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박근희 대표이사가 택배 노동자 과로사 관련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는 허울뿐인 대책이며 현장엔 여전히 죽음의 그늘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25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갑질의 속수무책인 CJ대한통운 과로사 대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2일 CJ대한통운은 올해 들어 과로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 9명과 배송 외 택배 종사자 4명 등 총 13명이 숨진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 과로사 대책으로 ▲분류지원인력 4000명 단계적 투입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 ▲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 ▲건강검진 주기 2년에서 1년으로 단축 및 뇌심혈관계 검사 항목 추가 등을 약속했다.
산재보험 가입 명목으로 개당 20원 배송수수료 삭감···“단 한 명도 산재보험 가입 안돼 있어”
대책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안성터미널 공도대리점은 지난 7월 3일 소속 택배 노동자 16명에게 ‘산재보험 가입’을 이유로 택배 노동자들의 배송수수료를 일방적으로 건당 20원 삭감했다.
이 수수료 삭감은 8월부터 차감됐으나, 대책위가 근로복지공단 등에 확인해본 결과, 지난 11월 23일 기준으로 현재까지 산재보험에 가입된 택배 노동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대책위는 “이것은 명백한 사기·임금갈취”라며 “CJ대한통운은 이런 일을 저지른 안성공로대리점과 계약을 파기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날 기자회견에는 안성터미널에서 근무하는 권 모씨 택배노동자가 참석해 발언했다.
권 씨는 “대리점 측에서 산재보험이 의무화된다고 말하면서 택배 노동자들에게 이에 따른 비용 발생 부담이 크니 수수료 20원을 차감하겠다고 했다”라며 “배송 수량에 따라 그 금액이 달라지는 데 많게는 20만원이 넘어가고, 적게는 10만원의 수수료가 차감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아직 산재보험은 가입도 안 돼 있고, 이 부분에 대해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책위는 “CJ대한통운은 과로사 대책 발표 당시 산재보험을 막는 대리점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대로라면 산재보험 가입을 이유로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대책위에 따르면 서초터미널에 한 택배 노동자는 물량의 일부를 타 대리점 동료에게 부탁했다는 이유로 대리점 소장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이는 CJ대한통운이 소화하기 어려운 배송물량을 나눔으로써 일의 강도를 줄이자는 ‘초과물량 공유제’ 취지가 이행되기는 커녕 해고통보를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과로사 대책 제대로 이행 안 돼···오히려 악용되는 사례 발생
대책위는 “연이은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했지만, 현실에서는 과로사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오히려 악용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원청인 CJ대한통운의 안일한 과로사 대책 이행과 소홀한 관리 감독에 있다”고 문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CJ대한통운은 과로사 대책 이행과 관련한 위 상황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라며 “응당하고 책임있는 엄중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CJ대한통운의 택배현장은 어설픈 과로사 대책으론 전혀 개선되지 않을 만큼 갑질과 편법·꼼수 그 자체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책위는 “지금이라도 CJ대한통운이 택배현장에서의 과로사 대책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라며 “대리점의 갑질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 원청이 책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