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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 최대 ‘돈 선거’”···전문가들이 본 21대 총선
  • 안정훈 기자
  • 등록 2020-04-22 17: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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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남투데이 특별대담] 21대 총선의 의미와 정국 예측 ①
21대 총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도합 180석을 차지했다. 특정 정당이 전체 의석수의 60% 이상을 차지한 것은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사례다.

야당인 미래통합당과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총 103석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대 총선에 얻은 122석에 훨씬 못 미치는 숫자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위한 ‘국난극복’을 선거의 주요 메시지로 삼은 반면,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총선 결과만 놓고 보면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남투데이는 지난 20일 본사 11층 회의실에서 ‘21대 총선의 의미와 정국 예측’이라는 주제로 특별대담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정흔 감정평가사, 공희준 논설위원, 채진원 정치학자, 이동호 변호사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서남투데이 특별대담은 총 3부로 나뉘어 연재된다. 1부에서는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와 박근혜 정부 때의 세월호 사건과 코로나19 사태가 어떤 차이를 보였는지를 분석한다.

2부에서는 여야 승패를 가른 요인에 대해 논의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이유, 미래통합당이 패배한 이유와 양당의 선거전략을 분석한다.

3부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여타 군소정당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향방을 논의하고, 장차 여야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

서남투데이는 지난 20일 본사 회의실에서 전문가 4명을 초청해 21대 총선을 분석하고 향후 방향을 예측하는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채진원 정치학자, 조정흔 감정평가사, 강우영 서남투데이 기자, 이동호 변호사, 공희준 논설위원. (사진=김대희 기자) [서남투데이=안정훈 기자] 서남투데이가 초청한 네 명의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정부의 지원책인 긴급재난지원금이 총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에 차이를 보였다.

 

이동호 변호사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것에 대해 “헌정사 최대의 합법적 ‘돈 선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돈을 주는 게 예전엔 불법이었는데 이번에 재난지원금이라는 형태로, 합법적으로 선거 이슈로 띄우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공희준 논설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의 의료진과 관료사회의 우수성이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총선이 종전의 여야 대결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과 관료조직·의료진 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야당’의 싸움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세월호 사건과 코로나19 사태를 비교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 때 보여줬던 관료조직과 문재인 정부의 관료조직이 너무 다르다”며 두 사건의 다른 대처가 총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채진원 정치학자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는 야권도 정부를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미래통합당이 보여준 모습을 “어중간한 정권심판론과 방역실패론으로 흔들고, 재난지원금 문제엔 입장을 바꾸는 등 일관되지 못한 태도와 건설적이지 못한 모습, 국난위기 속에 내부총질하는 모습을 보인 야권에 대해 국민이 좋게 볼 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동호 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로 긴급재난지원금이 이슈가 된 점을 들며 21대 총선을 '헌정사 최대의 합법적 돈 선거'라고 평했다. (사진=김대희 기자)

- 이번 총선은 여느 때 선거와 상이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총선 이슈를 빨아들였다. 각 정당의 공약이나 선거캠페인이 전무했다. 이번 총선이 갖는 의미를 평해달라.

 

조정흔(이하 조)=이번 선거를 보며 민주당의 승리는 예측했으나 이 정도의 압승은 예측하지 못했다.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였다. 또한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였던 황교안 대표의 미래통합당과 박정희 전 대통령 때의 향수를 가진 태극기 세력 등을 청산한다는 성격도 있었다.

 

채진원(이하 채)=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야당의 역할을 못한 통합당의 모습에 실망한 중도부동층이 최근 방역 성과를 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몰아준 게 아닌가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쓸데없는 소리 말고 대통령에게 힘을 몰아서 빨리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자’는 국민의 뜻에 의미가 있지 않았나 한다. 민주당의 압승 이유도 민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문 대통령이 잘한 것이고, 경합지역에서도 중도유권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문 대통령과 중도유권자들의 승리다.

 

이동호(이하 이)=헌정사 최대의 합법적 ‘돈선거’였다. 예전엔 돈을 주는 게 불법이었는데, 이번에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형태로, 합법적으로 (돈을) 선거 이슈로 띄우기 시작했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마무리 단계였다. 국민이 문 정부 심판보다는 구세력 탄핵 마무리를 한 거라고 본다.

 

공희준(이하 공)=안정을 바라는 세력의 승리라고 본다. 코로나19 사태와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신흥중산층들이 진보와 보수를 떠나 변화보다 현상유지를 택한 것이다. 이런 분들이 대거 집권여당을 찍었기 때문에 압승한 것이다. 이번 선거를 진보가 이긴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진보냐 보수냐’에서 승패가 갈린 게 아니고, ‘안정이냐 변화냐’에서 안정을 택한 유권자가 더 많았던 거라고 본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여당이 이길 수밖에 없었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총선 직전 긴급재난지원금이 이슈가 된 것에 대해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통합당이 주도권을 뺏기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해석했다. (사진=김대희 기자) 

공통질문에 대답한 토론자들은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토론자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슈가 된 긴급재난지원금이 총선에 영향을 줬는지를 논의했다. 토론자들은 이 변호사의 ‘돈 선거’라는 주장에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공=모든 선거는 기본적으로 ‘금권선거’다. 선거 역사상 금권선거, 관권선거가 아닌 적이 없다. 누가 정권을 잡아도 돈은 뿌렸을 것이다. ‘돈 선거’가 승패를 좌우했다고 보지 않는다. 선거의 본질을 망각한 야당의 문제다. 야당은 ‘지르는 역할’이다. 선거에서 야당은 돈 걱정을 하는 역이 아니다. 그런데 유승민 의원 등 야당은 ‘포퓰리즘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 이런 생각을 계속한다. 돈 걱정은 장관이 할 일이다.

