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애국과 우정의 리더십 : 펠로피다스와 에파미논다스 (2)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3-18 12:18:30

기사수정
  • 테베를 위대하게, "Make Thebes Great!"

펠로피다스와 에파미논다스는 자신들의 조국인 테베를 위대하게 만들기를 간절히 갈망했다는 점에서 지금의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배인 셈이었다. (이미지 출처 : 구글)펠로피다스는 테베의 금수저였다. 그는 명문가의 아들로 태어나 이미 어린 나이에 화려한 고가의 저택을 물려받았다. 그는 돈을 펑펑 썼다. 여느 평범한 금수저들과의 중요한 차이점이라면 가난한 이웃을 위해서 재물을 썼다는 사실이었다. 다만 한 사람, 친구인 에파미논다스만이 그의 친절한 호의를 뿌리쳤다.

 

에파미논다스 또한 고귀한 혈통 출신이었다. 아마도 그가 어렸을 적에 집안이 망한 탓에 경제적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졌는지도 모른다. 운명은 그의 재산은 앗아갔어도, 자존심만은 빼앗지 못했던 듯하다.

 

펠로피다스는 친구를 물질적으로 후원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정신적으로 돕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는 에파미논다스처럼 볼품없는 옷을 입고는 적은 음식만으로 살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친지들이 그의 지지리 궁상을 만류했지만 펠로피다스는 돈은 니코데모스 같은 인물에게나 필요한 것이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니코데모스는 맹인에 다리마저 불편했다. 펠로피다스는 독신생활을 결심한 에파미논다스와 달리 여인과 결혼해 자식들을 낳았다. 허나 가족을 돌보는 일은 뒷전이었으므로 그의 가정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궁핍해져만 갔다.

 

펠로피다스와 에파미논다스는 위대한 인물이 되고자 열심히 맹훈련을 거듭했다. 다만 최고가 되고 싶어 하는 분야가 달랐다. 신체적 탁월함을 추구한 펠로피다스는 사냥과 운동에 몰두했고, 정신의 고결함을 좇은 에파미논다스는 학문과 공부에 매진했다. 두 사람의 우정은 동양의 관포지교에 버금갔다. 둘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잃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계에 갈등과 반목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던 이유는 펠로피다스도, 에파미논다스도 개인의 출세와 권력이 아니라 조국의 영광과 번영을 도모했기 때문이었다. 위대한 테베를 만들겠다는 열망이 두 남자를 일심동체로 확고하게 묶어놨던 것이다. 한 사람의 성공은 그와 동시에 다른 한 사람의 성공이기도 했으므로 질투심과 시기하는 마음이 애당초 생겨나려야 생겨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친해진 계기는 실은 전쟁터에서였다. 이때까지 테베는 스파르타와 동맹을 맺고 있었던 까닭에 라케다이몬 편에 서서 만티네아 전투에 참전했다. 펠로피다스와 에파미논다스도 중장보병으로 출전했는데 펠로피다스가 무려 일곱 군데나 상처를 입고 쓰러지고 말았다.

 

에파미논다스는 친구의 주검을 전장에 내버려둔 채 혼자 비겁하게 도망갈 수 없다고 생각해 적군인 아르카디아 군에 홀로 의연하게 맞서 싸웠다. 동맹군인 스파르타 병사들의 대부분은 패주한 터였고, 전장은 아군과 적군의 시체가 뒤엉켜 산을 이루고 있었다. 이윽고 에파미논다스는 가슴이 창에 찔리고 팔이 칼에 베이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황천길이 바로 코앞에 다가온 기분이었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스파르타의 국왕 아게시폴리스와 그가 인솔하는 병사들이 때맞춰 나타나준 덕분에 에파미논다스와 펠로피다스 모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질 수가 있었다.

