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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② 강남이 뛰면 금천은 죽는다
  •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등록 2019-05-26 17: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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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땅값이 5억 치솟을 때 금천 땅값은 복지부동
지금은 고인이 된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이른바 ‘옷로비 사건’의 증인으로 국회 청문회에 섰을 때 그는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국민들에게 두 번 큰 웃음을 주었다. 한 번은 본명이 김봉남이라는 점 때문이었고, 또 한 번은 고향이 구파발이란 사실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앙드레 김은 대한민국 국보급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자부심과 무게감을 청문회가 진행되는 내내 시종일관 의연하고 당당하게 견지했고,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 출석은 ‘앙 선생님’의 권위와 성가를 외려 한층 더 높여주는 긍정적 계기로 역설적으로 작용하였다.

만약 현재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명 아이돌 그룹 구성원의 집이 가리봉동에 있다고 알려지면 대중은 앙드레 김의 청문회 출석 당시와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인기가도를 질주하는 글로벌한 감각의 세련된 한류 스타와 가리봉동이라는 투박하고 예스러운 지명은 별로 어울리는 조합은 아닐 터이기 때문이다.

허나 가리봉동이 칙칙한 동네의 대명사처럼 통용되어온 현상을 가리봉동 주민들의 책임으로 몰아붙이기는 어렵다. 가리봉동 주민들은, 즉 금천구민들은 「가리봉역」의 역명을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개칭한 데서 보이듯이 지역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쳐왔다. 그럼에도 금천은 강남과는 너무나 먼 거리에 아직도 머물러 있다. 금천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정두환 바른미래당 금천지역위원장의 견해를 계속 들어봤다.

가리봉에서 2천만 원이면 강남에서는 5억 원


정두환 위원장은 강남땅값 폭등이 금천주민들 마음에 준 상처가 얼마나 큰지를 토로했다. (사진=김대희)

정두환 : 금형회관 바로 앞을 지나가는 10차선 도로가 시흥대로입니다. 국도 1호선입니다. 동네에서는 「50미터 도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시흥대로를 따라서 안양 방면으로 내려가다가 보면 왼쪽인 동쪽 지역인 구시가지에 해당합니다. 다가구주택과 다세대주택이 밀집된 동네입니다. 오른쪽인 서쪽 지구에는 새로운 건물들이 비교적 많이 지어져 있습니다. 이 지역이 독산동의 중심지로 통하는 곳입니다.


아파트 한 채 가격이 강남에서 5억이 치솟으면 금천에서는 2억이 상승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나름 브랜드 가치가 높은 「롯데 캐슬」이나 「힐 스테이트」의 경우만 주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둘 다 신시가지에 신축된 아파트들입니다. 반면에 구시가지에 지어진, 현재 저희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곳과 비슷한 아파트 단지들은 채당 2천만 원 정도가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정두환 위원장은 굉장히 화려한 스펙을 쌓아왔다. 그와 유사한 스펙을 가진 인물들의 상당수는 강남에 거주한다. 한국사회에서의 계급은 이력과 역량의 결과물이 아닌 주소지의 결과물임을 정두환의 사례는 표본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면 금천 땅값은 그냥 죽었다고 말해야 합니다. 강남에서 아파트 값이 10억이 뛰든, 1억이 떨어지든 금천에는 거의 아무런 변화가 없는 탓입니다. 부동산 가격은 오르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사회를 그렇게 만드는 것이 정치 본연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그로 인해 금천구 주민들의 가슴속에는 깊고 짙은 상대적 박탈감만이 늘 자리해 왔습니다. 


싸움 권하는 금천구


금천은 주차 문제 역시 심각합니다. 구시가지의 오래된 골목길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반대방향으로 진행하는 자동차 2대가 동시에 통과하기가 불가능한 길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좁은 골목길들이 밤이 되면 주차장 역할을 감당해야만 합니다. 만에 하나 불이라도 나면 어떻게 되겠어요? 소방차가 화재진압을 위해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이건 정말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닙니다.


그러니 밤만 되면 동네마다 어떤 사태가 벌어지겠어요? 주차 때문에 이웃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건 이미 오래전에 예삿일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성격이 나빠서 싸움이 잦은 게 아닙니다. 열악한 생활조건이 주민들로 하여금 이웃과 다투지 않을 수 없게끔 자꾸만 부추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차대책이라고 아이디어를 짜낸 게 주택 몇 채를 구입해 쌈지주차장을 조성하거나, 초등학교 운동장의 지하를 파낸 다음 공영주차장을 설치하는 방안인데, 금천구의 고질적인 주차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현재의 금천은 한마디로 손을 댈 수가 없는 형편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상태대로라면 금천이 좋아질 길은 솔직히 없습니다. 그러므로 금천은 주거와 교육, 교통과 주차, 그리고 안전과 문화 분야 등 전 영역에 걸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와 각오로 종합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만 합니다. 


악몽의 다리가 된 수출의다리


만들어진 지 40년이 넘은 「수출의다리」 고가는 만성 교통정체로 악명이 높다. (사진출저 : DAUM 지도)

그럼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만 할까요? 사실 이 이야기는 제가 지금부터 만으로 15년 전인 2004년도부터 되풀이해 거듭해온 주장이기도 합니다.


금천구에는 제가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산디지털단지라는 대단히 소중한 보물단지가 있습니다. 가산디지털단지가 어떤 공간입니까? 서울시내에 위치한 유일무이한 공업단지, 즉 공단입니다. 서울 안에 무슨 수로 새로운 공단을 또 만들 수가 있겠습니까?


가산디지털단지의 지리적 입지조건을 잠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동차 기준으로 말씀드려볼게요. 김포공항과는 겨우 30분 거리입니다. 인천공항과는 고작 50분 거리입니다. 서해안고속도로로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습니다. 영동고속도로로의 접근성도 탁월합니다. 해운, 곧 항구로 보자면 어떨까요? 인천항이건 평택항이건 아무리 오래 잡아도 운송에 2시간 이상이 걸리지가 않습니다. 서해안 시대의 서울의 유일한 공단! 다름 아닌 이게 가산디지털단지입니다. 정말 빼어난 물류조건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너무나 안타까운 점이 있어요. 가리봉오거리에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마리오 아울렛」을 비롯한 「현대 아울렛」, 「W몰」 등의 다양한 대규모 유명 의류판매점들이 소재해 있습니다. 이곳 가리봉오거리에서 광명을 거쳐 서해안고속도로로 넘어가려면 왕복 4차선에 불과한 「수출의다리」를 꼭 통과해야만 합니다. 문제는 이 「수출의다리」 고가 하나를 건너는 데에 평상시에 30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통틀어 100만 명 가까운 시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금천구과 광명시의 물류와 지역경제가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건설된 낡은 고가도로 한 개에 위태롭고 불편하게 오랫동안 의지해온 셈입니다. (③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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