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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②, “박원순의 힘, 더불어민주당만 몰랐다”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0-10-22 1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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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승민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여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정치의 세계에서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이유는 정치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인 데 있으리라.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은 정치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임을 생생히 절감해온 터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헤어졌다. 남녀관계에서는 헤어지면 원수가 된다. 정치의 세계에서는 헤어지면 원수가 되기도 하고, 나중에 더 절친한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장진영 위원장으로부터 그와 영욕을 같이했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에 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공희준(이하 공) : 장진영 위원장님께서 염두에 두고 계신 경선 방식과 비교적 비슷한 단계를 거쳐서 서울시장에 당선된 인물이 얼마 전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었습니다. 박 전 시장은 민선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시민들의 뇌리에 깊숙이 남을 만한 가시적 성과물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생전의 박원순은 야당에 위협적 존재


장진영 위원장은 야당 입장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가장 강적이었다고 말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장진영(이하 장) : 저는 박원순 전 시장이 능력과 역량이 모자란 탓으로 뚜렷한 업적을 일궈내는 데 실패했다고는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기조 아래 시장으로서 첫발을 떼었습니다.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게 정치인으로서의 박원순의 소신이고 신념이었습니다.

 

공 : 그럼에도 “왜 아무것도 안 하냐?”는 비판과 질책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결국은 뭔가를 해보겠다며 옷소매를 걷어붙이지 않았습니까? 그 대표적 결과물이 여전히 시민들에게는 명칭마저 생소한 「서울로 7017」입니다. 서울역 위를 통과하는 고가도로를 인도교처럼 개조해놨습니다. 저도 몇 차례 걸어서 지나가봤는데 도대체 이걸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장 :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철학이 지금의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적인 세계관과 코드가 맞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박 전 시장도 국민들에게 자기를 맞추려고 나름 열심히 노력을 기울였는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영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박원순 전 시장은 토건사업 측면에서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바라보면 자기편을 위해서 많을 일들을 했습니다.

 

공 : 그게 어떤 성취들인가요?

 

장 : 박원순 전 시장은 ‘진보좌파 생태계’로도 규정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재생산 구조를 서울시 곳곳에 구축했습니다.

 

공 : 본인이 속한 정파와 진영을 위한 인프라를 깔아놓았네요.

 

장 : 예, 그렇습니다.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권력기반 강화에 박원순 전 시장이 엄청나게 기여했습니다. 서울시의 예산과 인력을 동원하고 활용해 마을공동체 사업을 벌이면서 진보세력의 저변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거대하게 확장해놨습니다. 문재인 정권의 정권재창출에 필요한 포석을 착실하게 두어온 것이죠. 반대로, 야당 입장에서는 박원순 전 시장의 행보가 그만큼 대단히 위협적이었습니다.

 

공 : 박원순의 진가와 활약상이 같은 진영인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오히려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셈이네요.

 

장 : 박원순 전 시장의 혜택을 본 인물들이 여권 내에 정말 많습니다.

 

공 : 그런 사람들일수록 박원순 전 시장으로부터 혜택만 듬뿍 받은 다음 정치적 둥지는 다른 곳에 틀기 일쑤였습니다. 박원순을 상대로 뻐꾸기처럼 얄밉게 탁란만 얌체같이 했습니다.

 

정 :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진영 전체를 위한 생태계를 조성해간 일을 여권에서는 박 시장 개인의 대권도전만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고 인식했습니다. 저는 바로 그러한 이유로 말미암아 박원순이 정부여당 안에서 끊임없이 견제를 당하고 지속적인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영입에도 절차와 원칙은 있어야

 

공 : 역동적 경선을 치르려면 당내에서 이에 관한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저는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경선의 규칙과 관련된 당내 합의를 과연 원만히 도출할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입니다.

 

장 : 그건 당위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당의 생존과 직결되는 존재론적 수준의 숙제입니다. 국민경선을 거부한다는 건 현재의 당내 인물들 위주로 후보 선출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노골적인 의사 표시입니다. 그런데 야당의 고민은 국민의힘 안에 확실하게 경쟁력을 입증한 인물이 없다는 데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당내의 기존 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경선은 국민들의 호응과 관심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원칙적으로는 정치권 바깥의 인물을 수혈하는 형식은 옳지 않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정치는 현실입니다. 만약에 경쟁력 있는 인물을 당내에서는 도무지 찾을 수 없다면 당 외부의, 정치권 바깥의 인사를 영입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더욱더 제도화된 틀과 시스템을 갖춰서 인물을 영입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틀과 시스템 없이 인물을 데려온다면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여우와 두루미」의 얘기밖에 더 되겠습니까?

