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 시작한 이래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져만 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시민들의 안전과 불안 해소를 위해 확진자들의 동선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2차 피해’를 입는 사람도 늘어가고 있다.
지난 9일 시흥시에 거주하는 일가족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5·26·27번째 확진이다. 해당 환자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환자들의 이동 동선을 공개했다. 환자들은 동네 마트, 식당 등을 방문하고 방역을 진행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한편 확진자들이 방문한 가게의 경제적 피해를 미연에 막기 위해서다.
시흥시에 확진자가 나온 이래로 5일, 서남투데이는 14일 시흥시를 찾았다.
확진자 방문지역 소상공인 매출 감소세···“매출 80%는 줄었다”
확진자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한 마트는 직원 중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자라는 악성 루머에 시달렸다. 이 마트는 입구에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해당 루머는 사실이 아니라는 안내문을 붙여뒀다.
해당 마트의 직원은 “2차례나 방역을 했지만 매출이 80%는 줄었다”며 “질본이 발표한 동선의 가게뿐만 아니라 이 근처가 다 (매출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로 지역 경제가 통째로 가라앉은 것이다.
확진자가 발생한 매화동은 더욱 조용했다. 매화동은 원래부터 시흥시 외곽에 위치해 주변이 논과 밭이며, 지역 상권도 규모가 작은 편이다. 2020년 1월 기준 매화동의 인구는 12,496명이다. 이미 작은 상권의 규모가 더욱 죽어가는 셈이다.
한 식당은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두세 명밖에 되지 않았다. 종업원은 “원래부터 한산한 지역이긴 하다”고 말하면서도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시흥시, 경제 대응에 총력···진영 장관도 방문
임병택 시흥시장은 지난 10일 코로나19 확진자 거주지인 매화동에 천막 시장실을 설치했다. 시장이 직접 현장에 머무르면서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임 시장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천막 시장실에서 직무를 보고 있다. 또한 확진자가 다녀간 곳들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접 시흥시를 방문했다. 진 장관은 확진자가 다녀간 마트 등을 방문하고 시흥시 지역화폐 ‘시루’로 식료품을 구입함으로써 시민들의 소비생활을 독려했다.
방역도 이미 2차례나 완료된 상태다. 시흥시는 확진자 주변 이동경로에 있는 행정복지센터, 도서관과 학교, 어린이집, 아동센터의 방역을 완료했으며, 대중교통에 대한 방역과 정기소독도 진행중에 있다.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은 상태다. 매화동의 한 가게 직원은 “이미 방역도 다 마친 상태지만 매출이 다시 오르진 않는다”라며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다. 뭘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시흥시 대응하고 있지만···주민은 "들은 바 없다"
시흥시는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지난 5일 지역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해 경제TF를 구성했다. 지역경제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피해와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한편,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공무원의 지역 상권 이용을 장려하고, 일부 행정복지센터는 주민들에게 손소독제, 항균 비누를 배포하고 있다. 시흥시 공직자 노동조합은 지난 14일 자가격리대상 지정 가구에 위문품을 전달하는 등 위로를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침은 실효성은 고사하고 소상공인에게 전해지지도 않는 실정이다.
확진자가 방문했다고 알려진 마트 주인은 지자체의 지원정책에 대해 들은 바가 있냐는 질문에 “아직 들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보도자료는 저도 시청 홈페이지에서 봤지만 (지자체로부터) 내려온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