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낙연과 김영춘을 생각한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11-01 17:16:52

기사수정

이낙연이라는 이름의 ‘타율주행 자동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는 안전한 타율주행을, 김영춘 전 의원(왼쪽)은 도전적인 자율주행을 자신의 정치적 주행방법으로 각기 선택한 모습이다. (사진출처 :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폐이스북 계정)

집권여당이 내년 4월 실시될 예정인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부산시장 보궐선거 가운데 단 한 군데라도 후보를 공천하지 않을 가능성은 얼마나 됐을까? 필자가 팀의 리더 겸 메인 보컬로 활약하는 신생 보이그룹이 미국 빌보드 차트 각종 순위의 정상 자리를 방탄소년단(BTS)처럼 싹쓸이할 확률과 막상막하일 것으로 짐작된다. 처음부터 가능성 빵 프로였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에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선출직 공직자가 불미스러운 사유로 말미암아 불명예스럽게 현직에서 물러날 경우 이러한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취지의 당헌당규를 제정한 적이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 되는 일이면 일단은 무조건 시도하고 본다는 얄팍한 정치공학적 셈법에서 비롯된 지킬 의지도, 능력도 없는 허황되고 무책임한 대국민 약속이었다.


이와 같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거리는 비단 문재인 대통령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전부 대선후보 시기에 발표한 정책과 공약을 청와대에 입성한 다음에는 헌신짝처럼 태연히 내버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바른미래당과 합당하지 않겠다는 당원 및 지지자들과의 다짐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 강도 없는 마을에 다리를 놔주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족속이 다름 아닌 정치인이라는 소련 공산당 서기장 흐루쇼프의 신랄한 명언은 세월이 흐르고 동서가 달라도 의연히 바뀌지 않을,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만고불변의 진리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가 청나라 말기와 신해혁명 직후에 악명을 떨친 중국의 정치가 원세개(현지 본토 발음 ‘위안스카이’)처럼 칭제건원을 하지 않는 이상은 다시는 선거에 나설 일이 없다. 그러므로 문재인이 엎질러놓은 물을 당에서 어떻게든 주워 담아야만 한다.


위대한 지도자는 절체절명의 위기국면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해 난국을 수습하며 탄생하기 마련이다. 갈리아 부족이 로마를 점령했기에 카밀루스가 출현할 수 있었다. 고국원왕이 백제의 근초고왕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여파가 훗날 광개토대왕을 낳았다. 나폴레옹은 본질적으로 프랑스 대혁명의 아들이었으며, 노예제의 질곡과 연방의 분열상이 무명의 시골뜨기 변호사 링컨을 미합중국의 제16대 대통령으로 끌어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문재인 당헌을 폐기하고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공천하는 사건은 이낙연 대표가 무기력한 허수아비 관리형 당대표의 한계를 벗어나 권위 있는 강력한 대중적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작금에 돌아가는 분위기는 이낙연은 친문세력의 원격조종에 의해 일거수일투족이 통제되는 ‘타율주행 정치인’이란 국민들의 인식만 더욱더 확고히 굳혀주고 있는 양상이다.

 

남한의 현실 제도권 정치에서 정당의 정강정책과 당헌당규는 국민과 당원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사무실에 비치된 서류함을 위해 존재한다. 우리나라 정당들이 스스로가 작성한 특정한 규칙과 조문에 얽매여 운신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는 북한 선전선동 일꾼들의 표현을 잠시 빌리자면 삶은 소대가리마저 앙천대소할 언어도단의 궤변에 불과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책임지기 싫고, 유탄 맞기도 두려운 당권파와 수뇌부가 캐비닛 서랍에서 쿨쿨 잠자고 있는 당헌당규를 억지로 흔들어 깨운 데 지나지 않는다.


이낙연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일반 당원들의 투표에 부치는 정치적 우회상장을 하지 말았어야만 했다. 본인의 주도와 책임 아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공천을 투명하고 정정당당하게 밀어붙어야 마땅한 노릇이었다. 선거는 이기고 싶고, 그렇다고 약속 어겼다는 비판은 듣고 싶지 않고…. 손에 물 묻히지 않으면서 목구멍에 물 축이겠다는 무임승차 심리가 명색이 전당대회를 거쳐 선출된 당대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당이 중대한 사안의 결정을 실체 없는 페이퍼 당원, 실존 여부가 불분명한 온라인 당원이 상당수인 당원 투표에 덜컥 던지고 마는 희대의 엽기적 부조리극을 연출하였다.


김영춘, 김영삼을 단숨에 삼키다


김영춘 전 의원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기억을 회고하는 글들을 자기의 페이스북 계정에 연달아 올렸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국회 사무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럼에도 필자가 그를 ‘전 의원’으로 호칭한 이유는 이게 그의 기본적 정체성을 훨씬 더 정확하고 가감 없이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숨 쉬는 것조차 정치적 행위이다. 따라서 김영춘이 김영삼(YS) 전 대통령과의 과거 인연과 추억을 갑자기 소환한 행동을 낭만적 회고담의 토로 정도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그가 YS를 주인공으로 삼아 글을 게재한 게 고도의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김영삼은 현대 한국정치의 뜨거운 감자다. 김영삼 없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는 정지용과 백석을 빼놓고 우리나라 현대 서정시의 계보를 훑어가는 것처럼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에 김영삼은 망국적 지역구도를 결정적으로 고착시킨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가 총재로 있는 통일민주당이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강행함으로써 결국은 호남에 대한 부당한 배제와 반인권적 차별로 특징지어질, 한국정치의 해묵은 만성질환인 지역주의는 단순한 고질병에서 치명적 불치병으로 한 단계 더 악화되었다.


