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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윤석열은 킹 메이커로 나서야...정당기반 없는 정치는 모래성일 뿐
  • 서정민 칼럼니스트
  • 등록 2021-06-15 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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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의 걱정스러운 행보
  • 대선과 지방선거를 맞이하는 바람직한 자세

윤석열의 걱정스러운 행보

 

2020 국회 청문회장에서 발언 중인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김한주 기자)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정민이라고 합니다.

 

최근 윤석열 님의 행보를 외부에서 보기에 조금 염려가 되는 부분이 있어 정치의 본령과 현 정국에서 취해야 할 방안에 대해 조언을 드리고자 얼마 전 편지를 띄웠는데, 공사다망하신 까닭에 확인이 힘드셨을 듯싶어 인터넷 대안언론의 장을 빌려 다시 편지를 보내봅니다.

 

오늘날 기성 정치권은 사회에 누적된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실패하였고, 이를 두고 그동안 나섰던 대통령 후보들은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격자라고 홍보하였지만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자 일각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이며 권력의 분권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지만, 이는 사안의 본질에서는 비껴나 있는 주장일 따름입니다. 국민들 다수가 메시아 같은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재 당면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현상 자체를 문제의 근원으로 보아서는 답이 없습니다. 나아가 현상 자체를 부정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동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저는 이렇게 잘못된 정치의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제” 이전에 “호족적 정당정치”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근래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정한 경쟁질서를 주장하는데 이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현재 언급되는 “공정”은 단순히 우수한 사람이 올라갈 수 있게 기득권을 타파하자는 것에 불과합니다. 참다운 민주주의는 시장과는 달라서 “모두”의 성실한 참여를 통해 “다수”의 총의를 모아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정당원이라면 사회에 대한 기여를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되, 주체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정당 자체는 그러한 주체적 구성원들이 서로 교류하며 의견을 정리하도록 돕는 기관입니다. 기간당원은 정당에 그러한 풍토가 정착되도록 돕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정당의 본령입니다.

 

아쉽게도 현재 대부분의 한국 엘리트들은 정당의 합의 기능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단쯤으로 간주하는지라 호족적 정당정치의 폐해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이는 대의제 고유의 문제점이라며 직접민주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허나 이 주장은 애초에 한 번도 대의제 민주정을 정식으로 시행해본 적이 없는 한국에서 대의제의 폐해부터 논하는 것이므로 적절한 처방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우리나라 호족 정당정치의 근원적 문제는 정당의 본령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권을 취하기 위해 지지자를 규합하고, 상대 의견의 타당성을 보기보다는 정파적 이익을 위해 억지를 부리는 데에 있습니다. 단순히 경쟁이 공정해지는 것만으로 정당의 문제가 해소된다면 그것은 다수이기만 하면 옳다는 식의 중우정의 변형에 불과합니다. 이 현상은 이미 우리가 이른바 “대깨문” 현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일컬어지는 호족 정치로의 대표적 사례는 지역이 있습니다만 여성, 청년, 장애인, 노동자, 의사 및 변호사 등 거의 전 분야에 전부 존재한다고 말해도 무방합니다. 이 모든 원인은 정당 내에서 당원들이 서로 교류하며 대표자의 자질을 인정하는 구조가 아닌 까닭에 당원의 지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외부세력과의 일회성 거래를 통해 정당과 유력자의 지지도를 손쉽게 올리고 기득권을 유지하려 도모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당 구조에서는 자체적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개혁을 추진할 수가 없습니다. 자강은 내부질서의 변혁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오늘날 언급되는 자강론은 아쉬운 자가 숙이고 들어오게 만드는 것에 주 목적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자강론이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개혁이란 구조를 바꾸는 것이기에 반드시 저항하는 힘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 저항은 기존 질서에서 이익을 보던 집단에서 비롯되는데, 그 이익의 정점에 지금의 정당질서가 서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호족적 정당질서가 모든 문제의 시원인데 이를 건드리진 않으면서 나올 수도 없는 메시아적 대통령만 찾으니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와서 제왕적 대통령을 없앤다 한들 하부조직인 정당이 봉건적이니 결국은 권력의 분점적 사유화만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개혁의 시작은 좋은 대통령을 갖는 것 이상으로 개혁을 이끌어 나갈 “올바른 세력”을 세우는 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세력은 새로운 정당에 바탕하여 대중에게 모범을 보이는 집단으로 자리해야 합니다. 

