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22일 택배노동자들의 사망에 대해 사과하며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하도급법으로 인해 대리점에게 권고“하는 차원에 그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따른다. 한편 전날 과로사로 추정되는 올해 CJ대한통운 6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이은 택배기사들의 사망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코로나로 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현장 상황을 세밀하게 챙기지 못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되묻고 살펴보고 있다“면서 ”택배기사 및 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혁신 및 관련 기술개발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이사는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했다.
이어 정태영 택배 부문장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CJ에 따르면 인수업무를 돕는 분류지원인력을 현재 직고용 인력 1000명에서 4000명까지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늘린다. 그러나 기간에 대해선 ‘최대한 빨리’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고, 고용 형태도 본사 차원에서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대리점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고용)하겠다는 답변밖에 드릴 수 없다“면서, ”(고용형태도) 비용에 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리점에 맡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택배기사 3, 4명이 팀으로 물량을 분담하는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또,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 대리점을 대상으로 산업재해보험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 노동자가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재 제외 신청 현황도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건강검진에 대한 주기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뇌심혈관계 검사 항목도 추가한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이 이날 발표한 대부분의 대책은 ‘권고’ 수준이다.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하도급법으로 인해 대리점에 강제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부터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6번째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사망··· 총 13명으로 늘어
이날 올해 6번째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가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로써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는 올해만 13명으로 늘었다.
CJ대한통운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근무했던 강모씨(39)는 CJ파주허브터미널과 곤지암허브터미널 등을 주로 운전하며 택배 물품을 운반하는 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20일 밤 11시 50분쯤 곤지암허브터미널에서 배차를 마치고 잠시 주차장에서 설치된 간이휴게실에서 쓰러졌고 일산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새벽 1시 경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가족 측에 따르면 추석 기간동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이후에도 코로나로 인해 택배 물량의 급격한 증가로 평소보다 50% 이상 근무시간이 늘어났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따른 명백한 과로사며 고질적인 택배업계의 장시간 노동이 부른 안타까운 사건“이라면서 ”고인이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늘어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일요일도 쉬지 못하고 고된 노동을 해왔던 것이 이번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갑작스런 사망에 따른 가족들의 생계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라면서 ”CJ대한통운은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가족 측과 다방면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