김영춘은 오거돈 전 시장이 시장 집무실에서 여성 공무원을 파렴치한 수법으로 성추행한 탓으로 공석이 돼버린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로 출마가 유력시되는 인물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중앙처리장치 역할은 부산경남이, 메모리 기능은 호남이 각각 분담해 이뤄진, 영호남 통합정당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호남 통합정당이 아닌 것도 아닌 매우 특이한 구조의 정당이다.


더욱이 부산경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이다. 부산을 잃으면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은 졸지에 CPU가 사라지면서 외장하드 정도의 주변부적 위상으로 격하되고 만다. 정부여당으로선 당연히 부산시장 사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김영삼에 관한 평가는 부산경남에서도 썩 우호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표면적 민심일 뿐이다. 이회창은 수면의 물결에 혹해 저류의 도도한 흐름을 무시하고서 YS와의 차별화 노선을 걸었다가 한번은 이인제에게 발목이 잡혀, 또 다른 한 번은 노무현 돌풍에 휩쓸려 두 차례의 대선에서 연속으로 분루를 삼켜야만 했다.


김영춘은 자신이 김영삼의 남자였음을, 상도동계의 막내였음을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했다. 그로서는 거의 20년 만의 정치적 뿌리 찾기일 터이다. 그는 커밍아웃과 나란히 김영삼을 복권시키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김영삼이라는 감자를 두 눈 꾹 감고 단박에 삼키는 정면돌파의 직상장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당원투표라는 조심스런 우회상장 방식을 고른 이낙연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지식인과 전문가는 뜨거운 감자를 수유의 망설임도 없이 뱉어버리는 사람이다. 지도자나 영도자는 입천장과 혓바닥은 물론이고, 위벽까지 데일 각오로 뜨거운 감자를 눈을 질끈 감고서 삼키는 사람이다. 김영삼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김영춘의 뱃속에 고통스러운 화상을 입힐지 모른다.


허나 안전한 길만 찾아다니는 타율주행만 고집하는 정치인에게 진정한 홀로서기는 그저 부질없는 희망사항일 따름이다. 이런 유형의 인사들은 아무리 잘나가봤자 누구의 복심 또는 꼭두각시로 남을 따름이다. YS 번호판을 큼지막하게 내걸고 과감하게 자율주행을 시작한 김영춘의 도전과 모험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저 멀리 서울시민인 필자에게도 그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폭염 속 `군포 얼음땡` 인기 폭발 군포시가 폭염 대응을 위해 시범 운영 중인 AI 무인 냉장고 `군포 얼음땡`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시는 7월 하순부터 중앙공원, 로데오거리, 당정근린공원 등 시민 유동 인구가 많은 3개소에 `군포 얼음땡` 냉장고를 설치해 냉각 생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운영 초기부터 하루 평균 1,200병 중 90% 이상이 소진되는 등 예상보...
  2. 광복 80주년…정부, 83만여 명 특별사면·행정제재 감면 이재명 정부가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아 오는 15일자로 총 83만6,687명에 대한 특별사면과 행정제재 감면을 단행하고, 약 324만 명에 달하는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신용회복 지원조치도 시행한다.정부는 11일 ‘국민주권정부’ 출범 후 첫 특별사면을 발표하며 국민통합과 민생 회복을 핵심 목표로 제80주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한.
  3. 청년의 눈으로 통상을 보다…대학생 통상정책 토론대회 참가 모집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는 9월 12일까지 ‘2025년 대학생 통상정책 토론대회’ 참가 신청을 받는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는 통상정책에 대한 청년층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국제통상 분야의 미래 인재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참가 대상은 국내 대학 재학생과 휴학생(외국인 포함)으로, 1명 이상 5명 이하 팀을 구성...
  4. `K-브랜드, 날개를 펼치다` 남동구, 카자흐스탄 시장개척단 파견 박종효 인천 남동구청장이 지역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11일 출장길에 올랐다.남동구는 8월 11∼14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인천상공회의소와 함께 카자흐스탄 알마티 해외시장개척단을 파견한다고 밝혔다.박 구청장이 이끄는 시장개척단은 와더스킨, ㈜나노메딕스 등 관내 중소기업 15개 사가 참여하며, 화장품과 여.
  5. 폴리텍대학, 현장 맞춤형 안전보건교육 확대…“안전한 캠퍼스 만든다” 한국폴리텍대학이 온라인 위주의 안전보건교육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찾아가는 안전보건교육’을 본격 시행한다.이번 교육은 시설관리, 급식 조리, 환경미화, 경비 등 캠퍼스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사례와 예방 대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교육 참석자에게는 쿨링패.
  6. 광명119안전센터, 12일부터 ‘광북119안전센터’로 명칭 변경 광명소방서가 오는 12일부터 기존 ‘광명119안전센터’의 명칭을 ‘광북119안전센터’로 변경한다.광명소방서는 이번 명칭 변경이 ‘광명소방서’와 ‘광명119안전센터’의 이름이 비슷해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을 줄이고, 주민들이 보다 쉽게 센터를 구분하도록 하기 위해 추진됐다고 설명했다.광북119안전센터의 관할...
  7.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보상사업지구 내 취약 계층에 폭염 대비 물품 전달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장 황상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보상사업지구 내 취약 계층 주민들을 위해 폭염 대비 물품을 전달했다고 11일 밝혔다.이번 물품 지원은 폭염에 특히 취약한 천막, 텐트 등 임시 거주 시설에 살고 있는 주민을 위한 것으로, SH는 시립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와 협력해 용산역 인근 텐트촌 노숙인들에게 쿨 매트,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