 

메시아를 기대했던 중도층은 역대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돌아섰습니다. 빨갱이니, 친일이니 하면서 상대로부터 공포감을 느끼는 양극단층 중심의 정국 아래에서 또 다른 메시아를 기대하는 중도층의 재결집이 반복된 것이 한국의 선거입니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지금 윤석열님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실체 역시 기성정당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것이자, 이 실망스런 상황을 없애줄 또 다른 메시아에 대한 기원이겠지요. 저는 여기서 짚어두어야 할 점이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어떤 곳이든 간에 기성세력과 함께하는 순간, 대안을 희망했던 중도 지지층은 빠르게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윤석열 님이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정당의 구조는 변화하지 않습니다. 그런 구조에서 일을 해야 하기에 막상 한국이 해야 할 개혁은 진행될 수 없습니다. 그냥 짧은 명예가 잠시 있을 뿐입니다. 문제는 한국이 관성적 힘에 의해 외적 성장은 지속하였으나 내부적으로 극히 취약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시간을 더 낭비할 여유가 없습니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다른 하나는 중도층에게 구원은 자기 스스로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줄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무명의 소시민들이 스스로 모여 정책을 구상하고 이를 사회에 반영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자발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범국민적 기대를 받는 사람이 나서서 이러한 장을 마련하여 중도층이 온전히 자신의 역량을 투입할 수 있도록 적응해나갈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맞이하는 바람직한 자세

 

검찰총장 사퇴 당시 기자 회견장에 들어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김한주 기자) 

어떤 분들은 한국의 정당들이 하도 국민적 불신을 사서 정당이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정당을 통해 리더와 지지자가 동행하는 것은 왕정이나 군부가 아닌 공화정인 이상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정당을 회피하는 행위는 소수 엘리트 체제로 가는 것인데, 아무리 소수가 우수한 사람들로만 모였다 해도 소수가 언제나 옳은 길만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소수 자체가 사회에 괴리되어서 정책이 현실성이 없을 수도 있고, 누가 해도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겠으나 대중은 냉정히 책임추궁에 나섰습니다.

 

그래서 잉글랜드의 찰스 1세를 비롯하여 나름대로 국민을 아꼈다는 수많은 군주들도 그 한계를 넘지 못하고 비참한 말로를 겪어야 했습니다. 과거의 왕정이나 군부체제는 전통이든 군사력이든 정권을 뒷받침하는 힘이 있어 국민들도 어느 정도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지만, 만인이 주권자인 공화정에서는 그러한 인내심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서 다수가 인정하는 길로 만들어놓고 진행해야 합니다. 정당과 국회는 그것을 현실화하는 제도적 틀입니다. 이런 정당을 무시하고 혼자서 움직이는 것만으론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습니다. 특히 지금의 한국 엘리트층이 전반적 불신상태에 놓였고, 많은 개혁이 그들과 직접적 충돌을 감수해야 함을 고려하면 반드시 정당이 열려 있어야 국민적 신뢰를 모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대선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당장 튼튼한 하부조직이 없어 국회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렵습니다. 정권은 곧 무력한 모습을 드러낼 테고, 중도층 유권자는 정권에 가차 없이 등을 돌릴 것입니다.

 

저는 윤석열 님이 그 무엇보다 지금 얻은 국민적 기대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모습을 가진 정당 운영부터 준비하길 바랍니다. 누구 한 사람의 능력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위대해질 수 있는 나라의 기틀을 만드는 일부터 생각했으면 합니다.

