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용인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지역 감염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 주점 등을 방문해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7일 국민일보의 '[단독]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 기사를 시작으로, 많은 언론들이 '게이' 클럽을 강조한 보도를 쏟아냈다.
‘게이’ 클럽을 강조한 보도가 감염 예방과 방역에 도움이 되는가를 묻는다면, 답은 ‘아니’다. 확진자가 발생한 클럽 방문자들이 신상 노출을 우려해 몸을 숨기는 경향은 ‘대구 확진자 부산 클럽 방문’ 사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에게는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공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해졌다. 방역당국과 지자체도 그들이 역학검사 협조에 소극적으로 나설 것을 염려해 익명검사 등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도 7일 페이스북을 통해 “혐오를 바탕으로 여론을 선동하는 것은 질병을 음지화할 뿐 예방과 방역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것은 자가격리가 필요한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검사 또한 어렵게 만드는 해악이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민일보는 8일 ‘이태원 클럽 방문자 코로나19 확진... 동성애자들의 생각은?’, ‘남성 동성애자 활동 패턴 알아야 코로나19 막는다’, 9일 ‘“결국 터졌다”... 동성애자 제일 우려하던 ‘찜방’서 확진자 나와‘, 11일 ’동성애자들이 숨자 신천지가 비웃기 시작했다‘ 등의 보도를 이어갔다.
언론들이 ‘게이’나 ‘동성애자’를 유독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우리 사회에 내재돼 있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감의 표현 그 자체다.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와 다르게 활동하는 특정 패턴과 공간이 있다는 식의 보도를 통해 ’일반인‘과 다른 부류라고 강조하며 혐오감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성소수자를 강조한 보도는 기성 언론 영향력이 혐오의 배출구로 사용되는 전형적인 예다. 네티즌들은 기사 댓글을 통해 동성애자를 싸잡아 비난하거나,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표현들을 쏟아낸다. 레거시 미디어가 포탈 이용자들에게 성소수자를 비하하고 모욕할 수 있는 장을 깔아준 것이다. 그곳에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토론과 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클럽 방문자의 검진 권고가 아니라 성소수자로만 초점이 맞춰진 이유는 성소수자들이면 누구나 잠재적 가해자, 관리가 필요한 대상 집단이란 인식을 드러낸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외신도 보도를 통해 우려를 나타냈다. 9일(현지시각)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일부 언론이 성 소수자가 주로 찾는 장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상황을 구체적이고 선정적으로 다루면서 차별받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동성애를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성 소수자를 수용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차별도 넓게 퍼져 있다"고 전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언론의 인식은 지난 2월 트랜스젠더 여성이 최초로 여대에 최종 합격했던 사안을 다룬 기사에서도 나타난다. 대부분 언론이 합격자를 ‘트랜스젠더 A씨’라고 지칭했다. 여기엔 성소수자를 특수한 존재라고 치부하는 인식이 깔려있다. 보통, ‘이성애자 A씨’라고는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언론이 흔히 사용하는 ‘여성 A씨’, ‘남성 B씨’ 등의 표현처럼, 개인의 정체성을 ‘성’으로 구분하지 않는 것이 상식인 시대 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반증이기도 하다.
현대에는 개인의 ‘다양성’이 사회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여겨진다. 19세기 동성애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 후 영국에서 쫓겨난 ‘천재 예술가’ 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이기주의란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국민일보는 7일 기사 제목을 ‘게이’ 클럽에서 ‘유명’ 클럽으로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