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 언론과 유튜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 서진솔 기자
  • 등록 2021-01-11 16:43:26

기사수정

방송사, 신문사 등을 일컫는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주간지 ‘시사인’에서 지난해 10월 발표한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로 ‘유튜브’가 꼽혔다. 전년 같은 조사에서 12.4%로 2위를 차지했는데, 작년엔 13%로 모든 기성 언론사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2위는 11.4%를 얻은 네이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2019년 11월 한 언론 기고문에서 레거시 미디어의 신뢰도가 하락하는 이유에 대해 “여타 미디어와 차별성이 없는 기사의 수준, 즉 가짜뉴스를 걸러내지 못하고 정치적 편향, 진영 논리에 따라 스스로 가짜뉴스와 왜곡된 뉴스를 직접 생산해내는 한마디로 ‘질 낮은’ 뉴스의 공급자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질 낮은 뉴스는 지난달 만기 출소해 안산에서 생활하고 있는 조두순 관련 보도에서도 나타난다. 언론들은 출소하는 순간부터 조두순을 ‘보도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조두순이 첫 외출로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는 가사가 포털을 도배했고, 이달 8일엔 그가 복지급여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주요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복지급여 신청 관련 기사들을 보면 ‘흉악범에게 세금을 지원하지 말라’는 식의 논조가 이어진다. 이를 통해 언론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가 가진 헌법상의 기본권을 박탈하자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근거 없이 불특정 다수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 전달한다면, 클릭 수를 유도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을 선동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뉴미디어가 비판받는 지점을 레거시 미디어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기성 언론은 사적인 사안을 공적인 주제로 확장 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가해자의 신상에 초점을 맞춘 취재는 지양해야 한다. 이는 오히려 공적인 사안을 개인적인 부분으로 축소 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개인(권력자를 제외한)에 대한 비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 문제는 단언컨대 없다. 갈등을 부추겨 사회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언론은 개인이 아닌 사회 현상을 다뤄야 하며, 그것이 ‘뉴미디어’라고 불리는 부류와의 차이여야 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지난해 11월 한 언론사 칼럼에서 조두순을 둘러싼 온갖 보도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 대해 “반드시 함께 거명되는 그 피해자, 여전히 ‘나영이(가명)’라 불리는 사람”을 우려하며, “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잊혀질 권리”라고 밝혔다. 

 

또, 이수종 언론중재위원회 교육본부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발간된 ‘언론중재’ 겨울호에서 “언론은 국가의 처리 과정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방향에 집중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범죄자 출소 관련 보도가 가져올 당사자의 인격권 침해 문제 관련 논의는 부족하며 이 문제를 다룬 언론계 미디어비평 역시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조두순 관련 언론 보도에는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와 출소자의 기본권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가. 사회적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내놓는 ‘질 낮은 뉴스’가 뉴미디어와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행안부 차관 주재, `전산사고 재발방지 대책 전문가 토론회` 개최 행정안전부는 28일,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주재로 전산사고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민간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이번 토론회는 전산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응용프로그램의 안정적 운영·유지관리 방안을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우수한 민간의 시스템 관리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되었다.토론회에는 송상효 숭실대학교 교수를 비롯.
  2. 마포구, 실뿌리복지로 레벨 업(UP)…복지·동행센터·기금 3단 체계 구축 마포구가 올해 마포형 복지전달체계인 `실뿌리복지`의 기반 구축과 운영에 박차를 가한다.`실뿌리복지`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사회적 약자부터 일반 주민까지 모든 구민의 삶에 스며드는 촘촘한 복지`를 지향하는 마포구 복지 비전으로 `실뿌리복지센터`, `실뿌리복지동행센터`, `실뿌리복지기금`으로 구성된다.실뿌리복지센터는 아동·...
  3. 인천시, 사회복지시설 등에 방연마스크 800개 비치 인천광역시는 화재 발생 시 연기 및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 등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립사회복지시설 등에 화재 대피용 방연마스크를 비치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19년 ∼ `23년) 화재 발생 시 연기 및 유독가스에 의한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의 약 66%에 달해, 사망원인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장애...
  4. 아기 상괭이의 놀이터, 한려해상 초양도…생태 해설로 관찰 지원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초양도(경남 사천시 소재) 인근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상괭이가 새끼를 낳아 키우는 생육활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상괭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대한 협약(CITES)에서 보호종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해양보호생물(해양수산부 지정)로 법정보호를 받고 있는 종이다...
  5. 정부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차익으로 피해자 임대료 지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전세사기 피해자는 LH가 경매에서 사들인 기존 거주 주택에 최대 10년간 무상으로 거주하거나, 바로 경매 차익을 받고 이사할 수 있도록 했다.정부는 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6. 수원시-경기대, `지구로운 캠퍼스` 조성에 앞장선다 수원시가 경기대학교와 `지구로운 캠퍼스` 조성을 위해 지난 27일 대학 관계자와 간담회를 가졌다.경기대학교 제2공학관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황인국 수원시 제2부시장, 청년청소년과장, 환경정책과장 등 관계 공무원과 최병정 경기대학교 교학부총장, 사회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진, `지구로운캠퍼스추진단`으로 활동하는 경기대학교 학.
  7. 산업부-KOTRA, 유럽 최대 반려동물용품 전시회서 한국 펫기업 알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안덕근)와 KOTRA(사장 유정열)는 5월 7일부터 10일까지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반려동물용품전시회(INTERZOO 2024)’에서 우리 반려동물용품 기업을 알리기 위해 한국관을 운영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전 세계 68개국에서 210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했고, 약 4만명의 참관객이 방문해 양적인 면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