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김종인과 알키비아데스는 어떻게 닮았나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9-01 17:46:34

기사수정
  • 변신과 적응의 리더십 : 알키비아데스 (1)

알키비아데스는 서력으로 기원전 450년 아테네에서 태어나, 역시 서력으로 기원전 404년에 페르시아 제국의 통치 아래 있던 소아시아 반도에서 숨을 거두었다.

 

알키비아데스 가문의 시조는 트로이 전쟁에 참전한 그리스 장수들 중에서 아킬레우스 다음으로 용맹을 떨쳤던 아이아스였다고 한다. 아이아스는 실존 여부가 불분명한 신화 속의 영웅이다. 관건은 집안이 지금 현재 잘나가고 있어야만 전설상의 명장을 족보상의 시조로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로라하는 명문가의 후예에, 어디를 가든 리더 자리를 움켜쥐는 장악력. 고대 아테네의 정치가 알키비아데스의 삶은 김종인 위원장의 삶과 상당한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이미지출처 : 김종인 페이스북)

알키비아데스 가문은 아테네에서 내로라하는 명문가였다. 그의 아버지 클레이니아스는 사재를 출연해 건조한 삼단노선을 타고서 아르테미시온 해전에 참가해 맹활약을 펼쳤다. 아르테미시온 해전은 1차 페르시아 전쟁 기간에 그리스 연합군과 페르시아 제국 간에 벌어진 대표적 해전이었다.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살라미스 해전은 2차 페르시아 전쟁의 향방을 가른 바다에서의 싸움이다.

 

자비로 삼단노선을 진수시킬 수준이면 당연히 굉장한 부자였으리라. 클레이니아스는 단순히 돈만 많은 졸부가 아니었던 터라 국가의 부름을 받을 때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발휘해 조국의 안전과 영광을 위해 기꺼이 발 벗고 나섰고, 결국에는 카이로네이아 전투에서 적군인 보이오이타 사람들에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부모를 잃은 자식을 친척이 맡이 기르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문제는 알키비아데스를 책임진 친척이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바로 고대 아테네 민주주주의 상징과도 같은 페리클레스였다. 그런데 알키비아데스의 스승 역할은 물론이고 연인 구실까지 흔쾌히 자청한 사람은 한층 더 유명 인사였다. 다름 아닌 철학자 소크라테스였던 것이다. 이쯤 되면 알키비아데스는 한 가정의 엄친아 차원을 뛰어넘어 한 국가의 기린아였던 셈이다.

 

그러므로 사료가 빈약하기 마련인 고대사의 범주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알키비아데스에 관한 기록이 유달리 풍부한 건 전혀 이상한 노릇이 아니다. 이를테면 그의 유모가 스파르타 출신의 여성이었다는 사실마저 알려졌을 정도다.

 

알키비아데스는 당대의 손꼽히는 대단한 꽃미남이었다. 그의 잘생긴 외모는 세월의 손때를 좀체 타지 않았으므로 그는 미소년에서 출발해 미청년을 거쳐 미중년으로 곱게 나이를 먹어갔다. 단, 그에게도 한 가지 약점이 있었으니 혀가 짧은 탓에 말할 때 발음이 약간 불분명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혀 짧은 소리는 콤플렉스가 되기보다는, 전성기 시절의 미국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입술 위에 돋아난 작은 점처럼 알키비아데스의 매력을 오히려 더욱더 빛내주는 요소로 작동해줄 따름이었다.

 

페르시아 전쟁 참전용사의 아들로 태어나 만년에는 적국의 영토에서 생활한 데서 보이듯 알키비아데스의 인생은 반전과 곡절의 연속으로 점철된 파란만장하고 변화무쌍한 풍운아의 삶 그 자체였다.

 

플루타르코스는 알키비아데스가 마치 21세기 현대 한국정치의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방불하게 할 만큼 어제의 원수를 오늘의 동지로 삼고, 현재의 친구를 미래의 적으로 돌리는 현란한 변신과 적응의 행보를 거듭하게 된 결정적 원인은 그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심과 승부욕의, 호승심과 명예욕의 소유자였던 사실에 있다고 분석하였다. 공교롭게도 김종인과 알키비아데스 두 사람은 외세와의 투쟁으로 명성을 드높인 가문의 후광 덕분에 현실 정치권에서의 발언권을 증대할 수 있었다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남에게 지고는 못 사는 알키비아데스의 성정은 어린 시절부터 유별났다. 그는 친구와 레슬링 시합을 하다가 궁지에 몰리자 상대의 팔을 갑자기 깨물었다. 황당하고 치사한 반칙작전의 억울한 희생양이 졸지에 애꿎게 돼버린 친구가 알키비아데스를 개라고 욕하자, 그는 자기는 사냥감을 물어뜯는 용감한 사자처럼 행동했을 뿐이라는 궤변을 도리어 적반하장 격으로 늘어놓았다.

