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서울시 '디자인거버넌스'를 통해 유통기한이 지난 폐의약품을 올바르게 버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서비스디자인 ‘약쏙상자’가 탄생했다.
약의 종류와 포장지별로 분리수거를 한 후 근처 보건소 등에 가져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리플렛, 폐의약품 수거상자를 만드는 교구세트, 폐의약품 처리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담은 영상 등으로 구성됐다.
서울시는 3월 말까지 서울 소재 초등학교에 ‘약쏙상자’ 교구 7500개를 배포해 보건교육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누구나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시교육청 관련 홈페이지에 파일도 게시한다.
또한 청소노동자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식충전소’ 벤치도 '디자인거버넌스'를 통해 제작됐다. 대학 재학 중 청소노동자들의 휴게 환경에 관심을 갖고 접근한 한 대학생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다리를 편안하게 뻗을 수 있는 발 받침대, 청소도구 거치대 등이 설치된 벤치로, 서울어린이대공원에 3월 중순 설치된다.
서울시는 작년 한 해 '디자인거버넌스'를 통해 총 5개의 생활문제 해결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디자인 전공 학생부터 주부, 직장인,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과 전문가 등 총 2200여명이 참여했다.
5개 프로젝트는 ▲올바른 의약품 폐기를 위한 서비스디자인(신규) ▲청소노동자들의 편안한 휴게환경 디자인(신규) ▲재난안전 서비스디자인(신규) ▲학대피해 아동의 마음을 치유하는 서비스디자인(심화) ▲초등학교 대상 직업 인식개선을 위한 온라인게임(심화)이다.
올바른 의약품 폐기 위한 서비스디자인 ‘약쏙상자’의 경우 의약품 폐기에 대한 제도나 시스템을 바꾸기는 어려워도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통해 행동을 유도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폐의약품을 처리하고 싶지만 정확한 폐기 방법을 몰라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이 집에 쌓여있다는 한 시민이 제안했다.
폐의약품은 약 종류별로 분리수거 한 후 근처 약국이나 보건소 등에 가져가면 안전하게 폐기된다. 그러나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각 가정에서 폐의약품을 쓰레기통‧하수구‧변기통에 버린다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약국‧의사‧보건소에 반환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에 불과했다. 향후 사용을 위해 보관한다는 응답은 36.1%였다.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 관련 전문가, 자치구 보건소 관계자, 서울시교육청 및 보건교사 등이 참여했다. 의약품의 올바른 사용법‧폐기법, 제대로 폐기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영향 등 사람들이 잘 몰랐거나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을 담았다.
청소노동자를 위한 편안한 휴게환경 디자인은 청소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졌다. ‘휴식충전소’ 벤치는 발 받침대,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높은 등받이, 청소도구 거치대가 있는 벤치다. 강한 햇빛을 막아줄 수 있는 ‘파라솔’도 함께 설치된다.
노동자들 중에서 특히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휴게권리 보장이 어려운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가장 적합한 대상지를 공모했다. 공모 결과 다수의 청소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시민들의 접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이 대상지로 선정됐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외부 공간 청소노동자들은 공간 특성상 근무지에서 휴게공간까지의 거리가 멀어 주로 가까운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지만, 이용객들의 불편이 우려돼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노동자들의 편안한 휴식이 어린이대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착안했다.
아울러 재난안전 서비스 디자인은 안전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1인 가구를 위한 디자인이다. 부엌에서 불이 났을 때, 화장실에 갇혔을 때 등 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장소별 재난상황과 대처법 안내 안전 매뉴얼, 생활안전에 꼭 필요한 방염매트, 안전캡슐, 대피지도 등 필수품 안전키트를 개발했다.
학생들은 주로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받아 재난상황 대처법을 익히지만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은 상대적으로 안전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1인 가구는 이웃 관계 결여 등으로 집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주변에서 인지하기 어렵고, 공간적 제약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대형 산불, 지진, 태풍, 홍수 등의 피해 뉴스를 접하면서,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재난에 대처하는 방법을 미리 인지한다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민제안에서 시작됐다. 이에 데스크 리서치, 안전체험관 견학, 재난안전 관련 NGO 관계자 미팅 등을 통해 1인 가구에게 재난상황 대처법을 알리는 것에 초점을 두고 디자인을 개발했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해 안내문을 받았을 때 제대로 보지 않고 버리거나 방치한다는 의견에 따라 이해하기 쉬운 일러스트를 활용해 디자인했다. 결과물은 서울시 1인가구지원센터를 통해 신청·접수된 관악구‧서대문구‧서초구‧성북구 4개 자치구에 배포될 예정이다.
학대피해 아동의 마을을 치유하는 서비스디자인은 2018년에 추진‧개발된 ‘호야토토’ 운영 결과, 학대피해 아동이 피해 진술을 위해 낯선 공간에 들어설 때의 두려움과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트라우마 형성을 줄여주는데 기여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에 활용도가 높고, 학대피해 아동의 방문이 많은 해바라기센터에 집중해 심화사업을 진행했다.
사업을 운영해온 해바라기센터의 의견을 수렴해 ‘호야토토’ 아이템을 일부 변경했다. 피해자에게 제공되는 시점 및 활용방법 등을 담은 운영 매뉴얼이 추가됐으며, 포장방식 등을 보완했다. ‘호야토토’는 애착인형, 스트레스볼, 색칠놀이북, 만화경, 팔찌, 팽이 등으로 구성돼 있고 4월부터 서울소재 5개 해바라기센터에서 업그레이드된 ‘호야토토’를 활용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대상 직업 인식개선을 위한 온라인게임은 초등학생 대상 다문화관련 인식개선 보드게임 ‘쿡쿡콕콕’에 이어 직업의 다양성과 가치를 알려주고 직업에 대한 인식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 보드게임 ‘다가치 잡스잡스’를 개발했다.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된 상황에 맞춰 보드게임 역시 온라인용으로 제작됐다. 초등학교 5~6학년의 진로활동 교육시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서울시교육청 온라인 플랫폼에 4월 중순 게재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16일 온라인을 통해 '디자인거버넌스' 사업에 참여한 시민들이 모여 한 해 결과를 공유하고 그 결과물을 소개하는 '디자인 톡톡쇼'를 개최한다.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이번 행사에서는 5개 사업에 대한 결과발표와 사업 과정을 담은 영상,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활동영상 등도 볼 수 있다. 또한 사업에 참여한 시민들에게는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거버넌스 활동에 참여한 점을 인정해 시장상장이 수여된다.
사전신청을 한 경우 줌에 접속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으며, 사전신청 없이도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공유가 가능하다.
한편, '디자인거버넌스' 사업을 위한 시민 제안은 누구나 서울 디자인거버넌스 홈페이지를 통해 올릴 수 있다. 시는 그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올라온 의견을 모아 4~5월 중 2021년 사업주제를 선정·추진할 예정이다.
이혜영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디자인거버넌스의 주제들은 대부분 공공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민의 니즈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며 “최근 서울시 디자인거버넌스 운영 노하우에 대한 다양한 기관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사업의 노하우 뿐만 아니라 시행착오까지 공유하는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다양한 기관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