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투데이=안정훈 기자] 어린이집 원장이 보육교사들에게 지급한 임금을 강제로 돌려받는 ‘페이백’ 실태가 고발 후 괴롭힘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발당한 원장이 신고자를 색출해 괴롭히고 협박했다는 주장이다.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는 28일 오전 11시께에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페이백 문제를 비판하고, 그간 취합된 사례 70여 건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날 노조는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페이백(임금을 되돌려받음) 강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를 지자체나 관련 부처에 신고한 교사는 2차 피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러한 신고 후 괴롭힘이 가능한 이유가 보건복지부의 부실한 조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고된 어린이집에 대해 특별지도 점검을 실시하고, 지방자치단체, 고용노동부 등과 협조해 무관용 원칙 아래 단호히 조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보건복지부 발표를 확인한 전국의 다수 보육교사가 복지부가 안내한 관계기관 신고처로 개별 신고를 진행했다”며 “이후 지자체, 복지부, 고용노동부 등에 페이백 사례를 신고했으나 부실 행정 및 그에 따른 원장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제보가 노동조합에 다수 접수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경기도의 몇몇 지자체는 담당 공무원이 임금 미지급이 신고된 원장에게 직접 전화해 신고된 사실을 통보하고 어린이집 차원에서 해결하라고 권고했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 원장이 “임금을 모두 지급했다”고 답변하자 조사를 종료했다. 이후 원장은 보육교사를 일일이 지목하며 “나갈 게 아니라면 신고했겠느냐”며 2차 가해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어린이집의 경우도 원장이 “폐원되면 네 책임”이라거나 “널 고소하겠다”고 협박하고 페이백 동의 서명 등을 강요하는 등의 사례가 이어졌다.
이날 노조는 총 3가지 유형의 8개 사례를 들었으며, 이 외에도 총 70여 건의 페이백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신고가 주로 접수된 지역은 ▲인천시 서구 ▲용인시 기흥구 ▲의정부 ▲시흥 ▲경상남도 경주 ▲경상남도 양산 ▲광주시 ▲창원시 진해구 ▲제주시 ▲서귀포시 등이다.
노조는 특정 지역에서 어린이집 원장 네트워크를 통해 페이백 수법이 공유되고 있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에 체계적인 현장조사를 요청했다. 아울러 현장조사를 시행할 땐 ▲보건복지부 총괄의 특별조사로 진행할 것 ▲사전통지 없이 조사할 것 ▲원장이 아닌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할 것 ▲신고자와 조사대상자 모두에게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주요내용을 안내할 것 ▲자발적 페이백 동의서도 진위여부를 철저히 확인할 것 등의 원칙을 전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은 “기자회견이 끝나면 페이백을 중심으로 무급휴직 강요 등 코로나19 기간 갑질 사례로 제보된 약 70개의 어린이집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다”며 “신고자 선생님들을 부실조사 행정과 원장의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