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투데이=강우영 기자] 광명시가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50일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2경인선 예타사업 착수로 이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백재현(광명갑) 의원이 구로차량기지 이전 선결 조건 중 하나인 5개역 설치를 다시 들고나오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박승원 시장은 지난 5월 31일 광명시민회관에서 열린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에서 구로차량기지 이전 추진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박 시장은 더는 주민들에게 피해만 주는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거부하겠다며 공식 석상에서 밝히면서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이 새국면을 맞았다.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은 국책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가 반대하면 추진이 어렵다. 광명시가 이전을 적극 반대하면 사실상 국토부도 이를 추진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박 시장의 이날 발언은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파급력이 컸다. 그러나 그로부터 2달이 지난 지금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박 시장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발족할 예정이었던 ‘구로차량기지 이전 반대 공동대책위’ 발대식은 대책위 안에 어떤 단체가 참여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취소됐다. 시 관계자는 더 많은 단체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연기되었다고 밝혔지만 시만단체 관계자의 말은 이와 전혀 다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시와 시의회를 포함해 3개 시민단체가 공동대책위를 구성하려고 했으나 대책위 구성과 주도단체를 결정하는 문제 등의 견해차로 대책위 출범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총선을 앞두고 시가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이 문제를 놓고 전면에 나서는 게 부담스러웠다는 분석도 있다. 시가 앞장서기보다 시민단체를 주축으로 나서는 것이 시 입장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얘기다. 박승원 시장이 직접 1인 시위도 진행할 예정이었다가 이마저도 취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승봉 광명대책위 상임대표는 “정치와 행정이 잘못돼 추진되는 구로차량기지 이전에 정작 책임 당사자는 한 발 빼고 시민들이 나서고 있다”면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지적이다.
문제는 광명 지역 정치인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현(광명갑)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전제로 한 5개역 설치를 재검토해달라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5개역 신설 문제는 박 시장의 차량기지 이전 거부로 폐기된 사항이나 다름없는데 이를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광명지역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구로차량기지 이전 반대 광명비상대책위원회(이하 광명비대위)는 22일 오전 10시 광명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토론회에 함께 참여하여 동조했던 광명(갑) 백재현 의원에게 심히 유감을 표한다”면서 “백재현 의원은 구로차량기지 광명이전 사업에 대한 입장을 광명시와 광명시민 앞에서 당당히 밝혀라”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광명경실련, 광명여성의전화, 광명불교환경연대 등 8개 단체로 꾸려진 협의회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광명시민과 광명시는 한 목소리로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사업에 대해 전면 반대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광명시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국회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사업 반대 외쳐도 모자를 판에 반쪽짜리 조건부 찬성을 내거는 것은 광명시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이다“라며 백 의원을 규탄했다.
광명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역 정치인이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