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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③, “변호사가 무너지면 국민들의 인권도 무너져”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1-01-02 00: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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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시험 부활에 따를 기대효과는 로스쿨 제도에서 이미 확보돼
변호사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일단은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이 너무 높다. 변호사들의 숫자가 예전과 비교해 아무리 많이 늘어났다고 하여도 이는 어디까지나 커다란 경제적 부담감 없이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계층에게 해당되는 얘기이다. 대다수 일반 서민들은 변호사 만나는 일이 여전히 망설여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호사에게 사건 수임료를 어렵지 않게 지급할 수 있는 사람들도 본인이 선임한 변호사에 관해 호의적 평가를 남기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래저래 변호사는 사회에서 욕 많이 얻어먹기로는 남부럽지 않은 직업인 셈이다.

김정욱 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직종이 공동체의 안녕과 평화를 유지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걸어 다니는 공공재’임을 역설하고 있었다. 그는 공공재인 변호사가 흔들리면 국가도 곧바로 흔들리게 된다고 말하며 변호사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의 마련은 곧 국민을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의 마련이 됨을 강조했다.

공희준(이하 공) : 로스쿨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주요한 이유들 중의 하나는 교수들이 법학전문대학원의 신입생을 직접 뽑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로 인해 로스쿨에서는 사법시험과는 달리 이른바 아빠 찬스나 엄마 찬스가 횡행한다는 의구심이 대중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만연해 있습니다.

 

로스쿨 입시에서 부모 찬스는 통하지 않아

 

김정욱 변호사는 로스쿨 입시에는 공정성 담보장치기 이중삼중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사진 김한주)

김정욱(이하 김) : 제가 직접 경험했던 사례를 다시 소개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로스쿨에서 면접시험을 볼 때는 보통 3~4인의 면접관이 한 조로 편성돼 수험생들의 자질과 우열을 평정합니다. 이렇게 짜인 면접 조들이 통상적으로 7~10개에 달하는데, 수험생이 어느 조의 면접관들에게 면접시험을 볼지는 무작위(Random)로 결정돼왔습니다. 수험으로서는 자기가 어떤 교수를 상대로 면접전형을 치르는지 시험 당일까지도 알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수험생이 면접관 전원과 밀접한 친분이 있지 않는 이상에는 특혜나 프리미엄 같은 걸 바랄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교수는 면접관의 절반을 차지할 뿐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외부 인사들로 충원됩니다. 따라서 수험생이 사전에 면접관을 포섭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노릇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로스쿨 응시자의 가족관계와 지인관계는 전형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되도록 완벽하게 블라인드(Blind) 처리되고 있습니다. 수험생의 인적 사항이 적힌 서류에는 그가 누구의 자제라든지, 또는 연고가 어디인지 등이 전혀 표기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지난 5년 동안의 로스쿨 입시에 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합격자 가운데 부모와 관련된 정보를 적어낸 응시생이 몇 명 있었느냐? 딱 한 명 있었습니다. 단 한 사람이었어요. 그 한 사람도 로스쿨 도입 초기에 나왔습니다. 로스쿨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된 이후로는 부모 찬스 같은 부당하고 음습한 특권과 반칙은 설 자리가 없었다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저는 응시자의 사회적 배경과 신분이 당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임을 아랑곳하지 않고서 로스쿨 입시의 공정성에 마구잡이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로스쿨 제도에 관한 심도 있는 고찰과 체계적 연구가 턱없이 모자란 상태에서 기존 법조계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내용들을 언론이 받아쓰기해왔습니다. 이러한 여론생산 기제가 로스쿨에 관한 부정적이고 근거 없는 인상들을 꾸준히 확대재생산해왔습니다. 그러니 국민들께서는 로스쿨의 정확한 목표와 긍정적 기능을 접해볼 기회를 갖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저는 사법시험을 다시 시행해 생겨날 수 있는 사회적 공익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법시험을 부활시켜서 얻어질 수 있는 기대효과들은 이미 로스쿨 제도 아래에서도 충분히 발현되고 있습니다. 로스쿨 제도 또한 완전무결한 제도는 물론 아닙니다. 저도 로스쿨 시스템에 내재된 한계와 미비점들 빠른 시일 안에 개선하고 보완해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첫 번째로 로스쿨 제도의 운영 실태를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점검할 평가기관과 검증장치가 필요합니다. 로스쿨들의 현황을 평가하는 책임을 맡은 위원회가 현재 설치돼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 위원회에 너무 많은 로스쿨 교수들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냉정하고 중립적인 평가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기가 상당히 힘든 상황입니다.


