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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만에 활기 찾은 ‘밥퍼’··· “코로나 걱정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 서진솔 기자
  • 등록 2020-04-03 15: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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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락으로 배식 방법 변경, 한 달 만에 운영 재개
  • 대학생 자원봉사자 참여 이어져··· “버킷리스트, 봉사활동 100시간 채우기”


3월 26일 밥퍼나눔운동본부 최일도 목사가 힘내라는 인사와 함께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최 목사 뒤로는 도시락을 배급받기 위한 시민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서진솔 기자)[서남투데이=서진솔 기자] “식사 맛있게 하세요! 건강하세요! 힘내세요!”

 

서울 동대문구 ‘다일복지재단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에 최일도 목사의 목소리가 4주 만에 울려 퍼졌다. 최 목사는 식사를 받으러 온 한 명 한 명에게 고개 숙이며 이 같은 말을 연신 전했다. 3월 26일 배식을 준비하는 오전 9시부터 밥퍼는 시설을 찾은 시민들로 붐볐다.

 

밥퍼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자 2월 23일 급식을 중단했다. 이후 한차례 더 중단을 연장 했다가 도시락으로 배식 방법을 변경, 한 달 만에 운영을 재개한 것이다.


시설 안에서는 ‘다일복지재단’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명예 주방장’ 김동열 씨의 지시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미리 준비한 3가지 반찬을 하나의 도시락 용기에, 다른 한쪽에서는 갓 지은 밥을 또 다른 용기에 담는다. 이날 하루에만 700개의 도시락이 준비될 예정이다.


자원봉사자들이 미리 준비한 3가지 반찬을 하나의 도시락 용기에 담고 있다. (사진=서진솔 기자)재단으로부터 ‘명예 주방장’이라는 칭호를 받은 김동열 씨의 본업은 서울교통공사 소속 기관사다. 그는 한 달에 20번 이상, 12년 동안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밥퍼의 식사 준비는 그가 정해주는 역할에 따라 진행되며, 없을 때는 재단 직원이 대신한다. 김 씨는 “어제도 근무로 2시간밖에 못 잤지만,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줄어 책임감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은 한양대 86학번 동창회 7명을 포함한 15명의 자원봉사자가 밥퍼를 찾았다. 운영 재개 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 다일복지재단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30~40명이었던 봉사자들이 10명 이하로 줄었다”며 “단체 봉사를 오시면서 지원해주시는 후원금이 시설 운영에 큰 힘이 됐었는데 최근에는 많이 줄면서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4주 만에 배급받는 식사··· “감사합니다”

 

밥퍼나눔운동본부 시설 한쪽에서 열 화상 카메라와 체온계를 설치해 검사를 하고 있다. 손 세정제로 소독까지 마쳐야 도시락을 전달받을 수 있다. (사진=서진솔 기자)‘밥퍼’표 도시락은 밥, 반찬, 방울토마토, 빵, 물 등으로 구성된다. ‘해피빈’에서 모금해 설치한 열 화상 카메라와 체온계 검사를 통과하고 손 세정제로 소독을 마치면 비로소 도시락을 전달받을 수 있다. 


김미경 실장은 “언론 보도에 빈민급식소 감염위험 문제가 다뤄져서 여러모로 더 신경 써서 운영한다"며 "(경제 사정이) 어려우신 분들은 코로나 전에 굶어 죽는다고 힘들어해서 (운영) 재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도시락 배급을 담당하는 최일도 목사와 최홍 부본부장은 식사를 위해 온 시민들에게 1미터 이상 떨어져서 대기하고 식사할 것을 당부했다. 최 목사는 스피커를 통해 안내했다. “주변 주민들이 불안해하시니까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시면 안돼요.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내일부터 (식사를) 못 드려요. 줄도 조금씩 떨어져서 서 주시고, 밥은 집에 가서 드시거나 떨어져서 드세요”

 

도시락을 전달하는 최 목사는 격려와 응원을, 전달받는 시민들은 감사의 인사를 서로 주고 받았다. 시설 근처에서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는 김주영(가명) 씨는 “그동안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며 잘 먹었다는 인사를 수차례 전했다.