 

알키비아데스 어린이는 어른들 못잖은 극단적 행동마저 때로는 서슴지 않았다. 그는 친구들과 공깃돌을 가지고 놀다가 무거운 짐을 가득 실은 마차가 길바닥에 흩어진 공깃돌을 밟고 지나가려고 하자 마차 앞에 느닷없이 벌렁 드러누워 마부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마차의 통행 때문에 공기놀이가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까닭에서였다.

 

어린이에서 소년으로 성장한 알키비아데스는 아테네의 음악수업 시간에서 피리를 추방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그가 피리 연주를 싫어한 첫 번째 이유는 피리를 불려면 얼굴에 인상을 써야만 하므로 외모가 흉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두 번째 이유는 피리를 부는 동안에는 사람이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였지만 주동자인 알키비아데스에게 선동된 학생들의 태도가 워낙 완강하고 비타협적인지라 아테네의 교육 당국자들은 정규 교과과목에서 피리 연습을 아예 폐지해버렸다. 페리클레스의 양아들이자 소크라테스의 애제자인 알키비아데스가 그런 거라면 그런 것이 되는 게 이즈음 아테네의 지배적인 사회 분위기였다.


관련기사
TAG
1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한국가스공사, 창립 42주년 기념식 개최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8월 14일 대구 본사에서 창립 42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이 자리에는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과 본사 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사내 밴드 축하 공연 ▲유공자 포상 및 CEO 기념사 ▲안전·청렴 파워 챌린지 영상 시청 ▲안전·청렴 송판 격파 퍼포먼스가 차례로 진행됐다...
  2. 안성시, 3개 대학과 `청년 문화도시` 협약 안성시(시장 김보라)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청년 창작 기반을 확충하고 지역 문화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중앙대학교, 한경국립대학교, 동아방송예술대학교와 `문화도시 대학협력사업 업무협약식`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안성시는 2024년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문화도시`에 최종 선정됐으.
  3. 강화군, 18홀 규모 파크골프장 조성 사업 주민설명회 개최 강화군(군수 박용철)은 지난 13일 양도면 주민자치센터에서 `강화군 파크골프장 조성사업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파크골프는 짧은 채와 큰 공을 사용해 작은 코스에서 즐기는 간소화된 골프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스포츠다. 최근에는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여가 활동으로 전...
  4. LG유플러스 임직원, 광복 80주년 맞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이주 피해 동포 지원 LG유플러스 임직원들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강제 이주 등으로 피해를 겪은 국내외 동포와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성금 2천만 원을 기부했다.LG유플러스는 임직원들이 `천원의 사랑` 캠페인으로 조성한 기금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자, 고려인 귀환 가정, 독립운동가 후손 등에게...
  5. KT멤버십, 휴가철 맞이 달달혜택 강화…커피·영화 무료 증정 KT(대표이사 김영섭)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국 40만 명의 고객에게 커피와 영화 무료 쿠폰을 제공하는 `8월 달달혜택`을 선보인다.이번 달달혜택은 일상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속형 혜택으로 준비했다.KT는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메가MGC커피 ICE 아메리카노`와 `롯데시네마 영화 예매` 무료 쿠폰 총 40만 장을 증정한다.응모는 8월 21일.
  6. 대구시교육청, 가족과 함께하는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 운영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은 오는 8월 13일(수) 계명문화대학교에서 가족이 함께하는 `찾아가는 영양체험관-전통음식 만들기 체험`을 실시했다.이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4학년 이상 학생과 학부모가 한 팀을 이뤄 참여하는 가정연계형 체험으로, 학생들이 가족과 함께 지역농산물을 활용해 전통 요리를 만들며 식재료의 영양적 가치와 올..
  7. 은평구, 기록적 집중호우 피해 복구에 전 행정력 투입 서울 은평구가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 행정력을 투입했다.은평구(구청장 김미경)는 13일 한때 시간당 100mm를 넘는 극한 호우가 쏟아지고 14일 오전까지 많은 비가 내리면서 침수 피해와 이재민이 발생하자, 전 직원이 총동원돼 피해 복구에 나섰다고 밝혔다.김미경 구청장은 13일 오후 갈현1동 공사장 현장 점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