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에파미논다스, ‘장군의 아들들’을 키우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4-20 15:07:22

기사수정
  • 애국과 우정의 리더십 : 펠로피다스와 에파미논다스 (3)

펠로피다스가 국내로 진공할 계획을 세우는 동안 에파미논다스는 의협심 강한 애국 청년들의 양성에 힘을 썼다. 이미지는 영화 「장군의 아들」 3탄 포스터라케다이몬 사람들은 스파르타 군대의 테베 전격 점령이 현지 지휘관인 포이비다스의 독단적 처사임을 강조하려 애썼다. 스파르타 정부는 포이비다스를 지휘관직에서 해임한 다음 벌금형에 처했다. 그럼에도 테베에 진주한 스파르타 군대를 철수시키지는 않았다. 라케다이몬인들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얄팍한 짓거리는 나머지 그리스 사람들의 스파르타에 대한 분노와 혐오감을 한층 더 고조시켰다. 그러나 스파르타의 우월한 군사력 앞에서 그들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속으로 조용히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스파르타의 군사적 지원에 힘입어 테베에 들어선 새로운 참주정은 아테네로 망명한 민중파의 거두인 안드로클레이데스를 마침내 암살하는 데 성공했다. 스파르타는 망명한 민중파 지도자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라며 아테네를 압박했다. 아테네는 과거에 스파르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테베의 도움을 크게 받은 적이 있었다. 아테네인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는 없다면서 스파르타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아테네에 우호적인 역사 서술을 줄곧 지속해온 플루타르코스는 아테네 당국의 이러한 판단을 고매한 인격의 발로로 추켜세웠다. 실상은 테베에 민주정이 회복되어야 아테네에게 유리한 대외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비스마르크 식의 영악한 현실정치적 셈법이 낳은 결정이었다.

 

펠로피다스는 아테네로 도피한 테베의 민주정 인사들 가운데 최연소자였다. 그는 더 늦기 전에 테베를 되찾는 역사적 사명에 목숨을 걸고 나서야 한다며 선배 망명객들을 선동했다. 펠로피다스가 귀감으로 제시한 인물은 아테네의 트라시불로스였다. 테베의 망명지를 과감하게 박차고 나온 트라시불로스는 스파르타가 수립한 꼭두각시 괴뢰정권을 타도하고서 아테네인들을 외세의 침탈과 독재의 사슬로부터 동시에 해방시킨 걸출한 구국의 영웅이었다.

 

동을 뜨는 일은 젊은 펠로피다스의 몫이었다. 실제로 일을 추진하는 역할은 고국에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해둔 노련한 망명객들의 담당이었다. 망명객들로부터 궐기 계획을 전달받은 테베의 민중파 지도자들은 기민하게 행동에 착수했다. 이를테면 테베의 최상위층에 속하는 카론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저택을 반란자들의 거점으로 기꺼이 빌려줬다.

 

펠로피다스가 국내진공 계획을 추진하는 동안 본국에 잔류한 에파미논다스는 하릴없이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는 테베의 청년들과 스파르타 병사들 간에 레슬링 시합을 정기적으로 주선했다. 에파미논다스가 프로모터 자격으로 개최한 투기 경기에서는 덩치가 우람한 테베인들이 보통은 어렵지 않게 이기곤 했다.

 

핵심은 에파미논다스의 반응에 있었다. 그는 시합에서 승리해 우쭐해하는 테베의 젊은이들에게 왜소한 체격을 가진 스파르타인들의 노리개 신세가 된 조국의 상황이 부끄럽지도 않느냐며 큰소리로 호통을 쳐댔다. 청년들의 애국심과 자존심을 공공연하게 자극해 그들을 분발시키려는 목적에서였다. 그는 스파르타의 반(半)식민지가 돼버린 테베의 청년들을 의협심 가득한 그리스판 장군의 아들들로 부지런히 키워나가는 데 진력했다.

 

드디어 거사일의 아침이 밝았다. 테베로 은밀히 잠입하는 가장 위험한 임무는 펠로피다스를 위시한 12명의 청년들이 맡기로 했다. 생사를 같이하기로 굳게 맹세한 이들 모두는 테베의 내로라하는 부잣집 도련님들이었다. 12명의 젊은 선발대 겸 열혈 결사대원들은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평범한 사냥꾼 복장을 하고서 테베로 향하는 걸음을 떼었다. 카론은 그가 사전에 약속한 것처럼 자기 집으로 청년들을 맞이할 준비를 신실하게 진행해나갔다.