 

식사를 마치고 도시락을 하나 더 달라고 요구하던 시민들은, 배급이 모두 끝나고 남으면 주겠다는 최홍 부본부장의 단호함에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식사를 마친 이봉수(가명) 씨는 “식판은 추가 (배식이) 됐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최 부본부장은 약속대로 배급이 모두 끝난 후 그에게 추가 도시락을 건넸다.

 

이날 준비한 700개의 도시락 중 650개가 전달됐다. 50개 정도가 남은 셈이다. 이는 밥퍼가 운영을 재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지 못한 시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일복지재단 관계자는 “기존 식판으로 배급할 때는 평균 800명 정도가 오셨다. 대부분 처음이자 마지막 끼니이기 때문에 추가 배식까지 고려해 1500인분까지 준비한다”면서 “양이 조금 부족할 수 있어 저희도 아쉽지만, 도시락으로라도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 “100시간 채우는 게 버킷리스트”

 

도시락을 배급받은 시민들이 밥퍼 시설 부지에서 1미터 정도 간격을 두고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서진솔 기자)기자도 봉사자들 틈에 끼어 배식 봉사에 참여했다. 대학생 봉사자들과 함께 음식을 담고 한양대 86학번 동창 봉사자들과 도시락을 포장해 전달했다. 배식을 모두 마친 기자와 봉사자들은 식사와 뒷정리를 이어갔다.

 

이날 배식에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그들은 전했다.

 

능숙한 솜씨로 야채를 썰던 대학생 안소현 씨는 밥퍼를 메신저 채널 ‘같이가치’를 통해 알게 됐다고 전했다. "봉사활동 100시간 채우는 게 버킷리스트라서 꾸준히 나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대학생 김태섭 씨는 도시락 포장과 바닥 청소를 담당했다. “봉사활동 시간으로 장학금을 받았는데 (그때 경험이) 습관이 돼서 계속 나오게 됐어요. 할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들어요. 자주 나오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네요.”

 

봉사자들은 남은 도시락과 다음날을 위해 준비한 주먹밥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식사를 마친 후 ‘명예 주방장’ 김동열 씨는 두 시간 밖에 못 자서 피곤하다며 빨리 마무리하자고 봉사자들을 독려했다. 음식 준비에 사용했던 주방용품을 설거지하고 바닥 청소를 마치자 일과가 모두 끝났다.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일인데...”

 

3월 26일 유덕열 동대문구청장(가운데)도 밥퍼를 찾아 도시락 배급에 직접 참여했다. (사진=서진솔 기자)이날 지자체에서도 봉사에 참여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도시락 배급에 직접 나섰고 구에서 준비한 마스크와 손 세정제도 전달했다. 그는 서울시 자치구 중 동대문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다면서 마스크 착용, 일정 거리 유지 등 감염 예방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동대문구에서 지급한 마스크와 손세정제는 못 받고 돌아간 시민들을 배려해 다음 날 일괄 지급됐다. 유 구청장은 취약계층에게 무료식사를 제공하는 밥퍼의 역할에 대해 “원래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인데 여력이 안돼 안타깝다”며 최일도 목사와 봉사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안소현 씨는 봉사를 모두 마치고 소감을 전했다. “조심하기만 해서 (코로나19에) 안 걸리는 건가 싶었어요.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더 어려운 사람이 있으니까 (식사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버킷리스트) 100시간 채우면 더 늘려서 (참여)해야죠.”

 

3월 26일 밥퍼에서는 2시간 자고 봉사에 참여한 명예 주방장, 100시간 봉사 시간 채우는 것이 버킷리스트인 청년, 장학금 받으려고 시작해 봉사가 습관이 된 대학생 등이 취약계층을 돌볼 여력이 없는 정부의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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