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최시은②, “한국 기성정치는 힘의 논리로 움직여”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08-10 16:36:56

기사수정
  • 대중의 신뢰를 받는 청년 정치인이 이제는 등장해야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기술이기도 하다. 어느 기술이든지 마찬가지겠지만 대화와 타협의 기술은 하루아침에 공짜로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장기간의 시행착오의 결과물로 어렵게 습득되기 마련이다.

한국의 586 세대는 때로는 음습한 야합과 폭력적 협박마저 불사해야만 하는 정치적 흥정을 20살 무렵부터 벌여온 사람들이다. 어학 점수 높이기와 스펙 쌓기에 인생을 저당 잡힌 지금의 청년세대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러므로 미래당이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상에서 굴욕감을 느낀 게 전혀 뜻밖의 사태는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상대가 안 되는, 게다가 기울어진 운동에서의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최시은 미래당 정책국장은 강대한 586 세대와 맞닥뜨렸을 때 청년세대가 절감했을 아득함과 막막함을 가감 없이 토로했다.

청년세대는 사적인 관계에 휘둘리지 않아


최시은 미래당 정책국장은 지금의 청년세대는 공사의 구분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사진 김대희 기자)

공희준(이하 공) : 국장님께서는 미래당이 정의당처럼 더불어민주당 2중대로 국민들에게 인식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분석하십니까?

 

최시은(이하 최) : 미래당은 촛불시위를 모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연원으로 말미암아 창당 과정에서 민주진보진영에 계신 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공 : 그렇다면 미래당 역시 변명의 여지가 없는 구태정당 아닌가요? 사적인 관계가 공식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야말로 낡고 시대착오적인 구태 정치의 정수이기 때문입니다.

 

최 : 현재 미래당을 운영하면서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는 주역들은 20~30대 청년세대입니다. 그들은 방금 우려하신 성격의 개인적 인연의 굴레로부터 원천적으로 자유롭습니다. 저는 단시일 안에 모든 문제들이 풀릴 것이라고는 기대하지를 않습니다. 미래당이 창당된 후인 지난 3년은 정당이 무엇을 하는 곳이고, 어떠한 역할을 감당하는 조직인지를 터득해가는 학습과정이자 교육기간이었습니다. 미래당의 주축은 청년들입니다. 그들은 저성장 구조와 양극화 체제의 최대 피해자입니다. 이들이 자기들 손으로 정당의 살림을 꾸리고, 선거에 직접 나가보는 등의 경험을 앞으로 10년 정도 축적하면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명확한 목표와 과학적 방법론도 확립할 수가 있습니다.


공 : 국장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에서는 한 가지 역설이 발견됩니다. 청년들이 10년 정도 막상 경험을 쌓고 나면 그들은 더는 청년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중년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최 : 주체성이 희미해질지도 모른다는 맹점은 저도 인정하겠습니다. 저는 청년으로서 정치활동을 시작했었습니다. 어느새 어리다고는 말할 수 없는 나이에 이르렀습니다. 나이가 들고 보니 더 비중 있는 자리를 맡고 싶은 욕심이 솔직히 가끔씩 들기는 합니다. 그러나 청년정당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은 청년들이어야만 합니다. 저는 1970년대 생입니다. 586 세대와 청년세대 사이에 존재하는 ‘낀 세대’로 불릴 수가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힘의 논리’로 미래당과의 협상에 나서


최시은 국장은 더불어민주당이 미래당과의 협상에서 힘의 논리를 내세웠다고 회상했다. (사진 김대희)

공 : 미래당은 올해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연대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데 제가 알기로는 무늬만 연대일 뿐, 실질적으로는 미래당이 더불어민주당에게 이른바 참교육을 당하는 결과가 돼버렸습니다. ‘정당 대 정당’의 층위에서 접해본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정당인지 잠시 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최 : (잠시 주저하다가) 약간은 굴욕적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이 미래당을 과연 독립되고 자주적인 정당으로 여기는지 의구심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미래당은 더불어민주당에 종속된 위성정당이 아닙니다. 우리는 대등한 자격으로 두 정당이 연합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자면 양당 간의 협상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끌어갈 민주적 논의 기구가 요구됐습니다. 그렇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미래당을 다루기 쉽고 만만한 위성정당으로 간주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갑을 관계의 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기치 아래 「을지로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해당 위원회의 활동은 더불어민주당이 갑의 위치에 서는 일이 생기기만 하면 즉시 돌연 중단된다. ‘내로남불’이 체질화되고 습관화된 기득권 586 세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게 혹독하게 참교육을 당한 신생 정당이나 새로운 정치세력의 마지막이 2020년의 미래당이 아닐 것이라고 필자가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는 까닭이다.

 

최 : 더불어민주당이 미래당을 마치 위성정당처럼 취급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취지가 크게 퇴색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교섭을 진행하며 저를 비롯한 많은 미래당 당원들이 우리나라 정치는 철저하게 힘의 논리로 움직인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공 : 제가 대표성은 별로 없지만 586 기성세대의 입장을 한번 대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는 힘의 논리를 철저히 신봉하고 숭상하며 한국사회의 모든 권력을 전일적으로 틀어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586 정치인들도 처음부터 생태계의 절대강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들 또한 한때는 힘없는 새우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새우였음에도 고래를 삼켰습니다. 즉 출발선상은 똑같은 새우인데, 오늘날의 청년세대는 왜 본인들에게 힘이 없다고 매일 푸념만 하고 있나요?