 

물론 현재 기성 정치권에서 나라를 정상적으로 이끌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나라를 더 어렵게 만들기 전에 이 망국적 흐름을 끊어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겠지만 정책과 정책을 공유해온 세력이 준비되지 않은 선거는 순수한 지지자들을 빠르게 냉소적으로 만들어서 그저 다음 사람에게 부채처럼 넘기게 됩니다. 이는 과거 본격적으로 제3지대 정치 실험에 나섰던 문국현과 안철수를 거치면서 이미 반복되었던 현상입니다.

 

그분들은 자신의 내면을 잘 관찰하고 외부의 인사들을 충분히 검토한 것이 아닌, 단순히 기성정당이 문제가 많다는 이유만을 들어 정치에 너무 쉽게 나섰습니다. 결국에는 온갖 사람들이 몰려든 판에서 자신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끝에 가장 헌신적이고 정직한 사람들부터 다시는 여의도에 오지 않겠다는 절규를 남기게 만들었습니다. 이 비극의 장을 이젠 끝내야 합니다.

 

본인이 국민적 기대를 받는 이상 과거의 다른 분들처럼 이 기대를 준비 없이 손쉽게 위험에 노출시키시면 안 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튼튼한 정당을 세우는 데 드는 물리적 시간이 현재로서는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정상적 정당정치 질서에서는 지역에서 우수한 인물을 찾아 당 구성원 간의 전반적 인정을 거쳐 내놓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정당을 세우고 유능한 인재들을 최대한 모으는 데 전력하면서도 자신에게 모인 국민적 기대를 유지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다른 명사를 신당의 대선후보로 삼고초려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문제가 정당 자체에 있었음을 선언하면서 2선에서 우수한 분들을 세우려 노력하겠다고 한다면, 정치에 생각이 있어 윤석열 님이 쇼를 한다고 생각해온 분들도 자신의 착각을 돌이켜볼 계기가 되므로 본인의 명예를 더 크게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같은 양보를 두고서 국가적 기반을 만들기 위해 내린 구국의 결단이 아니라고 폄하할 대중은 드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이 불완전한 신생정당의 중심을 윤석열 님이 받은 지지도를 기반으로 잡으면 무리하게 바로 대선으로 나가서 빠르게 지지도를 잃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대신, 당을 단단하게 키워내어 지선과 총선을 치르고 개혁을 하기 위한 발판을 준비해서 제대로 승부할 수 있습니다.

 

정당이 반석 위에 올라선 이후에는 논의해야 할 정책이 매우 많습니다. 노사 문제처럼 그나마 학술적으로는 정리라도 된 분야가 있는가 하면, 연금 문제처럼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이 서로의 주장에서 고립된 채 어떠한 방안도 합의하지 못한 분야도 있습니다. 주택 문제 같은 내치에서 외교 문제까지 거의 전방위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정책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시야는 상당히 좁습니다. 이는 민중을 사랑하면서 직을 천직으로 여긴 사람보다는, 단지 직을 출세의 방편이나 자신의 과시 용도로 취급하면서 현실성이 모자란 자신들의 상상으로 세상을 재단하려 시도했던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탓입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망국의 순간에도 인재는 항상 있으나 망국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인재를 받을 준비가 나라에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정당이 한국에 출현하면, 방향을 제시할 인재들은 자연스럽게 모여들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개혁은 대통령 혼자서 추진할 내용이 아닙니다. 모든 개혁의 시작은 정당의 혁신에서 출발합니다. 다모클레스의 왕좌 위에는 고작 칼 한 자루가 걸려 있었다면, 공화정의 대통령직은 아래에 활화산을 둔 것과 같습니다. 대통령직은 누리기는 쉬워도 수행하기는 어려운 자리입니다. 정당 민주주의의 뒷받침이 없다면 기득권 집단에 포섭되어 어떠한 개혁도 이뤄내지 못한 채 대한민국은 시간만 허비하며 망국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이 편지를 전달할 방법을 찾지 못해 많이 늦었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칼럼은 칼럼니스트 서정민님이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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