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 구로구는 집권여당의 원내대표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주요한 책임자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배출한 지역입니다. 더욱이 관내에 구로디지털밸리가 위치한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이기도 합니다.
전자는 구로갑 지역구의 이인영 의원이고, 후자는 구로을 지역에서 선출된 박영선 장관이다. 두 사람 모두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그럼에도 구로는 여전히 살고 싶은 동네보다는 떠나고 싶은 동네로 국민들 사이에 인식되고 있습니다. 구로가 떠나고 싶은 동네에서 살고 싶은 동네로 탈바꿈하려면 이 지역에 어떠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할까요? 그리고 구로구를 변화와 혁신이 사라진 동네로 만들어낸 주요한 원인이라고 평가될 수 있는 특정정당의 정치적 독점과 독식 구조를 깨려면 어떠한 방법과 대안이 필요할까요?
구로의 천지개변을 이루고 싶다
김철근 : 구로는 서울도심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서울특별시의 서남쪽 끝자락에 해당하는 지역입니다. 구로를 변두리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던 이유입니다. 저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경기도까지 폭넓게 시야에 아우르며 본다면 구로는 서울의 입구이자 관문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올라오는 분들에게 구로의 모습은 첫 번째로 만나는 수도 서울의 모습인 것입니다.
구로는 신촌과 서대문, 그리고 영등포와 같은 번화한 부도심 지역으로 발달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곳입니다. 구로구는 서울의 금천구, 영등포구, 양천구와 인접해 있습니다. 경기도의 부천시, 광명시와 맞닿아 있습니다. 여기에 구로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서울 관악구와 경기도 안양시까지 더하면 400만 명에 가까운 엄청난 인구가 구로와 이런저런 관계를 맺으며 일상생활을 영위해가고 있습니다.
저는 구로가 이 400만 명의 서울시민과 경기도민들이 와서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하고 발돋움해야만 한다는 장기적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구로가 이러한 방향으로 착실하게 업그레이드가 되려면 여러 가지 일들이 적기에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중 우선적 과제가 구로의 열악한 교통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입니다.
구로분단 극복의 길, 철도 지하화
구로는 분단된 지역입니다. 경의선 전철과 경부선 철도가 구로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탓입니다. 철도를 따라서 남북으로 두 동강 난 구로를 다시 이으려면 철로를 지하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구로 지역을 통과하는 구간만 일단 염두에 둔다면 지하화가 요구되는 구간은 6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토목기술이 놀랍도록 발전한 시대입니다. 구로를 지나가는 철로의 지하화 공사에 1km당 1천억 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건 공사비 6천억 원에 예비비를 보태고, 여기에 예상되는 물가 상승분까지 추가로 고려해도 1조 원 이내에서 기존 지상구간을 지하 30미터 아래의 지중구간으로 충분히 바꿔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 공사는 1년 내에 완공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닙니다. 최대 4~5년이 걸릴 수도 있겠죠. 그래도 예비비와 물가 상승분,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돈을 전부 계산해도 1조 원 안에서 완성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될 수가 있습니다.
이 1조 원은 비용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투자입니다. 선로가 땅속으로 들어간 드넓은 지상공간은 공원으로 가꿔질 수도 있습니다.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도 있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크게 될 다양한 상업시설들이 들어설 수도 있습니다.
1조 원의 공사비는 새로이 얻게 될 싱싱한 지상공간을 효과적으로만 활용하면 힘들지 않게 그 비용을 뽑아낼 수가 있습니다. 이건 단지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예측하는 일입니다. 제가 이 정도 말씀만 드려도 구로를 남북으로 분단시킨 철로의 지하화가 구로 발전의 핵심적 전제조건이 되는 까닭을 이해하시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실제로 검증된 사례도 이미 존재합니다. 연남동의 명물인 연트럴 파크가 어떻게 생겨났습니까? 마포구를 통과하는 경의선 철도를 지하화한 덕분에 만들어질 수가 있었습니다. 저도 가끔씩 연트럴 파크에 가보면 마치 유럽의 유명한 공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합니다. 그러니 홍대입구와 연남동 일대의 상권이 자연스럽게 살아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로구 철길이 지하화되면 연트럴 파크를 몇 개는 너끈히 만들고도 남을 수 있는 새로운 땅이 확보됩니다. 구로구가 천지개벽할 수 있는 계기와 토대가 확실히 마련됩니다. 저는 구로의 천지개벽을 제 손으로 꼭 이뤄내고 싶은 꿈과 소망이 있습니다.
구로의 교육환경, 이대로는 안 된다
구로가 머물고 싶은 곳이 아닌 떠나고 싶은 곳이 된 현실, 저도 솔직히 인정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구로가 떠나고 싶은 동네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교육 문제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구로에서는 자녀가 중학교에 입학하거나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이 되면 많은 분들이 목동으로 이사를 나갔습니다. 이런 현상이 하나의 추세로, 흐름으로 정착이 됐어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목동이 구로보다는 교육 여건이 좋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물론 구로에서도 나름대로의 교육 투자는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크게 부족합니다. 왜냐면 다른 지자체들도 구로에서 하는 만큼의 투자는 모두들 하고 있거든요. 아이들 교육을 위해 구로를 떠나려는 학부모들이 마음을 돌려세우는 데는 현재의 노력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특정한 학교들을 거명하는 것을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구로구 부일로에는 우신고등학교가 위치해 있습니다. 이 학교가 자립형사립고였다가 이걸 포기했습니다. 더 이상은 자립형사립고등학교가 아니게 된 겁니다. 구로구 오리로에는 세종과학고등학교가 자리해 있습니다. 아주 유명한 학교입니다. 문제는 이 세종과학고등학교에 막상 구로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입학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런 맹점들을 구로 지역의 정치와 행정을 주도하는 힘 있는 분들이 나서서 해결해줘야만 하는데, 현재는 그냥 수수방관만 하는 분위기입니다.
구로구 내의 또 다른 지역격차
구로구와 다른 지역 사이의 불균형도 심각하지만, 구로구 지역 내의 동네 간 격차도 작다고만은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대중교통의 첨병인 전철 노선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신도림동과 대림동에는 전철역이 여럿 설치돼 있습니다. 반면에 고척동과 개봉동과 오류동 지역은 역들이 몇 개 있지 않습니다. 그것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구로에서 다른 지역으로 통행하려면 1호선 전철에만 거의 의존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신정네거리에 신설된 예정인 새로운 지하철 노선을 고척네거리를 거쳐 개봉역이나 구일역까지 연결되도록 연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원활하게 오갈 수 있는 편리한 대중교통망이 반드시 구축돼야 합니다. 1호선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탈피할 수 있는 교통수단의 다변화가 지금의 구로에는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입니다. (②편에서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