 

이=물론 선거는 기본적으로 금권과 관권의 요소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유권자는 자기 주머니에 돈이 직접 들어옴을 느낀 적이 없다. 이번에 그럴 기회가 생겼다. 지금이 야권에서 우려하는 ‘포퓰리즘으로 가는 기점’에 있지 않을까 한다.

 

채=금권선거와 관권선거, 모두 법적으로는 금지다. 긴급재난지원금을 푸는 게 선거운동에 영향을 줬느냐 안 줬느냐는 논쟁이 될 수 있지만, ‘금권선거’까지 나오는 건 과한 측면이 있다. 또한 미래통합당도 처음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했지만 갑자기 국민 전체에게 지급하자는 쪽으로 바뀌었다. 포퓰리즘 논쟁은 있을 수 있으나 금권선거 지적은 과하다.

 

조=재난지원금은 너무 강력한 이슈가 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슈를 잘 만들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통합당이 주도권을 뺏기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건 아닌가 생각한다.

  공희준 논설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번 총선이 '여야의 싸움'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과 관료조직 대 황교안 대표와 야당의 싸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사진=김대희 기자) 

- 코로나19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보는데, 긴급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가 선거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나.

 

이=당연히 무관하다 할 수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투표율이 올라간 측면도 있다. 투표밖에 국민이 할 수 있는 게 없고, 여당을 찍으면 주머니에 돈이 꽂힌다. 그래서 투표율이 올랐고, 여당 득표율도 치솟았다. 중도는 여야 중 더 센 편에 가서 붙는다. 자신에게 도움 되는 정책에 붙는다는 걸 이번에 보여줬다. 중도가 이번에 완전히 여당에 몰려갔다고 본다.

 

조=코로나19라는 경험해본 적 없는 위기상황을 겪고 있다. 대부분 학교도 못 가고, 직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마스크 문제를 비롯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중국 입국봉쇄 논쟁이나 갑자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국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에 국민들이 신뢰를 느꼈고, 이런 점이 중도층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채=코로나19 확산 초반엔 문재인 정부의 대책에 부정적이었다. 특히 중국인 입국금지를 못하거나, 마스크 수급 문제도 있었다. 그런데 외국에서 한국 방역대책을 무척 호평했다. 실제로 확진자 수도 줄고, 점점 관리가 잘 됐다. 외국에서 한국을 방역 선진국이라며 롤모델처럼 평가해줬다. 그러니 중도유권자층이 ‘부정적 평가만 할 게 아니구나. 긍정적인 점도 있구나’ 생각하며 평정심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에 대해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공=이번에 한국은 의료진과 관료사회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의사가 되고, 공무원이 됐다. 사실 이런 인력풀이 그동안 (부정적으로) 왜곡된 것이다. 이번 총선은 엄밀히 문재인 대통령과 관료조직 대 황교안 대표와 야당의 싸움이었다. 여야가 아니다. 야당은 (코로나19 사태에) 한국의 의료진과 공무원을 상대로 싸웠다. 이길 수가 없다.

 

채진원 정치학자는 "위기상황에서 야권이 정부를 도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결과가 안 좋다"며 세월호 사건과 코로나19 사태 사이의 유사점을 지적했다. (사진=김대희 기자)   

토론자들은 공 위원의 ‘관료조직’ 이야기에 과거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관료조직을 비교했다. 박 정부와 문 정부는 세월호 사건과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사고를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토론자들은 두 사건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했다.

 

조=세월호 사건 때의 관료조직과 문재인 정부의 관료조직이 같은 관료조직이라기엔 너무 다르다. 당시 국민은 우왕좌왕하고, 배는 넘어가는데 국가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걸 봤다. 이번에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줬으니 대비가 됐던 거라고 본다.

 

이=세월호와 코로나의 대비는 정말 되새겨볼 만하다. 그때와 지금의 공무원들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때는 엄청나게 큰 배가 실시간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내가 공무원이었어도 뭘 어찌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이때 야당이 너무 공격했다. 공무원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너무 짧은 순간에 공격당해서 나쁜 면만 부각됐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는 지속적이다. 청와대도 처음엔 실수가 많았다. ‘마스크를 벗네, 마네’ 하고, ‘건강한 사람은 안 써도 된다’느니 어떻니 하지 않았나. 그렇게 우왕좌왕했는데 지금은 다르다. 안정된 관료조직을 흔들지 않으면 잘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도 그걸 알고 한 발 물러났고, 그때부터 잘 해결됐다.

 

채=세월호 사건과 코로나19 사태엔 유사점이 있다. 위기상황에서 야권이 정부를 도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결과가 안 좋다는 점이다. 세월호 당시엔 지방선거가 있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도 엄청나게 (여당과 정부를) 공격했다. 그 결과 교육감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많이 당선됐지만, 전체적으로 야권(민주당)이 우세할 거란 전망이 많았는데도 결과는 거의 무승부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마찬가지다. 위기상황 속에 야권(통합당)이 협력했다면 이렇게 참패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중간한 정권심판론과 방역실패론으로 흔들고, 막판에 재난지원금 문제엔 입장을 바꾸고. 일관되지 못한 태도나 건설적이지 못한 모습, 국난위기 속에 내부총질하는 야권에 대해 국민이 좋게 볼 리가 없다.


덧붙이는 글

대담에 참여해주신 분

- 이동호 : 1973년생, 법무법인 미리내 변호사

- 조정흔 : 1975년생, 하나로감정평가사사무소 감정평가사

- 채진원 : 1972년생, 정치학 박사 /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 공희준 : 1969년생, 서남투데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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