 

12명 가운데 단 한 명도 동요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노릇이었으리라. 힙포스테니다스는 음흉한 악인은 아니었으되 그렇다고 불굴의 용자도 아니었다. 막상 테베로 돌아오자 그의 자신감은 순식간에 공포심으로 바뀌었다. 힙포스테니다스는 봉기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생각하고는 친구인 클리돈을 시켜 동지들에게 작전 취소를 급히 제안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클리돈은 친구의 부탁을 신속히 실행하고자 집으로 돌아가 말을 타려고 했다. 클리돈의 아내는 남편이 자칫 멸문지화를 부를지도 모를 위험한 음모에 연루되는 것이 두려웠던 탓으로 오늘날의 자동차 시동키에 해당할 말고삐를 클리돈에게 내어주지 않았다. 부부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거사의 성패를 가를 일차적 관건인 금쪽같은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안산시, `청년창업펀드 2호` 운용사 모집…올해 250억 원 조성 안산시는 `안산시 청년창업펀드 2호` 조성을 위한 업무집행조합원(펀드 운용사)을 모집한다고 10일 밝혔다.`청년창업펀드`는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지닌 39세 이하 대표이사 또는 39세 이하 임직원 비중이 50% 이상인 관내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지난해 300억 원 규모로 처음 조성됐다.청년창업펀드 2호의 투자·운용을 희망하는 업무집.
  2. 가스공사, 당진기지 27만㎘ 저장탱크 지붕 상량 성공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5월 9일 당진LNG생산기지에서 국내 최대 용량인 27만㎘ LNG 저장탱크의 지붕 상량(Roof Air-Raising)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다.이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27만㎘ 저장탱크 4기(1∼4호) 중 1호 탱크에 대한 작업을 시행한 것으로, 가스공사는 오는 8월까지 나머지 2∼4호 탱크의 지붕상량 작업을 마무리할 ...
  3. 서울 강서구,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사업 설명회` 개최 서울 강서구는 오는 21일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사업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이번 설명회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구와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을 설명함으로써 기업의 안정적 경영 기반 마련과 자생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자리다.설명회에서는 ▲국내외 전시회 참가 .
  4. 군포시 `복지공동체 구축 위한 연합 발대식` 개최 군포시(시장 하은호)와 군포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민간위원장 윤호종)는 지난 5월 9일 군포시청 대회의실에서 `군포시 복지공동체 구축을 위한 연합 발대식`을 개최했다.군포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군포시 복지공동체 구축을 위한 연합발대식을 시작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관, 민·민이 상호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했으며 ..
  5. 관악구, 올 장마철 피해 최소화 위한 `침수재해약자 동행파트너` 본격 운영 관악구가 다가오는 여름철 장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올해도 `침수재해약자 동행파트너`를 운영해 구민이 안전한 관악 조성에 박차를 가한다.`침수재해약자 동행파트너`는 반지하주택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어르신 등 관내 재해약자 321가구의 인적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구성한 주민 협업체다.동행파트너는 침수 예보 단계부..
  6. 한전, 1분기 1조3000억원 영업이익…경영정상화에 총력 한국전력 1분기 결산 결과, 매출액은 23조2927억원, 영업비용은 21조9934억원으로 영업이익 1조2993억원을 기록했다.이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7조4769억원 증가한 것으로, 매출액은 요금조정 등으로 1조6987억원 증가했고, 영업비용은 연료비, 전력구입비 감소 등으로 5조7782억원 감소한 데 기인했다.전년 대비 주요 증감 요인을 세부적으로 .
  7. 수출입은행, 수자원공사와 수자원 분야 국제개발협력사업 MOU 체결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은 한국수자원공사(수공)와 9일 `수자원 분야 국제개발협력사업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윤희성 수은 행장은 이날 수은 여의도 본점에서 윤석대 수공 사장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서에 서명했다.업무협약의 주요 내용은 ▲수자원 분야 국제개발협력사업 공동개발 ▲유·무상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