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호남당’이 어때서 (1)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2-17 15:21:08

기사수정
  • 문재인 정권이 호남 정권임을 인정하자

문재인 정권은 호남 정권이 맞다


더불어민주당이 호남당의 위치를 차지해버린 상황은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같은 진짜 호남 정당들의 입지를 심각하게 위축시켰다. 사진은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 유성엽 대안신당 의원(왼쪽부터)이 세 정당의 통합에 합의한 다음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출처 : 민주평화당 홈페이지) 

문재인 정권은 권력의 상층부는 부산경남 출신의 출세하고 성공한 엘리트들이 구성하되, 기층의 지지기반은 호남 태생의 평범한 유권자들로 이뤄지는 대단히 특이한 분업체계를 형성해왔다. 호남 유권자들은 부산경남 출신 엘리트들에게 실질적 형태의 부와 권력과 명예를 제공한다. 부산경남 엘리트들은 호남 태생의 유권자들에게 “문재인 정권은 호남 정권”이라는 일종의 정신승리와 비슷한 안도감을 선사한다.


필자처럼 고향이 호남이 아닌 사람들의 제3자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호남인들의 정신승리가 종종 답답하고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호남이 오랜 세월에 걸쳐 겪어온 지독한 차별과 배제로 점철된 수난과 형극의 역사를 생각하면 그와 같은 소박한 정신승리의 기쁨까지도 호남 유권자들로부터 깡그리 빼앗아가는 짓은 엄청나게 인색하고 몰인정한 소행일지 모른다. 소박한 정신승리가 안겨주는 일시적 마취효과마저 강제로 박탈당한다면 호남과 호남인들이 직면한 객관적 삶의 조건은 가일층 열악하고 고통스러워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요즘은 ‘문재인 정권=호남 정권’이라는 대다수 호남 유권자들의 인식에 흔쾌히 보조를 맞추는 쪽으로 입장을 명확히 정리했다. 더욱이 문재인 정권의 참담한 실패가 구체적이고 불가역적인 현실로 나날이 굳어져가는 지금, 호남이 문재인 정권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홀로 오롯이 전적으로 껴안겠다고 자청하니 호남인들에게 정말 매우 감사할 노릇이다.


특정한 정권의 몰락은 원칙적으로 결국에는 국민 전체의 공동책임이어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호남인들 스스로가 문재인 정권의 총체적 실패에 관해 “내 탓이오!”를 큰소리로 외치는 모양새가 희비극적으로 펼쳐지는지라 나는 솔직히 적잖이 안도가 되는 터이다.


문재인 정권의 실패는 왜 호남의 실패로 자리매김할 예정일까? 문재인 정권의 독주와 오만에, 무능과 무책임에 호남은 제때 제동을 걸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호남의 압도적 지지와 무조건적 응원은 문재인 정권의 개혁성과 도덕성을 강화하기보다는 문재인 정권의 전면적 부패와 타락에 되레 가속도만 붙여주고 말았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호남이 호랑이고 문재인 정권이 사람인지, 아니면 역으로 호남이 사람이고 문재인 정권이 호랑이인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단지 확실한 부분은 둘이 더불어 존재하는 모습이 이제는 호랑이 등에 사람이 올라탄 형국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호남은 문재인 정권의 등에서 내릴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권 또한 호남의 등에서 내려오기가 불가능해졌다. 호남과 문재인 정권은 드디어 완벽한 운명공동체가 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주를 갑자기 찾은 건 자신이 호남이라는 호랑이에서 내려올 수 없는 처지임을 은연중에 자인한 격이다. 정동영, 천정배, 박지원 등의 호남 출신의 내로라하는 유수의 정치인들조차 본인들의 지역구에서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가 몹시 어렵게 된 구도는 호남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권의 등에서 설령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가 없게 된 찜찜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을 통렬하고 적나라하게 반영한다. 호남과 문재인 정권은, 문재인 정권과 호남은 갈 수 있는 데까지 함께 가보는 수밖에 더 이상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


호남을 상대로 부산경남 출신의 기득권 엘리트들이 저위험-고수익(Low Risk-High Return)의 정치적 부재지주(不在地主) 노릇마저 급기야 태연히 하게 된 배경에는 영남당 간판으로는 대권을 잡을 수 있어도, 호남당 브랜드로는 정권을 창출할 수가 없는 한국정치 특유의 고질적인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가 자리해 왔다. 문재인 정권이 명색이 호남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호남 유권자들이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표정을 짓는 연유이다.