 

공 : 불쏘시개의 다른 버전인가요?

 

장 : 저녁식사에 초대된 두루미에게 납작한 접시에 스프를 담아 먹으라고 내놓으면 그건 예의 있고 정상적인 손님 접대가 아닙니다. 능멸이고 우롱일 뿐입니다. 그런 구도와 그림이 빤히 보이는데, 어느 누가 국민의힘에 오려고 하겠습니까? 1차적 대전제는 기존의 당내 주자들로 서울시장 보궐선기를 과연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정세분석입니다. 이대로는 승산이 희박하다는 판단이 섰다면 당연히 국민경선 방식을 과감히 수용해야 합니다.

 

공 : 근래에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 후보론’이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여당에서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더해 심지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차출론마저 공공연히 운위되고 있습니다. 야당에서는 초선 의원인 윤희숙 의원이나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해야만 한다는 견해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치권을 유령처럼 횡행하는 ‘여성 후보 필승론’은 근거가 검증된 근본 있는 주장인가요?

 

장 :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부하 여직원 성추행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거의 동시에 시장직을 버리고 말았습니다. 거기서 발생한 트라우마로 여성 후보를 출마시키면 선거전에 유리할 거라는 정치공학적 셈법이 여당에서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여당과는 다릅니다. 남녀의 성별까지 골라가며 후보를 낼 수 있는 정도로까지 상황이 녹록하지도, 형편이 여유롭지도 않습니다. 거칠게 말씀드리면 찬밥, 더운밥 가릴 계제와 처지가 아닙니다. 우리 당은 문호와 시야를 최대한 넓게 가져가면서 선택폭을 다양화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안철수에 대한 구애, 진정성이 안 보여


장진영 위원장은 국민의힘 일각의 안철수 영입론을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사진 김한주)

공 : 이쯤에서 난감한 질문을 드려야만 할 것 같습니다. 빈정 상하는 질문일 수도 있겠고요( 웃음). 지금부터 만으로 2년 전 이맘때쯤에 위원장님과 제가 첨예한 정치 현안들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위원장님께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인터넷상의 은어를 빌리자면 그야말로 극딜을 하셨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에 향해서도 상당히 수위 높은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유승민 전 의원과는 같은 당에 몸담게 되셨습니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에서는 장제원 의원 같은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안철수 대표를 어떻게든 영입해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나날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안철수-유승민 두 분은 현재의 야권에 자산입니까? 아니면, 뜨거운 감자입니까? ‘부채’냐고 물으면 위원장님이 난처해하실 수도 있기에 수위를 낮춰 뜨거운 감자로 표현을 순화했습니다.

 

장 : 그때 진행했던 인터뷰가 많이 읽혔나요?

 

공 : 잘 팔렸습니다. “안철수는 호남을 잃고, 유승민은 청년을 잃었다”는 진단이 워낙 폐부를 찌르는 날카롭고 적확한 메시지였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에게는 염장을 지르는 일갈이었겠지만요. (웃음)

 

장 : 저는 논의의 지평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국한해 답변드리고 싶습니다.

 

공 : 유승민 카드는 서울시장 후보로 살아 있는 카드입니다. 그분이 서울시장 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명확한 거취 표명을 여태껏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호사가들 또한 유승민 전 의원의 이름을 자주 입에 올리고 있습니다.

 

장 : 유승민 전 의원께서는 최근까지도 “나는 대구를 떠나지 않겠다”고 일관되게 말씀해오셨습니다.

 

공 : 지난 4월의 21대 총선 이후에는 그런 발언이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장 : 유승민 전 의원은 대구를 지키겠다는 쪽으로 입장정리가 끝난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공 : 유승민 전 의원의 이미지가 서울에서는 괜찮습니다. 인물에 대한 호감도가 대구경북이 아닌 수도권에서 도리어 더 높습니다.

 

장 : 유승민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뜻을 둔다면 이는 대구에서 다시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쉽습니다. “대구를 떠나지 않겠다”는 지역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깨는 무리수를 불사하면서까지 유승민 전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공 : 이왕 말씀하신 김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관한 생각도 허심탄회하게 밝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장 : 저는 우리 당에 계신 분들이 안철수 대표를 진짜로 지지해서 ‘안철수 영입론’ 내지 ‘안철수 대망론’에 계속 군불을 지피는 것인지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저는 안철수 대표가 그를 정치권에서 흔히 언급하는 불쏘시개 용도로 쓰려는 목적으로 국민의힘 일각에서 그분께 자꾸만 러브콜을 보내는 것임을 알면 알았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③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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