공 : 평가하는 사람도 교수이고 평가받는 사람도 똑같이 교수인 터라 팔이 안으로 굽을 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김 : 예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가에서 지적된 사항들이 제대로 시정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두 번째로 요구되는 일은 로스쿨 교수들이 진행하는 수업의 질을 담보하는 문제입니다. 이 부분도 아직까지는 진전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로스쿨을 위협하는 진짜 위험요소가 있다면 제가 방금 말씀드린 학생 교육의 부실과 학교 평가의 주관성입니다. 저는 수업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교수들의 자질이 떨어지는 로스쿨이 발견된다면 로스쿨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해당 로스쿨의 폐지와 같은 단호한 조치가 즉각 취해져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이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문제의식입니다.

 

공 : 로스쿨 교육에서 또 다른 문제점은 없나요?

 

김 : 결원보충제도도 시급한 보완과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편입학에 관련된 규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법에 따르면 학생들이 편입학을 통해서 다른 로스쿨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25개 로스쿨들이 담합해 편입학이 되지 않게끔 아예 틀어막아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현행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중간에 이탈하는 바람에 결원이 생기면 비어진 인원을 보충해야 학교 운영에 필수적인 자금을 조달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로스쿨들이 교육부와 협의해 결원보충제라는 제도를 시행령에 급히 추가시켰습니다. 이 시행령은 원래는 3년만 임시로 유효했었습니다. 그렇지만 3년씩 두 번을 더 연장한 결과로 벌써 10년 가까이 떡하니 효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로스쿨들은 이 시행령을 한 번 더 갱신하는 일을 현재 추진하는 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로스쿨 정원은 본래 2천 명으로 설정돼 있었습니다. 결원보충제도는 로스쿨의 정원을 암암리에 증원하는 편법적 수단으로 악용돼오고 있습니다. 로스쿨의 질을 관리하는 데에서 이 결원보충제는 굉장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왜냐면 부실한 교육이 이뤄지는 탓에 다수의 학생이 학교를 이탈해도 결원보충제가 떠나간 숫자만큼의 학생들을 다시 금세 채워 넣을 수 있도록 로스쿨들에게 배려해주기 때문입니다. 교수들이 성실하고 열성적으로 학생 교육에 나설 동기나 절박함이 결원보충제 탓에 증발하는 것입니다.


공 : 교수들 입장에선 한껏 배짱을 부릴 수 있겠네요. 로스쿨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에게 속으로 “너 나가도 올 사람 많아”라며 자신 있게 튕길 수가 있으니까요.

 

김 : 결원 문제는 법률에 정식으로 규정된 편입학 절차를 거쳐서 해결해야만 옳습니다. 한시적 시행령에 불과한 결원보충제를 계속 은근슬쩍 연장해가며 편법적으로 운용하는 행위는 결코 정당하지 않습니다.


로스쿨의 운영상의 맹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쉬지 않고 내야만 합니다. 그러나 사법시험을 부활시켜 로스쿨의 문제점을 고치겠다는 방법은 로스쿨에서 직접 교육을 받아 변호사가 된 제가 판단하기에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여겨지지가 않습니다.


법조계와 국민은 순망치한의 관계


김정욱 변호사는 직업으로서의 변호사가 사회에 왜 필수재인지 차분히 설명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공 : 과거에는 변호사가 되면 안정되고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변호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을 정도로 그러한 영광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지나간 옛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변호사들, 특히 젊은 변호사들이 보다 나은 여건과 환경에서 국민들을 위한 인권 지킴이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김정욱 변호사님께서 준비하신 대안과 해법이 있는지요?


김 : 이제 변호사는 수많은 자격증들 중의 하나일 뿐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과거와 같은 선민의식은 변호사 사회에서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입니다. 저는 변호사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변호사가 부와 명예가 저절로 따라오는 특권적 직업이 아니게 된 지금의 현실이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조계 역시도 본질적으로는 업종이고 업역(業域)입니다. 저는 변호사의 특권은 사라져야 마땅하지만 업역으로서의 법조계가 존속하기 위한 방안들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변호사 업계라는 특정 업종이 무너지면 이는 단지 변호사들의 생계가 곤란해지는 일로만 그치지 않습니다. 국가의 법률체계가 덩달아 붕괴되고 국민들의 인권이 더불어 위태로워집니다. 그러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영위할 수 있도록 그들의 인간적 삶을 보장해주는 장치와 조치는 꼭 있어야만 합니다.


한 사회의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들이 기본적인 생활조자 이어가지 못할 지경에 처하면 국가적으로 어떠한 혼란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저는 눈앞이 아찔해집니다. 변호사는 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입니다. 변호사가 타인들이 자행하는 불법적 행위들에 이런저런 개인적 사정으로 말미암아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관여하고 연루되면 엄청난 사회적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해외에서는 실제로 자주 현실화된 바가 있습니다.


변호사들의 인간적 삶을 보장해주는 일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자면 국민들에게도 이익이 되고, 변호사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상생의 방도를 빨리 찾아내야만 합니다. (④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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