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지난달 과로사 대책으로 발표한 분류지원인력 비용에 대해 “50%를 지원할테니 나머지 50%는 대리점 내에서 협의해 진행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택배 노동자에게 강제로 전가시킬 우려가 상당히 높다”며 정부와 국회, 택배사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5일 오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분류작업 인력 비용을 대리점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CJ 대한통운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22일 택배노동자들의 과로로 인한 사망에 대해 사과하며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달부터 인수 업무를 돕는 분류지원인력을 현재 직고용 인력 1000명에서 4000명까지 단계적으로 늘린다는 내용 등이다. 이에 매년 약 50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주 지역별로 대리점 소장들과 협의를 진행하면서 분류지원인력 비용에 대해 “본사가 50%를 지원할테니 나머지 50%는 대리점 내에서 협의해 진행하라”고 통보했다. 대책위는 이날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대리점의 경우 택배 노동자에게 강제로 전가시킬 우려가 상당히 높다”며 기자회견을 마련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국택배 연대노동조합의 분류 인력 비용 부담 및 물량제한 강요신고센터를 통해 들어온 사례를 보면 경기도 소재 A 대리점은 본사 50%, 대리점 30%, 택배 기사 20%로 규정하고, 인력 투입 비용이 1인당 100만원을 초과해도 50만원까지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B 대리점의 경우는 본사 50%를 제외한 나머지 50%는 모두 택배 기사에게 부담시키겠다고 밝혔다.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 겸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재벌 택배사가 모든 결정을 하고 모든 이익도 가져가고, 인원 관리 통제하는 일만 하고 대리점 소장들은 중간착취를 일삼는다. 원시적 수탈 체계를 바꿔 노동구조가 현대화돼야 한다”면서 “시민 사회가 함께 논의해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택배 산업 전반적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완 진보당 노동자당 대표는 “대리점을 통한 중간착취 구조가 해결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일하다가 쓰러지는 비참한 현실은 더 이상 반복되면 안된다”며, “정부, 국회, 택배사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택배사가 발표한 대책이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분류 인력 비용을 전가시키는 양상이 특이하다. 지난 추석 때 택배 대리점에 노동조합원이 없는 경우 약속한 지원 인력을 투입하지 않은 것처럼 조합원이 있으면 대리점이 눈치를 보는데, 없는 경우는 쉽게 떠넘기고 있다”면서 “택배노동자 스스로 노조로 뭉쳐 부당한 현실을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원 대책위 공동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CJ대한통운은 대리점을 통해 택배노동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시킬 것을 종용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며, “현장의 노동자들과는 아무런 상의없이 지점과 대리점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류 작업 인력 투입 비용 전체를 사측이 부담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면서 “나아가 정부와 대책위가 요구하고 있는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에 참가해 세부사항을 대책위와 직접 마주앉아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