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투데이=박혜성 기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별세했다. 향년 97세.
이 여사가 이사장을 맡아온 김대중평화센터는 "이날 오후 11시 37분 이 여사가 소천했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지난 3월부터 노환으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 VIP 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수차례 입·퇴원을 반복해온 가운데, 앓고 있던 간암 등이 최근 악화돼 며칠 전부터는 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부터는 혈압이 크게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되는 위중한 상황이 이어졌고, 김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두달 여 앞두고 별세했다.
1922년 태어난 이 여사는 이화여고와 이화여전,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미국 램버스대를 거쳐 스카렛대를 졸업했다.
귀국 후에는 이화여대 사회사업과 강사로 교편을 잡는 한편 초대 대한YWCA 총무 등을 역임하며 여권 신장에 기여한 여성운동가로 활동했다.
1962년 김 전 대통령과 결혼했으며, 이후 47년 간 옥바라지와 망명, 가택연금 등 고초를 함께 겪으며 정치적 동지로서 격변의 현대사를 함께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총선과 대선에 출마했을 때 찬조 연설에 나서는 등 조력자 역할을 했다. 독재 정권 치하에서 구금됐을 때는 양심수 석방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70대를 넘어선 나이에 '퍼스트 레이디'로서 활발한 내조를 벌였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사회봉사 단체 '사랑의 친구들'과 '여성재단'을 직접 설립, 마지막까지 고문직을 맡는 등 아동과 여성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김대중 정부 후반기인 2001년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첫 여성부가 출범하는 데에도 이 여사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미경 한국국제협력재단 이사장,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 여성계 인사들의 정계 진출을 돕기도 했다.
2009년 8월 18일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엔 재야와 동교동계의 정신적 지주로서 중심을 잡아왔고, 마지막까지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자리를 지키며 의욕적으로 대북 사업을 뒷받침해 왔다.
이희호 여사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4일이며, 당일 오전 7시 고인이 장로를 지낸 신촌 창천교회에서 장례 예배가 열린다.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