팅회사 KPMG에서 한국지사 본부장을 지내고 극동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였다. 국민의당 대변인과 당무혁신기획단장을 거쳐 현재는 바른미래당 금천지역 지역위원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