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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를 묻다②] 취업하면 된 줄 알았는데···알바 병행에, 기약없는 대기발령도
  • 안정훈·서진솔 기자
  • 등록 2020-12-16 15: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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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용시험 합격에도 1년째 대기 중인 ‘기간제 계약직 교사’ 김진우씨
  • ‘2년 계약직’ 조리사 박종규씨, 평일엔 편의점, 주말엔 일용직 전전
청년 일자리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25~39세) 취업자는 771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33만2000명 감소했다. 2009년 이후 가장 가파른 감소세다. 체감 실업률은 24.4%에 달했다. 취업에 성공해도 계약직, 발령 대기 등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서남투데이>는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는 청년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일상과 고충을 전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정책을 소개한다. 이어 대안 및 해법도 제시한다.

박종규씨가 지난 8일 서울 노원구 소재 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진열하고 있다. 박씨는 평일 오전에는 용산구 소재 구내식당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저녁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다. (사진=서진솔 기자)  

박종규(가명·29)씨는 평일 오후 6시부터 11시 30분까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다. 용산구 소재 한 구내식당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조리사로 근무를 마치고, 노원구로 두 번째 출근을 하는 것이다. 주말에는 중식당 주방 요리 일용직도 병행한다. 

 

그는 올해 4월 말까지 약 8년간 중식당 주방에서 일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하자 사업주가 무급휴직을 제안했고, 이후 권고사직을 당했다. 하루 12시간 주 6일 근무가 기본인 중식당 근무에 지쳐 다른 일을 알아보려고 고민하던 찰나에 사직 통보를 받았다.

 

새로운 일은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원을 구하는 식당이 없어서 두 달을 쉬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방 조리 일용직이라도 구해야 했지만, 그마저도 수요가 없어서 나흘에 하루꼴로 일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전날에도 원하면 쉽게 일용직을 구할 수 있었다고 박 씨는 전했다. 

 

그는 “(일용직 일하는 동안) 30분 밥 먹는 시간 빼고 하루 12시간을 일했다”면서 “일당으로 아끼고 아껴서 생활했지만, (일을 많이 할 수 없어서) 빚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생활비가 부족해) 지옥의 두 달을 보냈다”고 말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중 취업자 수는 2650만명으로 코로나 충격 직전인 2월 대비 102만명 줄었다. 이후 10월까지 34만명 회복하는 데 그쳤다.

 

그러던 6월 박씨는 대기업 A사에서 운영하는 구내식당 조리사로 취업했다. 사측은 '코로나19 여파로 매장 영업시간을 줄였기 때문에 하루 7시간만 일할 수 있다'고 통보했고, 박씨는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구체적으로 협력업체 소속 2년 계약직이며, 임금은 시급으로 계산한다. 계약 종료 직전 평가를 통해 A사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조건부 채용' 조항도 계약서에 적혔다.

 

그는 2017년부터 약 2년 동안 대기업 B사 구내식당에서 일했던 경험을 전하며, A사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고충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당시 박씨는 서울 중구 을지로 B사 구내식당에서 일한 지 2달 만에 평창 올림픽 개최에 맞춰 개장한 인천국제공항 영업장으로 발령이 났다. 일방적인 조치였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박 씨는 자취를 선택해야만 했고, 생활비는 두 배로 들었다. 진급이 밀리고 연봉은 오르지 않자 결국 사직을 선택했다.

 

박씨는 “(정규직) 채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어디로 발령날지 모른다. 그조차도 불안정한 상황”이라면서 “지금은 계약직이라도 협력업체에 남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로 일자리 선택 폭은 줄고, 근무하는 영업장 운영 시간이 축소되면서, 밤과 주말까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A사는 초과근무 시 수당을 받기 위해선 경위서를 작성하게 하고, 대체 휴무로 쉬게 하는 경우가 많아 시급으로 지급되는 박 씨의 월급은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식당 주방에서 가장 힘들다고 느꼈던 일과 생활의 불균형에 또다시 갇히게 됐다고 박씨는 토로했다. 

 

그의 목표는 내후년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다. 자영업 수입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구내식당 조리사도 병행할 계획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목표 때문에 지금을 희생하고 있는 측면도 있어요. 2년 뒤에 코로나19가 끝나길 바랄 뿐이죠. 구상하고 있는 아이디어가 있으니까 조금만 참아봐야죠. 아직 결혼 같은 미래계획은 세울 엄두가 나지 않아요. 하늘을 봐야 별을 따는데 2년 뒤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작년 임용시험 합격했지만, 여전히 대기 중··· 내년에도 발령 못 받을 수도

 

김진우씨는 지난해 말 초등교사임용시험을 합격했으나 올해 발령받지 못하고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서남투데이 자료사진)

김진우(가명·30)씨는 지난해 말 초등교사임용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아직 그는 손에 교편을 쥐지 못했다. 학생을 가르치고는 있으나 현직 교사라고 할 수 없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 기간제 교사이기 때문이다.

 

“작년 임용시험에서 합격했지만 아직까지 대기발령 상태에요. 1년 정도 갈 거라고 예상하고 1년 계약을 했는데, 아직도 발령을 기다리고 있네요.”

 

그는 임용시험 합격 통보를 받은 직후부터 서울 소재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12월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기간제 채용 기간이 짧게는 하루 이틀밖에 되지 않는 아르바이트와 같은 처지임을 감안할 때 1년 계약은 운이 좋은 편이라고 김씨는 설명했다.

 

김씨는 교육청으로부터 “올해는 발령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재작년 합격자 중에서도 기다리는 예비교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임용고시 합격자들이 교육청에 모여 대기자 등록을 하고 설명을 듣는다. 이때 올해 안에 교사가 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내년 2월까지 1년 계약을 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월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올해 3월 기준 임용고시에 합격한 후 대기발령 상태인 초등 신규교사는 총 2709명이다. 이 중 124명은 대기 기간이 1년 이상으로 나타났다. 병역의무로 인한 임용 유예자를 제외한 수치다.

 

교사의 발령 대기 문제는 매년 제기돼 왔다. 지난 2018년 임용대기자는 2020명, 2019년 임용대기자는 2111명, 2020년 3월에는 2709명으로 3년 연속 2000명을 넘겼다. 해마다 합격했음에도, 백수 신세의 대기자들이 2000명씩 있던 것이다.

 

김씨는 대기발령인 것에 대해 “아무래도 수능이 끝난 고3 학생 같은 느낌이다 보니 대기발령을 나쁘게 보지 않는 시각도 있지만, 저 같은 연장자들은 빨리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는 기간제 교사지만 정식으로 발령을 받고 정착하고 싶다는 것이다.

 

임용 대기자의 유효기간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는 임용후보자명부의 유효기간은 명부 작성 날로부터 1년으로, 임용권자 또는 임명제청권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2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3년이 지나서도 임용이 되지 않는다면 합격 효력을 상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7년 11월 임용시험을 앞두고 전국 교육청들이 임용 규모를 크게 줄인 것에 시험 준비생들이 반발했을 때 김승환 당시 전북교육감은 유효기간을 잠정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씨는 현 기간제 교사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2월까지 발령받지 못할 경우도 고려하고 있다.

 

“만약 내년 초순에도 발령받지 못한다면 시간이 붕 뜨죠. 그때 가서 계약을 연장할지, 대학원을 준비할지 생각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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