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서울시 자치구의 행정을 책임질 기초단체장 선거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성 구로구청장이 3선 연임제한으로 공석이 된 구로구에서는 구로구의장을 역임한 박동웅 민주당 후보와 공학박사 CEO 문헌일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다. 도시전문가와 공학박사 대결 구도 속에서 스마트도시를 지양하는 미래비전이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박 후보는 3선 구의원으로 구로에서만 12년간 의정 활동을 펼쳤다. 또한 한양대학교에서 도시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도시계획 전문가다. 지역 현안에 밝은 도시계획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구청장에 도전한다. 그가 구로차량기지 이전 과제를 해소한다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또다시 구로차량기지 이전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은 현재 서울시 구로구 구로1동에 위치한 한국철도공사 구로차량기지를 광명시 노온사동으로 옮기고, 구로~노온사동 11.2㎞ 구간에 정거장 3개 역사(철산역·우체국사거리역·노온사역)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구로차량기지는 1974년 8월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고 한 달 뒤 구로구 구로동 일대 25만3224㎡에 조성됐다. 경인선과 경부선 전동차의 62%(908량)가 이곳에 머물면서 수리·점검을 받는다. 차량기지 조성 당시 구로구는 서울시의 외곽이었다. 점차 도심화하면서 소음·진동, 도시 단절 등의 주민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다.
민원이 잇따르자 정부는 2005년 6월 국무회의에서 구로차량기지를 외곽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수도권 발전 종합대책에 포함하고,이전 논의를 가시화 했다. 이후 관계 기관이 공동 TF를 꾸려 여러 가지 이전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전지로 지목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거듭되면서 논의는 수년 동안 공전했다. 그러다 2009년 12월 광명시 노온사동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급부상했다.
이후 지난 2014년 9월, 국토부가 구로차량기지를 광명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추진 중인 가운데 광명시민들의 찬·반 논란이 더욱 뜨거웠다. 당시 국토부 등에 따르면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구 보금자리지구) 해제에 따른 주변 환경변화에 따라 기존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의 편익 개선을 위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차량기지 입·출고선 재기획’ 용역을 그해 12월까지 추진하기로 하고 해당용역을 통해 노선, 역 설치 위치 및 개수, 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해 광명 시민들은 지하철역이 들어설 곳으로 예상되는 인근의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찬성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반대 측은 차량기지를 혐오시설로 여겨 시민들의 의견 반영 없이 결정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고수했었다.
이런 와중에 국토부는 주택지구 인근 광명 노온사동에 계획 중인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은 입출고선 조정 및 정차역 변경 등의 사업성 확보방안을 강구, 계속 추진한다고 밝힌 상태였다.
2014년 10월 광명시는 정부의 구로차량기지 이전 추진과 관련해 5개 지하철역 신설이 수용돼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했었다. 그 당시 양기대 광명시장은 "구로차량기지를 옮기는 문제는 환경, 소음 등 심각한 환경피해가 우려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차량기지를 광명시로 옮기려 한다면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철산권, 하안권, 소하권, 노온사동에 5개의 지하철역이 설치되고 차량기지도 친환경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이후로도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과 관련해 광명시는 수차례 기자회견을 갖는 한편, 주무부처인 국토부 관계자 면담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혀왔다.
지난해 10월 27일에는 구로차량기지 광명이전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국토부를 방문해 광명시민과 광명시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 중인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에 반대하는 2차 시민 서명부를 전달했다.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은 국토부의 기본계획 수립단계에서 지난 2016년 타당성재조사 대비 총사업비가 26.6% 증가했고, 관련 규정에 따라 기획재정부의 결정으로 지난해 KDI에서 두 번째 타당성재조사를 진행했다.
이런 사업 진척 과정에서 광명시민의 이전 반대 서명부는 이전사업을 기필코 막아내겠다는 광명시민들의 확고한 의견을 국토부에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추진됐다.
공대위와 자원봉사자들은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약 두 달 동안 철산역과 광명사거리역 주변에 서명부스를 설치하고 광명이전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했고, 이러한 노력에 시민 1만6377명이 참여했다.
공대위는 별도 입장문에서 “이전사업은 구로구 민원 해결과 지역 개발이 목적임에도 KTX 등 선로는 남아 민원 해결은 처음부터 불가했고, 구로구 민원을 광명시에 전가(轉嫁)할 뿐 공공성이 있거나 지역 간 형평성을 고려한 사업도 아님”을 주장하며 국토부를 향해 국토균형발전 소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허울뿐인 명분과 결여된 타당성에도 광명시민들과 제대로 된 협의조차 없는 이전사업은 민주주의와 지방분권, 시민 주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므로 서명운동 재개 등 지속적인 이전반대활동을 전개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러한 광명시민의 반발은 올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으며, 민선8기를 뽑는 이번 지방선거에 지역 이슈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과연 이 문제를 민선8기 지자체장들이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