 

양국이 만티네아에서 펼친 합동작전은 테베와 스파르타의 동맹관계를 더욱더 굳게 다져준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관상 모습에 불과했다. 테베인들이 전쟁터에서 과시한 단결력과 용맹함은 스파르타 사람들이 이 크고 유명한 도시에 대해 오래전부터 품어온 두려움과 경계심을 오히려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스파르타의 의심의 눈초리는 이스메니아스와 안드로클레이데스가 영도하는 테베의 민중파에 집중되었다. 펠로피다스가 그 일원이기도 했던 민중파는 시민들의 자유와 민주주의적 정치체제를 옹호함으로써 스파르타의 입장에서는 제2의 아테네를 꿈꾸는 무리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스파르타의 전격적 군사행동은 명분상으로는 테베 내의 귀족파의 요청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 아르키아스와 레온티다스, 그리고 필립포스 등의 귀족파는 포이비다스의 지휘 아래 테베 인근 지역을 행군 중이던 스파르타 군사들을 도시로 불러들였고, 한창 축제를 벌이느라 무방비 상태와 다름없는 테베 시를 기습적으로 장악한 스파르타 병사들은 이스메니아스를 체포한 다음 그를 스파르타로 압송해 처형시켰다. 스파르타는 검거선풍을 피해 도주한 민중파의 주요 구성원들을 범죄자로 선포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에파미논다스가 도시 바깥으로 탈출을 감행하는 대신 시내에 잔류했음에도 무사했다는 점이다. 그가 무일푼의 외톨이라는 사실이 표면적인 정상참작의 사유였는데, 정확한 실제 내막은 그 누구도 모른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최신뉴스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하나은행,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선전 기원 `BEST 11 적금` 출시 하나은행(은행장 이호성)은 오는 6월 개최되는 국제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대표팀 성적에 따라 최고 연 11.0% 금리를 제공하는 `BEST 11 적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의 국제 축구대회 최종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 혜택이 커지는 `BEST 11 적금`은 지난 2022년 11월 출시 당시 높..
  2. “유튜브 절세 정보 믿어도 될까?”… 국세청, 상속·증여세 오해 바로잡기 나선다 국세청이 상속·증여세와 관련한 온라인상의 잘못된 정보와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생활밀착형 안내 자료를 공개한다.국세청은 5월 31일 국민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상속·증여세 관련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상속·증여세 오해 그리고 진실」 자료를 배포한다고 밝혔다. 최근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 고령화에 따른...
  3. LG U+, `모두의 보훈마켓` 알뜰폰 사업자 MOU 연계 지원 LG유플러스(www.lguplus.com)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유공자와 제대군인을 위한 생활 할인 앱 `모두의 보훈마켓`에 알뜰폰(MVNO) 중소사업자를 연계해, 앱 운영사와 알뜰폰 사업자 간 업무협약(MOU) 체결을 지원했다고 2일 밝혔다.이번 협업은 국가보훈부 취지에 맞춰 출범한 민간 주도 할인 앱을 통해 보훈대상자에게 실질적인 통신비 부담 완.
  4. SKT, GTC 타이베이에서 엔비디아 옴니버스 기반 디지털 트윈 선보여 SK텔레콤(대표이사 CEO 정재헌, news.sktelecom.com)이 엔비디아 옴니버스(Omniverse)를 활용해 SK하이닉스 반도체 팹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고, 이를 복잡한 대규모 제조 환경에 최적화했다고 1일 밝혔다.1일(현지시각) 대만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GTC Taipei)` 기조연설에서 SKT는 제조 피지컬 AI 분야 엔비디아의 주요 협력 파트너로 소개됐다.기조연설 .
  5. 소방청, 출범 1년 성과 공개…골든타임 확보·AI 기반 과학소방 본격화 소방청이 국민주권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재난 대응 고도화와 과학소방 전환을 통해 화재 인명피해 감소 성과를 거뒀다.소방청은 국민주권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재난 현장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신속 대응체계 구축과 첨단 과학소방 추진, 화재 피해 저감 분야의 주요 성과와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우선 소방청은 시·도 경계를 .
  6. 개인정보위, 네이버 ‘AI Tab’ 사전적정성 의결… 개인화 AI 검색 서비스 기준 제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네이버의 개인화 인공지능 검색 서비스 ‘AI Tab’에 대한 사전적정성 검토를 마치고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제시했다.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5월 27일 열린 제10회 전체회의에서 네이버의 검색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서비스 ‘AI Tab’에 대한 사전적정성 검토 결과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
  7. 과기정통부, 부총리 승격 1년…AI 3대 강국·R&D 혁신으로 국가 대도약 기반 구축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부총리 부처 승격 이후 1년간 AI 경쟁력 강화와 연구개발 혁신, 통신 복지 확대 성과를 내며 국가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월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 주권 정부 출범 이후 1년간의 핵심 성과와 향후 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7년 만에 과학기술부총리 부처로 승격된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