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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③, “호남은 국민의당을 미련 없이 버렸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8-04 15: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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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은 2017년 대선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아
막말과 독설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건 마음에 있는 말을 했느냐, 아니면 없는 말을 했느냐에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과 미래통합당의 김진태 전 의원 같은 인사들이 천박한 막말꾼으로 국민들에게 낙인찍힌 이유는 그들이 속으로는 본인조차 믿지 않을 억지궤변을 거칠고 무례하게 늘어놓는 데 있다.

정준호 변호사의 주장은 때로는 독설처럼 들릴 만큼 수위가 높았다. 허나 그의 이야기는 그가 실제로 믿고 생각하는 바를 가감 없이 표현했다는 점에서 막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준호 변호사는 이리 재고, 저리 간보는 게 체질화된 이른바 ‘여의도 사람들’과는 달리 기면 기이고, 아니면 아닌 정면돌파의 직설화법을 인터뷰 내내 뚝심 있고 일관되게 밀고 나갔다.

호남 의원들이 먼저 안철수를 버려


정준호 변호사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안철수를 버린 일이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고 진단했다.

공희준(이하 공) : 천정배 전 의원이 연대하고 제휴했던 인물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념적 좌표에서 천정배보다 왼쪽에 포진해 있거나, 또는 개혁성이 뚜렷이 검증됐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천정배가 역대로 손을 잡았던 정치인들과는 판이하게 보수 성향을 띠었습니다. 안철수의 보수성은 최근 들어 더욱더 급격히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천정배와 안철수의 연대는 그 본질상 정치공학적 결합이었다고 규정될 수가 있습니다.

 

정준호(이하 정) :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 대표의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진단에 딱 절반만 동의하고 있습니다.

 

정준호 변호사는 “기면 기이고, 아니면 아닌” 시원시원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그는 신중하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간을 보는 건 아닐 테니 필자는 그의 진의가 무척이나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 : 어떤 근거에서 50프로 찬성이 나올 수 있나요?

 

정 : 저는 제2의 안철수가 앞으로 10년 정도는 등장하기가 힘들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정치 경험은 일천했지만 비즈니스 마인드에다 진보적 가치를 접목시킬 수 있는 굉장히 희귀한 범주에 속했습니다. 정치적 관점에서 잠재적 우량주였습니다. 천정배 전 의원은 이 대목에 주목하고서 안철수 대표와 공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안 대표가 진보진영의 노선과 정책을 기꺼이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천정배 전 의원이 안철수 대표와 공조한 일을 계기로 호남 지역의 많은 젊은 인재들이 국민의당에 합류했습니다. 문제는 천정배를 믿고서 국민의당으로 따라간 인사들 가운데 공천을 받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천 과정에서 낡고 구시대적인 각종 정치공학이 난무했기 때문입니다.

 

천정배 전 의원은 남을 잘 챙겨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또는 악명이 높다. 이권과 자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이는 매우 바람직한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이 정치적 활로를 절박하게 모색하는 일에서마저 의미 있고 유용한 도움을 주지 않는 게 과연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로서 합당한 처신인지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저는 천정배 본인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물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2016년 초에 출범한 국민의당이 창당 이념을 지켜오면서 원내교섭단체로서의 지위를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었다면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국민의당이 강력한 역할과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제3지대 정당으로 튼튼하게 자리매김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당이 참담하게 실패한 원인으로는 다양한 이유가 제시될 수가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안철수 대표와 대통령 선거 직후에 너무 쉽게 결별한 게 커다란 패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정준호 변호사는 기존의 통념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시각을 드러냈다.

 

공 :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을 너무나 쉽게 포기했다는 말씀인가요?

 

정 : 당시 국민의당에 당적을 두었던 현역 국회의원들이 안철수 대표를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의미입니다.

 

공 : 대부분의 정치 분석가들은 안철수가 호남 국회의원들을 의리 없이 버렸다고 말하지, 역으로 호남 의원들이 안철수를 몰인정하게 버렸다고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정 : 저는 국민의당의 붕괴와 관련해서는 생각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호남을 버린 측면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핵심은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 후보로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 호남에 지역구를 가진 국민의당 의원들이 안 대표의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광주에 온 천정배는 자기 선거에만 몰입해


천정배 전 의원의 소속 정당이 계속 바뀐 일은 누구보다 천정배 자신에게 독이 되었다. (사진 김한주) 

필자는 정준호 변호사에게 그의 답변 내용을 글로 옮겨도 되는지 재차 물었고, 그는 옮겨도 좋다고 아주 쿨 하게 응답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안철수 대표를 너무나 쉽게 버리는 광경을 목도하고서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자신들의 손으로 무려 38석의 국회의석을 만들어주었던 국민의당을 역시나 쉽게 내버리게 된 것입니다.

 

‘인과응보’, 국민의당의 해체를 지켜본 정준호 변호사의 결론은 이 네 글자로 요약되었다.

 

공 : 큰 틀에서 조망하면 안철수가 호남을 버렸지만, 여의도 정치권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호남 의원들이 안철수를 버렸다는 얘기네요.

 

정 : 예, 그렇습니다. 안철수 대표를 대하는 호남 의원들의 냉랭한 태도를 보고서 호남 유권자들도 호남 의원들에게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게 되었습니다. 국민의당은 2017년의 조기 대선 국면에서 안철수의 승리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만 했습니다.

 

공 : 결국에는 문재인 정권의 품에 투항했지만, 2017년 대통령 선거 정국에서는 박지원 현 국가정보원장 정도가 안철수의 당선을 위해 죽기 살기로 뛰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구태라고 손가락질당하는 정치인들이 막상 중요한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제일 열심히 하더라고요. 구태들이….

 

정 : 천정배 전 의원은 ‘호남 정치 복원’과 ‘뉴 DJ 발굴’을 기치로 내걸고 광주에 왔습니다. 이왕 광주에 들어온 이상에는 설령 국민의당이 대선에서 실패하고, 안철수가 낙선했다고 하더라도 이에 굴하고 않고 자신이 처음 제시했던 목표지점을 향해 꿋꿋하고 꾸준하게 전진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천 전 의원은 정당을 계속 바꿔가면서까지 2020년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본인이 당선되는 데만 거의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스스로의 선거에서마저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 : 저는 정준호 변호사님께서 천정배 전 의원을 시종일관 옹호만 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말씀을 들어보니까 비판이 필요한 곳에서는 정말 송곳처럼 매섭게 비판하시네요.

 

정 : 광주로 오기 전의 천정배는 정치인으로서 만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광주에 와서는 그가 호남 유권자들을 향해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정준호 변호사가 안철수의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지적에 50퍼센트만 동의한다고 말했던 이유를 풀어보니, 국민의당이 와해된 책임의 50프로는 국민의당에 몸을 담았던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있었다는 뜻이었다. (④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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