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투데이=안정훈 기자] 경기도가 도민 전체에게 10만원씩 지급한다는 ‘재난기본소득’ 방침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던 장덕천 부천시장이 이틀 만에 “제 잘못이다”라며 사죄글을 올렸다. 부천시를 제외해서라도 기존 방침대로 간다는 경기도의 압박 때문이다.
이재명 “모두에게 10만원씩” 장덕천 “소상공인에 400만원씩”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4일 “모두가 어려운데 복지정책도 아닌 경제정책에서 세금을 더 많이 낸 사람을 제외하는 이중차별을 할 수 없었다”며 도민 전체에게 10만원씩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장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부천 인구 87만명에게 10만원씩을 지급하면 870억원이 소요된다”며 “이렇게 하는 것보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2만여명에게 400만원씩 주는 게 낫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장 시장은 이러한 의견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경기도가 전 도민에게 준다는 재난기본소득을 부천시민만 제외하고 지급하는 방안까지 논의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강경대응에 장 시장은 25일 “도 차원의 지급에 대한 협의가 완료된 것으로 시장으로서 더 이상의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부천시는 빠른 지급과 그 효과가 최대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장 시장이 한발 물러났지만, 경기도의원들은 부천시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부천지역 도의원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부천시민들을 혼란에 빠뜨린 부천시장의 공개적 사과와 반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덕천 “제 잘못이다” 사과···이재명 “월권이자 도정방해” 비판
결국 장 시장은 26일 “내부적으로 사전에 개진햇으면 좋을 제 의견을 외부로 표출함으로 인해 속도가 필요한 정책들이 영향을 받아 조치가 늦어질 우려가 생겼다”며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 잘못이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도 제가 지지하는 정책 중 하나”라며 “단체장 모두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어렵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부천시가 반대를 철회한다니 다행”이라면서도 장 시장의 행동에 대해 “월권이자 도정방해”라고 비판했다. 그는 “87만 시민 모두에게 10만원을 지급하는 도 정책과 달리 소상공인 2만 명을 골라 400만원씩 지급하고 싶으면 이미 결정된 도 정책을 바꾸라는 불가능한 요구를 할 게 아니라 도 정책은 그대로 집행하고, 선별지원은 부천시 예산으로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부당한 주장으로 도의 재난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시군 때문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반대시군을 빼고 급한대로 다른 시군에 먼저 집행한 후, 끝까지 반대하면 부천시에 지급예정이던 예산으로 추가 기본소득을 권장하기 위해 추가 지급하는 시군에 더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반대가 나올 경우 빼고 갈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한편, 경기도는 4월부터 1인당 4만원씩, 4인 가족일 경우 40만원씩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급대상은 23일 24시 기준시점부터 신청일까지 경기도민인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