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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희⑤, “586 세대는 후배들을 심부름꾼으로 생각해”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1-04-22 1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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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오류 가능성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젊은 리더가 필요하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기 마련이다. 한국사회의 물이 다시금 혼탁해지고 있음은 문재인 정권에 들어와 쉬지 않고 불거지고 있는 크고 작은 여러 권력형 비리 사건들이 증명해주고 있다.

세대교체가 활발히 이뤄지는 사회는 강물처럼 힘차게 흐르고, 세대교체의 흐름이 정체된 사회는 늪이 되어 사멸해간다. 586 세대의 장기집권 체제가 확립된 이후의 한국은 활력과 창의성, 발랄함과 역동성이 사라지면서 급격한 퇴락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신철희 여양한강문화연구소장은 586 세대의 보조자 노릇에 그치고 만 이른바 서태지 세대의 우울한 현실을 소개하면서 2030 세대로의 보다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해 한국사회가 잃어버린 희망과 건강성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꿈꾸고 있었다.

586 세대는 권력에 유달리 집착하는 세대


신철희 소장은 소위 X-세대 또한 이제는 나이 50이 된 현실에 착잡함을 표시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신철희(이하 신) : 저는 87년 6월 시민항쟁이 성공하는 데 586 세대가 중심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실은 분명히 인정하고 평가해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586 세대들 중에서 나중에 제도권 정치인으로 변신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당시의 공로와 기여를 면죄부로 활용하면서 너무나 오랫동안 과도한 기득권을 누려왔습니다.

 

공희준(이하 공) : 그게 바로 청년세대가 586들을 향해 사골국물 우려먹는다고 야유하는 배경입니다. 왜냐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경력을 평생의 까방권으로 주야장천으로 요긴하게 써먹고 있거든요. 한때의 업적을 발판 삼아 대대손손 호의호식한 조선시대의 훈구파와 영락없이 똑같습니다.

 

신 : 586들 사이에 “우리가 과거에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데…”라는 정서가 널리 퍼져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공 : 보상심리가 체질화됐다는 측면에서는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가 그 나물에 그 밥이더라고요. 후배들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병리현상에 문제를 제기하면 산업화 세대는 “우리가 어떻게 일으킨 나라인데”라고 반발하고, 민주화 세대는 “우리가 어떻게 이뤄낸 민주주의인데”라고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다는 각론 부분 정도가 두 집단의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으로 여겨집니다.

 

신 : 자기 세대의 과는 외면하면서 공만을 내세우는 식이라면 자신들이 중동의 뜨거운 사막에 가서 땀 흘리며 벌어온 외화 덕분에 민주화의 토대가 구축됐다고 주장하는 산업화 세대의 논리에 대해 민주화 세대가 딱히 토를 달기가 힘들어집니다. 선배 세대의 노고 위에 후배 세대의 노력이 보태지면서 역사는 발전하는 법입니다. 특정 세대만이 역사의 발전과 사회진보에 기여했다는 시각에 제가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더욱이 젊어서의 희생과 헌신이 나이 들어서의 부정과 부패를, 무능과 타락을 무죄로 만들어주는 알리바이가 될 수는 없습니다.


586 세대는 현재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헤게모니 세대입니다. 권한이 크면 책임도 크기 마련입니다. 저는 586 세대가 지금 가진 부와 권력과 명예에 상응하는 성찰과 책임의식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분들이 기성세대와 달리 힘도 돈도 인맥도 없는 청년세대를 향해서 따뜻한 연대감과 애정 어린 공감의식을 발휘해주면 좋겠습니다.


공 : 그러나 현실에서는 공감과 연대의식은커녕 후배들에게는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독점욕과 세대 패권주의만 난무하는 양상입니다.

 

신 : 6ㆍ25 세대와 산업화 세대는 탈도 많고 흠도 많은 세대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경시하지 못할 미덕과 장점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분들 역시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후배들에게 주도권을 물려주는 세대교체의 큰 흐름을 종국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공 : 소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분들은 몇 번 저항을 시도하다가 장강의 뒷물들에게 순순히 밀려가는 쪽을 결국 선택했더라고요.

