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 ‘시흥’ 하면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서울의 시흥동을 먼저 떠올릴 정도로 시흥시는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미미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고 제정구 의원이 타계한 이후로는 시흥시를 대표할 만한 유명 정치인도 20년 동안 나타나지 않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렇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지역 취급을 받고 있는 시흥시에 한 가지 도드라지게 발달된 것이 있습니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라는 당명을 달고 있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체제입니다. 이 양대 거대 정당이 시흥시에 확고하게 구축해놓은 그들만의 기득권 구조는 시흥시가 누구나 잘 알고 있고, 누구나 자주 찾고 싶고, 누구나 오랫동안 살기를 바라는 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무거운 족쇄 구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흥시가 거대 양당 기득권 체제의 아성에서 제3당 돌풍의 진원지로 거듭나려면 시흥시의 지역 정치에 어떠한 변화와 동력이 필요한지 말씀해주십시오.
시흥시 국회의원들, 대진운이 좋았다
임승철 : 시흥시가 존재감이 아직 크지 않은 현실은 저도 인정합니다. 시흥시 출신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눈에 띌만한 특별한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부분 역시 인정하겠습니다.
시흥시에서 선출된 지역구 정치인들이 존재감이 미미한 건 선거에서 겨뤘던 경쟁자들이 약체였던 덕도 큽니다. 먼저 저희 바로 옆 지역구인 시흥시 을을 살펴보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벌써 손쉽게 4선 의원 고지에 도달했습니다. 5선도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입니다.
조정식 의원이 4선을 하는 과정에서 세 번을 특정한 인물에게 계속 이겨왔습니다. 문제는 이 분이 한나라당 시절부터 꾸준히 후보로 등판했는데 재력가라는 점을 빼놓으면 별다른 경쟁력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친박으로 분류돼 공천은 꼬박꼬박 받았습니다. 그러니 지역에서 어떤 말이 돌겠어요? 조정식 의원이 상대 후보에게 1년에 한 번씩 크게 한턱 쏴야 한다는 뼈 있는 농담이 인구에 회자될 지경이었습니다.
제가 있는 시흥시 갑은 한 사람의 일방독주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함진규 현 의원과 얼마 전까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서 민정비서관을 지낸 백원우 전 의원이 리턴매치를 되풀이하면서 국회의석을 주고받았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현재까지의 승패를 종합하면 2승 2패입니다.
시흥시가 서민층과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임을 감안하면 이는 내용적으로는 무승부가 아닌 백원우 전 의원의 완패에 가깝다.
백원우 전 의원이 누구입니까? 친노 5인방으로 때로는 각광받고, 때로는 눈총받아온 인물입니다. 그런데 친노와 비노를 따지기에 앞서서 지역에서의 백 전 의원의 평판이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 까닭에 더불어민주당이 초강세를 보였던 2016년의 20대 총선에서조차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습니다. 이는 함진규 의원이 대진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제가 국민의당 후보로 나오는 바람에 표가 갈려서 함진규가 어부지리를 거뒀다고 주장하는데, 이건 무책임한 ‘남 탓’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시흥시에서 질 수 없는 선거를 연거푸 진 셈입니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최악의 조건에서 승리한 격이고요. 백원우 전 의원의 경쟁력이 신통치 않은 것으로 거듭 확인된 이 상황에서 저는 인물의 경쟁력으로는 저 임승철과 함진규 의원이 일단은 앞서가는 것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물론 자평입니다. (웃음)
시흥의 유명 정치인은 제정구 전 의원이 마지막
시흥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수시로 거론되곤 합니다. 여기에서의 후보 단일화는 당연히 저와 더불어민주당 당적 후보자의 단일화를 가리킵니다. 민주당 쪽 인사들이 특히나 후보 단일화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백원우 전 의원은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의 공천을 받고서도 함진규 의원에게 패배했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으로 간판을 바꿔 단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할 즈음에 많은 분들이 저는 탈당하지 말라고 만류했습니다. 제가 새정치민주연합에 잔류하면 시장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배지까지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제가 백원우 전 의원과 경선을 치르면 승산이 충분이 있다는 게 지역구에서의 중론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함진규 의원을 상대로 하는 본선 경쟁력은 제가 우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왜 이렇게 제 자랑처럼 들릴 수 있는 말들을 조금은 구구절절하게 늘어놓았겠습니까? 최근에 시흥시에서 여의도에 입성한 정치인들을 당선이 된 게 아니라 당선을 당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흥갑의 함진규 의원과 시흥을의 조정식 의원의 처지는 어쩌면 2018년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상황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 당시에 축구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자력으로 진출한 것이 아니라 강제로 진출을 당한 것이라는 조롱 섞인 비판을 축구팬들로부터 수시로 들을 정도로 예선기간 내내 졸전에 졸전을 거듭했었다.
시흥이 존재감을 가진 도시로 도약하려면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과 지역을 표상하는 브랜드의 두 가지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먼저 인물 위주로 언급하면 고 제정구 의원이 고인이 된 이래로 시흥 출신의 내로라하는 현역 정치인이 없습니다.
고 제정구 전 의원(1944~1999)은 그의 마지막 정치적 행보로 말미암아 세간에 호오가 엇갈려왔다. 박계동 전 의원은 제정구가 옳았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맹공한 바가 있다. 제정구와 정치적으로 결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을 노무현과 문재인 두 정치인이 모두 집권에 성공한 데 반해, 동교동계 인사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로 권력 수뇌부에 진입하지 못한 최근의 한국정치사를 감안하면 제정구가 옳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제정구가 이겼다고는 중간평가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임승철 위원장이 아닌 순전히 필자 본인의 견해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손학규 차출론은 어떻게 나왔나
제가 아직은 정치 분야에서는 신인입니다. 제가 제정구 전 의원을 필적하거나, 더 욕심을 내자면 능가하는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일단은 최선의 시나리오일 수 있습니다. 시흥시는 거물의 출현에 목말라하는 지역입니다. 요즘 시흥 일각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시흥으로 데려와 출마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드는 정서적 배경입니다.