오랫동안 호남과 영남의 관계는 영락없는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관계였다. 그러므로 호남의 전략적 선택의 절반은 뜨거운 정의감에서, 나머지 절반은 영남에 대한 전통적 공포감에서 비롯되었다.


대구경북은 포장지도 영남이고, 내용물도 일관되게 영남인 정치를 해왔다. 부산경남은 콘텐츠는 영남이나, 디자인 측면에서의 영남 색깔은 상대적으로 옅었다. 어차피 모든 정권은 영남 정권이기 마련이었던 강고한 영남 패권주의 체제에서 이왕이면 영남색이 덜한 부산경남 계열의 영남 정권을 선호해온 건 호남인들로서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정치사회적 자위권의 발동이었다. (②에서 계속됨…)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미일 정상회의, 인도·태평양 안정과 번영 위한 협력 강화 윤석열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다각적 협력을 약속했다.11월 15일(현지시간) 페루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한 공동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조...
  2.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 유럽 본격 공략 삼성전자가 11월 14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전역에서 모인 인플루언서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비스포크 AI 콤보’를 소개했다.비스포크 AI 콤보의 유럽 출시에 맞춰 진행된 이번 행사는 15개국의 인플루언서와 미디어 60여 명이 참여했으며, 소비자의 일상을 개선하는 비스포크 AI 콤보의 특장점을 테마인 △공간 절약(Save Spac...
  3. 이재명 "지역화폐로 골목경제 살려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일 수원 영동시장에서 열린 전통시장·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지역사랑상품권 국고 지원 재개를 촉구하며 골목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이재명 대표는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현 정부의 지역화폐 예산 삭감을 비판하며 "지역화폐를 통해 돈이 지역에서 순환하고 골목경제...
  4. 구립도화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 창업가 양성 프로젝트 ‘유쎄오’ 성료 구립도화청소년문화의집(관장 이진희)에서 운영하는 ‘2024년도 우수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된 청소년 창업 프로젝트 Youth CEO 프로젝트 ‘유쎄오’가 5월 25일(토) 첫 회기를 시작으로 10월 26일(토)까지 총 11회에 거쳐 20명의 창업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과 함께 진행했다.여성가족부(장관직무대행 신영숙)와 한국.
  5. 한국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 `교통사고 줄이기 한마음대회` 개최 한국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본부장 권기환)는 교통안전 의식 제고와 선진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2024 교통사고 줄이기 한마음대회`를 21일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대강당에서 개최했다.경기남·북부경찰청이 주관하고,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김호승 경기북부경찰청장, 이상로 경기도북부자치경찰위원장 등 ..
  6. 윤석열 대통령, APEC CEO 서밋에서 `연결, 혁신, 번영` 비전 제시 윤석열 대통령이 APEC CEO 서밋에서 `연결, 혁신, 번영`을 주제로 아태 지역 협력 방향을 제시하며,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아태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윤석열 대통령은 11월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 참석해,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세 가지 중점 과제인 ‘연결’(Connect), ‘혁신&r...
  7. 윤 대통령, 한일 정상회담서 "셔틀외교 지속… 협력 강화 합의" 윤석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 지속, 양국 협력 강화, 북한-러시아 군사협력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며 한일 관계 발전의 의지를 재확인했다.윤석열 대통령은 11월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약 50분간 진행된 이번 회담은 APEC 정상회의 참석 중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