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그리스의 월나라 테베를 아시나요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3-17 17:00:54

기사수정
  • 애국과 우정의 리더십 : 펠로피다스와 에파미논다스 (1)
서력 21세기의 남한사회는 두 가지 사실 때문에 비극적이다. 첫째로, 권세 높은 권력자와 부유한 엘리트는 있지만, 책임감 갖춘 지도자는 없는 탓으로 비극적이다. 둘째로 진보파(Progressive)도 있고 보수파(Conservative)도 있으나, 진정한 민중파(Populist)는 없음으로 말미암아 비극적이다.

특정한 공동체의 흥망성쇠는 해당 사회를 주도한 리더들의 흥망성쇠이기도 하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우리에게는 어린이들을 위한 위인전이나 또는 야심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처세서 정도로 너무나 오랫동안 잘못 알려져 왔다. 이 책은 실제로는 로마와 그리스라는 고대 서양 세계를 대표하는 두 나라를 이끌었던 내로라하는 리더들의 영욕과 부침을 다룬 역사서이다.

밤이 깊어질수록 아침이 가까워왔듯, 평범함의 시대가 지나치게 오래가는 사태는 위대함의 시대가 머잖아 다시금 도래한다는 역설적 증거일 수도 있다. 또다시 찾아올 위대함의 시대에 당황하지도, 주눅 들지도 않을 방법은 위대했거나 혹은 위대해질 뻔했던 인물들의 삶을 되새김질하는 일뿐일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월나라를 연상시키는 고대 도시국가 테베의 짧고 굵은 전성기의 배경에는 두 사나이의 의리와 우정이 자리해 있었다. 이미지는 중국 CCTV 드라마 「와신상담」 홍보 포스터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현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의 이름과 함께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개념이리라.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영락없는 막장 패륜극의 무대가 된 그리스의 고대 도시국가가 다름 아닌 테베이다. 테베는 고대 미케네 문명의 발상지로서 청동기 시대에는 아주 크고 중요한 곳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 속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청동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현재 테베의 인구는 36,777명이다. 소도시라고 부르기조차 머쓱한 작은 지방 소읍 수준이다. 심리학이 탄생하는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한 장소이자,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마지막까지 극렬하게 저항했던 옛날의 명성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하기 짝이 없다.


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테베도 한때 고대 그리스 세계의 패권국가로 당당히 군림한 적이 있었다. 외세에 복속된 상태에서 독립을 쟁취하고서 곧장 패권을 쥐었다는 점에서 테베의 와신상담한 흥기는 부차의 똥을 맛보는 굴욕을 감수한 끝에 결국은 숙적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춘추 5패의 한 명으로까지 등극한 월나라 군주 구천의 화려한 인생역전만큼이나 매우 극적이면서도 역동적이었다.


중세의 백년전쟁과 잔 다르크를 떼어놓기가 불가능하듯이, 테베의 짧고 굵은 흥륭을 다룰 때 결코 건너뛰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 두 명 있다. 펠로피다스와 에파미논다스가 그들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는 펠로피다스 편만이 실려 있다. 에파미논다스에 관해 쓴 부분은 분실되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펠로피다스가 일궈낸 업적의 대부분의 에파미논다스와의 밀접한 협력과 상의 아래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둘을 공동주연으로 출연시켜도 펠로피다스가 그리 커다란 불쾌감을 느끼지는 않을 듯하다.


지휘관이 쓸데없는 만용을 부리다가 스스로를 위기에 몰아넣는 건 부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병사들 전체가 죽고 사는 문제는 장군의 생사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늙은 안티고노스 왕은 안드로스 앞바다에서 해전을 벌이려는 찰나 어떤 인물이 적선의 숫자가 훨씬 더 많은 사실을 일깨우자 “하지만 아군에는 내가 있지 않은가?”라고 자신만만하게 되물었던 것이다. 연륜과 용기가 풍부한 지휘관의 높은 가치를 강조한 말이었다.


