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업무량으로 30대 택배노동자가 또다시 사망했다. 올해 들어 10번째 사망사고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택배회사들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민달팽이유니온과 민생경제연구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9일 오전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대기업택배사 규탄과 택배 노동자 과로사 예방 호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 대리점 소속 김모씨(36)가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같은날 경북 칠곡군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 택배 포장 지원 업무 등을 담당하던 일용직 노동자 장덕준 씨(27)가 목숨을 잃었다. 또, 8일에는 CJ대한통운 강북지사 송천대리점 소속 김원종 씨(48) 씨가 사망했다.
대책위는 코로나19 상황이 본격화한 지난 2월 이후 월별 택배물동량은 작년 동월 대비 3000만 개~8000만 개 늘었다고 밝혔다. 물동량 증가는 재해자 증가로 이어져, 작년 12개월의 택배노동자 재해자 수가 180명인데 반해 2020년 1~6월 재해자 수만 129명에 달한다. 최근 5년간 택배노동자 24명이 산업재해로 숨졌고, 이 중 10명이 올해에 사망했다.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다. 택배 노동자들이 이렇게 계속 사망하는데 그냥 놔둘 것인가"라며 정부에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이어 대책위는 노동부에 “즉각적인 진상조사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적용 제외신청 전수 조사를 즉각 실시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국토부에는 “CJ대한통운과 쿠팡, 한진 등을 포함한 모든 택배회사 들이 분류작업에 인력을 투입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 이행에 대한 실태를 즉각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CJ대한통운, 쿠팡과 한진은 과로사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유가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하고, 즉각적인 분류작업 인력투입 및 확대와 재방 방지 대책을 강구하라”며, “택배회사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예방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에 조건 없이 즉각 참여하라”고 강조했다.
노동부, 주요 택배사 대상으로 긴급점검 나선다
고용노동부는 택배회사들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고용노동 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 대책회의에서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의 주요 서브(Sub)터미널 40곳과 대리점 400곳을 대상으로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과로 등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 긴급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긴급점검에서는 관련 법상 기준을 초과하는 과로가 이뤄졌는지, 과로 등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 조치 실시했는지, 원청인 택배사와 대리점이 택배기사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를 관련 법률에 따라 이행했는지 등을 조사한다.
이 장관은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산재보험 적용제외 사유를 축소·제한하는 내용의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의 국회 개정 논의를 적극 뒷받침해 나가겠다”며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조해 택배기사 과로방지 등 건강 보호 및 안전 강화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