 

최 : 새우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힘도, 크기도 천편일률적일 수가 없습니다. 586 세대는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거대하고 역사적인 정치적 경험을 집단적 차원에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전대협으로 표상되는 전국적 규모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장기간 동안 유지해왔습니다. 사회를 변혁하는 과정에서 유무형의 압도적인 자원을 자기들 수중에 엄청나게 형성해놨습니다.

 

1970년대 생들도, 1980년대 생들도, 1990년대 생들도 모두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므로 586 세대와 비교하면 굉장히 개별화되고 원자화된 상태입니다. 어떤 중요한 일이 터지면 그것을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서 힘과 지혜를 모아 풀어나가려는 성향이 그리 강하지가 않습니다. 대신에 각자도생에 익숙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촛불 혁명을 차례로 겪으며 청년세대는 함께 힘을 모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조금이나마 눈을 뜨게 됐습니다. 그러나 586 세대의 결속력과 조직력에 견주면 아직은 미약한 것이 객관적 현실입니다.

 

청년세대가 젊은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우리 사회의 여러 구조적 모순들을 스스로의 역량으로 극복해나가려면 더 많은 경험이 쌓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저는 청년세대에 속하는 젊은 정치인들의 사명이 매우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그들이 대중의 폭넓고 확고한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청년들은 청년정치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에게 이미 오래전부터 실망과 환멸을 품어왔습니다. 그들이 자기 개인의 출세와 성공을 위해 청년이라는 브랜드를 오남용하는 행보를 걸어온 탓입니다.


미래당은 청년들에게 한 약속을 꼭 지켜나갈 작정입니다. 미래당이 청년들과의 약속들을 완벽히 실천하는 데는 1~2년을 갖고선 당연히 모자라겠지요. 저희는 비록 긴 시간이 걸릴지라도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청년세대를 포함한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그러한 진정성을 인정받게 된다면 더 많은 분들이 미래당에 마음을 열어주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③편에서 이어짐…)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최상목 부총리 “미래인재 투자한 기업이 더 큰 결실 맺는다”…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간담회 개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미래인재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성장과 혁신의 열쇠임을 강조했다.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셀트리온, 신세계아이앤씨, 한국알박, 팜피, 웰파인, 브릴스, 엘루오씨앤씨, 오리엔탈정공 등 9개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으며, .
  2. 평택시, 청년 창업 꿈을 응원한다 평택시(시장 정장선)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패기로 창업에 도전하는 지역 청년들을 위해 통 큰 지원에 나선다.시는 2025년도 `평택청년 우수 초기 창업자 지원사업`을 통해 최대 1천만 원의 사업화 지원금을 지급하며, 젊은 창업가들의 성공적인 발돋움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계획이다.이번 사업은 평택시에 거주하거나 평택시를 기반으로 ...
  3. 미추홀구보건소, 발달장애 학생 위한 `학교 구강보건실` 본격 운영 인천 미추홀구보건소(소장 차남희, 이하 보건소)는 발달장애 학생들의 구강건강 증진을 위해 관내 특수학교인 청인학교(교장 최영수) 내 학교 구강보건실을 오는 28일부터 본격 운영한다.현재 청인학교에는 327명의 발달장애 학생이 재학 중이며, 이들은 일반 학생보다 구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체계적인 구강건강 관리가 필요...
  4. 이민근 안산시장, 안산마음건강센터 개소식 참석…"치유·회복 공간 되길" 안산시(시장 이민근)는 이민근 안산시장이 지난 26일 경기도 주최로 열린 안산마음건강센터(단원구 초지동 747-6) 개소식에 참석했다고 27일 밝혔다.이날 개소식은 이민근 안산시장을 비롯해 박태순 안산시의회 의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이상원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 등 정부 관계자와 세월호참사 유가족 단체 및 시민단체 등 150여 명이...
  5. 서울 강서구, 주민 건의사항 신속 이행 박차 "구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행정의 최우선 과제입니다"서울 강서구(구청장 진교훈)가 `2025년 신년 동 업무보고회`에서 나온 주민 건의 사항을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보고회에서 접수된 총 154건의 건의사항 중 황톳길 배수시설 설치 등 10건은 이미 처리 완료됐고, 77건은 신속히 추진 중이다.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한...
  6. 부평구, `청년도전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부평구(구청장 차준택)는 27일 구직단념청년을 대상으로 `청년도전 지원사업` 참여자를 오는 11월 2일까지 모집 중이라고 밝혔다.해당 사업은 구직단념 청년들의 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고용노동부 공모사업으로, 구는 지난 2021년부터 5년 연속 선정됐다.참여 대상은 최근 6개월간 취업 및 교육·직업훈련 ..
  7. GH, 도민주주단 `기회수도파트너스` 제2회 주주총회 개최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27일 수원 광교사옥 대강당에서 GH와 도민이 소통하는 최상위기구인 도민주주단 `GH 기회수도파트너스` 제2회 주주총회를 개최했다.`GH 기회수도파트너스`는 경기도민으로 이루어진 명예주주단으로, 도민참여경영 기반을 강화하고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2023년 11월 창단됐다.이번 주총은 도민주주단 149명과 GH 임직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