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에 침몰한 '허블레아니호'를 인양하기 위해 한국과 헝가리 양국이 인양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일까지 인양을 완료하겠다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지만 와이어 작업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양국은 일단 이날까지 인양 준비를 최대한 마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양 준비 작업은 △선체를 와이어로 결속하는 작업과 △시신 유실 방지를 위한 작업 두 가지로 나뉜다.
와이어 결속 작업은 침몰 선박을 들어올릴 때 선체가 흔들려서 시신 유실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선체를 와이어로 묶어 두는 작업이다. 시신 유실 방지 작업에서는 선체에 그물망이나 바(bar)를 설치해 선체에서 혹시라도 시신이 빠져나가지 않게 대비한다.
헝가리 측은 최대한 인양 준비를 신속하게 마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안전 문제로 한 번에 한 명의 잠수사밖에 입수하지 못하는 점, 와이어 결속 위치를 정교하게 잡아야 하는 점 등 때문에 인양 준비 완료 시점이 뒤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초 헝가리 측에서는 선체의 두 부분에 와이어를 결속하겠다고 했지만 인양 과정에서 선체가 더 중심을 잘 잡고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총 네 부분에 설치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여센스키 난도르 헝가리 대테러청 공보실장은 8일 "(결속 지점을) 잘못 잡으면 배가 두 동강이 날 수도 있어서 공대 교수들이 정밀하게 네 개 지점을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와이어를 넣을 지점을 정밀하게 계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지점에 정확히 와이어를 집어넣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본 와이어는 22㎜ 직경의 줄 6다발로 구성되어 있어 굵기가 상당하다.
와이어는 유도 파이프-유도 와이어-본(本) 와이어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침몰 선박을 와이어로 감으려면 본 와이어가 선체와 강바닥 사이로 들어가야 하는데, 본 와이어가 두껍기 때문에 유도 파이프와 유도 와이어가 이용된다.
본 와이어에 좀더 두께가 가느다란 유도 파이프와 유도 와이어를 연결해서 선체와 강바닥 사이로 먼저 들여보낸 뒤, 유도 파이프가 배 밑부분을 모두 통과하면 잠수사가 이를 반대쪽에서 잡아당긴다. 유도 파이프를 잡아당겨 유도 와이어와 본 와이어까지 선체 밑부분을 통과하면 선체를 완전히 결박할 수 있다.
이날(9일)부터는 와이어 작업의 본론인 본 와이어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예정대로 본 와이어 작업이 완료되면 인양 준비는 거의 마무리되는 셈이다.
시신 유실 방지 작업도 중요하다. 선체 안에 있을지 모를 실종자를 온전히 수습하려면 인양 과정에서 시신이 유실될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시신 유실 염려가 있는 지점은 침몰 과정에서 파손된 선체의 중간 출입문 부분과 출입문 및 창문 등이다. 파손된 출입문 부분에는 그물망을 치고, 창문에는 바(bar)를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대응팀에 따르면 침몰 선박은 좌현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다. 좌현 부분은 배가 유속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지만 우현 부분은 유속이 빨라 시신 유실 방지 작업을 하기에는 배 왼편이 더 수월하다. 이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수중 수색 작업 역시 배 좌현에서만 이뤄진 바 있다.
헝가리 측은 작업 여건이 더 어려운 배 오른편 창에 유실 방지 작업을 8일 마쳤다고 밝혔다. 이제 상대적으로 작업이 수월한 배 왼편만 남은 상태라 시신 유실 방지 작업은 이날(9일)까지 무난히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헝가리 측은 이날(9일)까지 모든 사전 작업을 마치겠다는 계획이지만 두께가 굵은 본 와이어가 얼마나 쉽게 선체 밑바닥을 통과할지가 불투명해 양국 어느 쪽도 작업 완료 시점을 장담하지는 못하고 있다.
또 안전 문제로 헝가리 측이 한 번에 한 명의 잠수사만 입수를 허용하고 있어서 작업 진도는 쉽게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유속 문제 때문에 잠수사가 한 손은 떠내려가지 않게 잠수 사다리를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 진도는 더욱 더딘 상황이다.
만일 작업을 하는 도중 선체 근처에서 시신이 발견된다면 이를 수습하는 데 시간이 더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