손학규 대표의 원래 고향은 현재의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만 할 일이 있습니다. 서울의 시흥동이 경기도 시흥에서 분리돼 서울로 편입된 지역이라는 점입니다. 손학규 대표가 경기도 시흥 태생으로도 분류될 수가 있는 까닭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만약에 손학규 대표가 시흥시에서 출사표를 던져도 그건 연고지에서 입후보하는 모양새가 됩니다. 제가 얼마 전에 손학규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시흥에서 출마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씀을 드렸더니 빙그레 웃으시더라고요. 이웃한 지역구에 손학규 대표가 나오면 저에게도 솔직히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제공하게 됩니다. 물론 아주 중요한 전제조건이 따라붙습니다. 당의 지지율이 10프로 대를 회복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당의 뒷받침이 없이는 이 모든 가정은 저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하게 됩니다.
이 부분을 설명할 때 임승철 의원장은 약간은 힘없이 말끝을 흐렸다.
시흥시에는 국민들이 이름만 들어도 단박에 알만한 존재감 있는 정치인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외부에서 영입하든, 내부에서 육성하든 더 늦기 전에 그런 인물이 반드시 나타나야만 합니다.
시흥 자체의 힘만으로는 시흥시가 제3지대 돌풍의 진원지로 떠오르기가 몹시 힘이 듭니다. 그러므로 중앙정치 차원에서의 엄청난 분발과 획기적 쇄신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모든 일을 중앙에서 좌지우지하는 소용돌이의 정치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해왔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지역 단위에서 선풍을 일으켜 전국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일이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안철수 신드롬’에 힘입어 지난 몇 년 동안 뭔가 새로운 것이 될 듯, 될 듯 하기는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툭 까놓고 말해서 기존 양당제를 혁파하기 위한 동력이 전부 고갈이 됐습니다. 안풍이 불기 직전의 상황만도 오히려 못하게 되었습니다.
일부에서는 공식적으로 지역당을 표방하면서 거대 양당 체제에 도전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지역정당이 아직은 합법화돼 있지가 않습니다. 당장 정당 창당 요건만 봐도 단박에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제3의 길을 모색하는 흐름의 중심 역할을 중앙정치가 위에서부터 담당해줘야 합니다. 저는 그와 같은 토대 위에서 재편과 소생을 이뤄낸 다음 비록 바람직한 방식은 아닐지언정 하향식으로 당을 건설 내지 복원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과서에서 권장되는 하향식이 아니고요.
기존의 자산을 재활용해 제3지대를 재건하는 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여론조사상의 정당지지율을 보십시오. 바른미래당은 4프로가, 민주평화당 2프로가 각각 나옵니다. 둘이 합쳐봐야 10프로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런 빈약한 지지기반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이합집산을 거듭해봐야 내년도 21대 총선에서 승리는커녕 생존마저도 장담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평범한 90프로 국민과 함께하겠다
저는 요즘 ‘리셋(Reset)’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 중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뜻입니다.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안철수 정치가 실패한 주요한 원인은 새정치가 무엇인지를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게끔 구체적 메시지로 대중에게 전달하지 못한 데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제3의 길의 정체성이 보수로의 투항 아니냐는 의구심마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저는 제3의 길은 모호하지도, 추상적이지도 않다고 확신합니다. 제3의 길은 상위 10프로에 속하는 사회귀족층과 특권기득권층에 맞서자는 이념이고 사상입니다. 소득수준과 재산수준이 상위 10퍼센트에 들어가지 않는 나머지 90프로의 서민대중과 중산층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 관철시키자는 철학이자 노선입니다. 이와 같은 기치를 명확히 내걸어야 더불어민주당에 흡수당하지 않고 자유한국당에 제압당하지 않는, 힘없는 서민들과 평범한 중산층을 위한 수권 가능한 대안정당을 확실하게 만들고 지켜낼 수가 있습니다.
재벌과 건물주로 구성되고, 공무원과 거대 정규직 노조로 이뤄진 상위 10프로는 한국사회의 주류이고 인사이더입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90퍼센트의 서민과 중산층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아웃사이더이자 진짜 비주류입니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아웃사이더와 진짜 비주류들을 위해 헌신하고 분투하는 선명한 정당이 있어야만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그 결과 재벌과 건물주를 위한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공무원과 거대 정규직 노조를 위한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적대적으로 공존하면서 국회는 물론이고 정권까지 번갈아 장악해왔습니다.
여태까지의 제3의 길은 이름만의 제3의 길이었습니다. 무늬만 제3의 길이었습니다. 뼛속까지 제3의 길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환경과 여건이 무르익기만 마냥 하염없이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저는 외부의 조건이 호전되기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만은 않을 계획입니다. 이곳 시흥시에서부터 재벌도 아니고 건물주도 아닌, 공무원도 아니고 이를테면 민주노총 조합원도 아닌 90퍼센트 서민대중과 중산층을 위한 정치활동을 주체적으로 힘차게 벌여나갈 작정입니다. 기회의 여신은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오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②편에서 계속됨…)
임승철 바른미래당 시흥시 갑 지역위원장의 의견에 대한 경기도 시흥시 지역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반론 인터뷰 요청을 적극 환영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