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서울 구로구 디지털산업단지에 불법점유하고 있는 만민중앙교회가 서울산업단지 측과 부지매각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산업단지 관계자는 26일 <서남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작년 가을부터 현 부지를 매각하고 교회 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전에 대해 추상적이었다면 지금은 좀 더 구체화 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회가 부지 매각에 적극 나선 것은 지난해 8월 9일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가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으면서부터다. 이 목사는 교회 신도 여러 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 징역 16년의 중형에 처해졌다.
이 목사가 수감된 뒤 만민중앙교회는 이 목사의 지지파와 반대파가 충돌하면서 내분이 일었고 이에 따른 교회 이전도 함께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교회 내 원로들이 모인 원로회의에서 교회 이전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부지를 매각하고 교회가 이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13만 명이 넘는 신도를 보유한 만민중앙교회가 수도권에 이 인원을 수용할 공간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당초 서울 관악구 부지를 알아본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자체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신도들의 차량과 자체 버스를 세워둘 주차 공간도 필요하다. 교회가 이전하고 싶어도 이 정도 규모를 수용할 공간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교회는 과거에 비해 이전에 적극적이지만 이전부지 확보 문제로 막상 이전을 하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부지 매각 문제도 있다. 현재 만민중앙교회는 지난 1996년 들어선 뒤 20년 넘게 서울 디지털산업단지에 불법점유하고 있다. 이곳은 제조업이나 지식산업 관련 업종만 입주할 수 있으며 종교시설은 들어설 수 없다. 불법 점유한 공간을 어떤 절차에 따라 매각할지 전례가 없어 법적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13,062㎡에 달하는 교회 부지 면적에 지식산업센터를 만들 경우 동종업계를 어느 정도 유치할 수 있느냐 등에 대한 문제도 고민거리다.
산업단지 관계자는 “산업단지 내 불법점유 공간을 매각하는 사례가 한 번도 없어서 여러 가지 검토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어떠한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