플루타르코스의 원전에는 테베의 용기 있는 애국지사인 펠로피다스가 로마의 맹장 마르켈루스와 한 꾸러미에 들어 있다. 양자 모두 용감무쌍한 전사였으되 전장에서의 무모한 행동으로 죽지 않아도 될 죽음을 자초했던 이유에서다.


펠로피다스는 무적으로 불리던 스파르타의 군대를 물리쳤고, 마르켈루스는 한니발에게 첫 번째 패배의 쓴잔을 마시게 했다. 만일 더 오래 살아남았다면 각자의 조국을 위해 더욱 크고 의미 있는 업적을 틀림없이 쌓았을 인물들의 부재와 공백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역사가로 하여금 전혀 다른 맥락에 위치한다고 평가됐을 수도 있을 두 영웅을 도매금으로 엮도록 이끌었을 성싶다.


☞ 테베의 현재 인구는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에 근거한 숫자이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백원국 국토2차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13일부터 본격 가동” 백원국 국토교통부 2차관은 5월 7일(화) 오후 4시 30분,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대회의실(부산 강서구)에서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설립위원회 6차 회의를 주재하였다.설립위원회는 작년 11월 1차 회의를 시작으로 5차례 회의를 통해 건설공단의 조직 체계와 정원, 보수 및 임직원 채용 등 중요한 사항을 결정해왔다. 이번 6차 회의는 설립위원회.
  2. 간협, 총선 및 재·보선 간호사 당선자 축하연 개최 지난 4월 10일 치러진 22대 총선 및 재·보선을 통해 당선의 영예를 안은 간호사들을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대한간호협회(회장 탁영란)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 에메랄드룸에서 ‘2024년 총선 및 재·보선 간호계 당선자 축하연’을 개최했다.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수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
  3. 계약시 관리비 세부내역 표기하도록 상가건물임대차표준계약서 양식 개선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는 상가 관리비 투명화와 임차인의 알 권리 제고를 위해 상가건물임대차표준계약서 양식을 개선했다고 밝혔다.개선된 표준계약서 양식에 따르면 상가건물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월 10만 원 이상 정액관리비의 주요 비목별 부과 내역을 세분화하여 표시하여야 하며, 정액이 아닌 경우는 관리비 항목과 산정방식을 명..
  4. 동작 미래 이끌 노량진 60층 랜드마크 청사진 마련한다 동작구가 노량진역 일대에 최고 60층 높이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도시 발전의 청사진을 마련하고자 ‘노량진역 일대 지역 활성화 용역’을 이달부터 올해 연말까지 추진한다.노량진 일대는 향후 10년 이내에 노량진뉴타운 완성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되며, 수협 및 수도자재부지 개발, 국가철도 지하화 추진 등 획기적인 공간변화를 앞..
  5. 삼성 에어컨, 성수기 맞아 고객 편의성 위한 역량 강화 삼성전자·삼성전자판매·삼성전자로지텍·삼성전자서비스가 여름 에어컨 성수기를 맞아 판매·배송·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고객 편의성을 위한 역량 강화에 나섰다.삼성스토어에서는 시스템(천정형)∙홈멀티(스탠드형/벽걸이형)∙창문형 에어컨 등 다양한 유형의 무풍에어컨을 설명할 수 있는 전문 매니저를 ...
  6. 조용익 부천시장, 1일 ‘송내2동장’으로 활약…현장 목소리에 집중 조용익 부천시장은 지난 3일 소사구 송내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1일 송내2동장’으로 근무하며 주민과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는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이날 송내2동장으로 변신한 조 시장은 청사를 방문한 민원인을 반기며 주민편의 원스톱서비스 등 민원 업무를 안내하고 지역 어르신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직접 촬영했다. 이어 송내...
  7. 우리은행, 우리WON뱅킹 실험실에서 AI 서비스 미리 경험한다 우리은행(은행장 조병규)이 우리WON뱅킹 ‘AI 챗봇’에서 새로운 AI 서비스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실험실’을 도입한다. ‘실험실’은 AI 서비스를 정식 도입하기 전에 사용자가 먼저 경험하고 검증하는 환경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고도화된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급변하는 기술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우리은행은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