 

신 : 586 세대 이전 세대들은 자기들에게 도전하는 후배들이 있으면 속으로야 어떻게 생각했을지 몰라도 겉으로는 후배들이 패기가 있다며 격려하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586 세대만은 선배세대가 그들에게 보였던 아량과 포용력을 후배 세대들에게 좀처럼 발휘하려고 들지를 않습니다. 저는 586 세대처럼 장기간에 걸쳐서 사회 모든 부문에서 결정권을 틀어쥔 세대가 과연 예전에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586 세대가 후배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선 불신과 무시의 태도가 자주 묻어납니다. 후배들을 심부름꾼 정도로 여긴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입니다. 그분들은 후배들을 아직도 미숙하고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보는 듯합니다.

 

공 : 누구 말처럼 한마디로 경험치가 낮은….

 

2030이 586들과 달라야 할 부분은

 

신철희 여양한강문화연구소장은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반복해 강조했다. (사진 김한주 사진전문 기자)

신 : 90년대 초반 학번들도 이제는 나이 50줄에 접어들게 됩니다. 저희도 이 나이에 언제까지 선배들 수발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선배들이 후배들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때가 있기는 있습니다.

 

공 : 주로 어느 시점인가요?

 

신 : 조직을 동원해야 할 때, 또는 잡일을 대신해줄 사람이 필요할 때입니다.

 

공 : 머릿수가 모자라거나, 손발이 부족할 경우에만 후배들을 부르네요.

 

신 : 실무자로만 생각하는 눈치들입니다.

 

공 : 빛나는 정무는 586들이 독점하고, 귀찮은 잡무는 후배들에게 맡겨버리는 절묘한 역할 분담이네요.

 

신 : 회사이건 친목모임이건 어떤 조직에서든 실무와 잡무는 후배들의 몫이니 그것까지는 대충 참고 넘어가겠는데, 짜증이 확 솟구칠 때가 있습니다. 즐기고 노는 자리는 철저히 선배들끼리만 모이다가도, 일손이 필요할 때만 후배들에게 꼬박꼬박 연락할 경우입니다.

 

공 : 관혼상제 치를 때만 연락이 오는 셈이네요. 와서 축의금이나 부의금 내라고.

 

신 : 그러니 저희로서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뒷수발 해주는 일꾼쯤으로 치부한다는 생각을 지우려야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선배들에게 의지하지 말고 후배들이 독자적으로 일을 기획해 추진해야겠다는 결심이었습니다.

 

지금은 청와대와 정부, 정당과 국회, 학계와 언론계, 그리고 기업과 시민사회 전부를 586 세대가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후배세대들 머리 위에 두껍고 단단한 유리천장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슬프지만 저희 세대도 어느새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습니다. 저는 저희보다 더 젊은 2030 세대가 우리 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추동하는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공 : 소장님께서 방금 큰 기대감을 표시하신 젊고 유능한 리더십이 더 늦기 전에 출현하려면 어떠한 요구조건이 충족되어야 할까요?

 

신 : 제가 정치사상을 전공하다 보니 정치 분야를 위주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겠네요. 저는 인간에 대한 깊고 넓은 이해력을 갖춘 청년들이 우리나라 정치의 주도집단이자 중심세력으로 떠올랐으면 합니다. 왜냐면 인간에 관한 통찰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머잖아 실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기는커녕 그 스스로가 문젯거리로 전락하는 탓입니다.


그럼 인간에 대한 이해와 통찰의 본질은 어디에 있느냐? 인간의 유한함을 깨닫는 데 있습니다. 사회는 신과는 달리 불멸의 존재가 아닌 인간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곳입니다. 정치든 경제든 그 주역은 마음속이 욕심과 이기심으로 팽배해 있는 인간이 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갈등과 투쟁이, 한계와 모순이 항시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사람은 자신이 오류를 저지를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본인의 판단이 잘못된 생각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옳았던 것도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 틀린 것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과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들 역시 나처럼 생명을 지닌 소중한 인간이라는 점과 함께 내 생각이 아닌 그들의 생각이 올바를 수도 있다는 사실에 눈을 떠야만 합니다. 그래야 상대방과의 진솔하고 생산적인 대화와 토론이 가능합니다. 진솔하고 생산적인 대화와 토론이 가능해야 쌍방 전부가 수용할 수 있는 합의점에 도달할 수가 있고, 그러한 열린 합의의 바탕과 터전 위에서만이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도모해나갈 수가 있음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⑥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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