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강준만의 정권교체와 이준석의 세대교체
  • 공희준 편집위원
  • 등록 2021-06-03 17:29:12

기사수정
  • 이준석이 여의도 기득권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까닭은

미래비전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한국의 국회는 국민이 시대정신을 볼 때 계파나 따지는 지질한 공간으로 전락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만 36세의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의 차기 당대표가 되어선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펴는 논리는 대략 두 가지로 정리ㆍ집약된다.

 

첫 번째 논리는 유승민 득세론이다.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되면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가 이준석 뒤에서 상왕 노릇을 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제1야당을 좌지우지하고, 장기적으로는 야권의 다른 대선주자들을 주저앉히고 대통령 선거에 직접 나가리라는 아니면 말고의 부채도사식 판세 전망이다.

 

유승민-이준석 커넥션은 집에 잠자러 갈 때를 제외하면 여의도 국회의사당 반경 1킬로미터 이내 지역을 좀처럼 떠날 일이 없는 세칭 ‘여의도 사람들’에 의해 주로 제기되고 있다.

 

여의도 사람들은 한마디로 정치권에 줄을 대서 먹고사는 인간들을 가리킨다. 제도권이건 또는 비제도권이건, 특정 정당에 적을 두었건 혹은 두지 않았건 정치권에 선을 대고 밥벌이를 하는 인구의 비율은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0.1퍼센트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들의 세계관은 평생 국회의사당 구경 한번 할까 말까한 남한의 대다수 일반대중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놀기 마련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보좌진 사이에 복도 하나 틈새가 가로놓여 있다면, 국회 보좌진과 평범한 인민 사이에는 지구에서 화성 사이의 천문학적 거리가 가로놓여 있는 연유이다.

 

이로 말미암아 국민들은 이준석 본인조차 미처 깨닫지 못하는 이준석 어깨 위에 얹어진 본질적 시대정신을 주목하는데, 저들 여의도 사람들은 이준석이 누구 밑에서 인턴을 했다는 따위의 비루하고 지엽말단적인 계보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현실 정치권을 강타한 이준석 돌풍에 내포된 한 가지 중차대한 역사적 의의는 거대한 시대정신의 맥락과 의미에는 철두철미 눈감은 채 국민들은 실제로는 전혀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는 자잘한 계파나 지질하게 따지는 여의도 사람들에게, 강용석 일행한테나 어울릴 법한 천박한 음모론이나 한심하게 입에 주워 담는 여의도 사람들에게 이참에 여의도를 벗어나 땀 흘려 성실하게 노동하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단 하루라도 해보라고 촉구하는 민심의 준엄한 명령에 있다. 이준석 현상에는 여의도 사람들 전체의 즉각적 하방을 요구하는 강력한 여론이 담겨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논리는 이준석에게는 구체적 내용(Contents)이 없다는 아우성이다. 여의도 사람들 중에서 그나마 머리가 좀 돌아가는 축에서는 미래비전을 빨리 제시하라며 이준석을 집요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여의도 사람들 가운데 그나마 머리가 조금이라도 돌아가는 부류에 속한다는 정치인과 언론인과 시사평론가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이준석을 향해 어서 내놓으라며 마구 윽박지르는 미래비전의 실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

 

소득의 절반을 국가에서 세금으로 뚝딱 떼어가는 북유럽식의 복지국가가 그들의 미래비전인가? 대영제국을 히틀러의 마수에서 구출해낸 구국의 영웅 처칠에게마저 여성 차별주의자라는 빨간 페인트를 무차별적으로 뿌려대는 전투적 페미니즘이 그들의 미래비전인가? 권력자들과 세도가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단어와 표현들을 인터넷 검색도 되지 않게끔 금칙어로 걸핏하면 지정하는 중국의 질식할 것 같은 지독한 통제체제를 한반도 남쪽에 이식하는 게 그들의 미래비전인가? 아니면, 나이가 벼슬이 되는 전근대적인 장유유서 전통의 부활이 그들이 말하는 미래비전인가?

 

남에게 미래비전을 바라려면 내가 먼저 나의 미래비전을 공개해야만 한다. 이준석으로부터 미래비전을 쥐어짜려는 각계각층의 유수한 인사들의 공통분모는 정작 스스로의 미래비전이 뭔지는 여전히 아리송하다는 점이다.

 

세대교체는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정권교체


강준만은 변화의 풍향계 역할을 해온 논객이었다. (JTBC 뉴스화면 갈무리)

작금의 꼰대민국 대한민국에서는, 구태조선 남조선에서는 단지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는 이유와 인연과 배경만으로 능력과 도덕성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장관이 되고 차관이 된다. 공기업 사장과 정부산하기관의 간부가 된다. 국회의원이 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된다.

 

북극점에서는 어디로 향하건 남쪽으로 가는 셈이 된다고 한다. 남쪽이 어느 쪽인지 굳이 찾아 헤맬 필요 없이 현재의 위치에서 그냥 한 발만 떼어도 남쪽으로 저절로 갈 수 있다. 1980년대에 대학은커녕 초등학교에도 아직 입학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확고하고 선명한 미래비전으로 자리하게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방과 명예교수는 1997년 12월의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권교체가 최고의 개혁이다”라는 사자후를 토한 바 있다. 박정희가 창당한 공화당을 모태로 삼은 정당들이 30년 넘게 나라의 권력을 독점해온 상황에서 강준만의 절규 섞인 외침은 진선진미한 진리였다. 당시에는 촉망받는 소장파 학자이자 개혁파 논객이었던 강준만은 최근 현역에서 은퇴해 교단에서 물러났다.


한국은 586 세대가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주요 부문의 실권과 주도권을 지난 30년 가까이 학생운동권 용어를 빌리자면 “전일적으로” 지배‧장악해왔다. 군사독재에 버금갈 세대독재가 너무나 오랫동안 자행되어온 것이다. 따라서 1997년 12월에 정권교체가 최대의 개혁이었다면, 2021년 6월에는 세대교체가 최고의 개혁이 아니래야 아닐 수가 없다.


소장파 학자 시절의 강준만은 “정권교체가 세상을 바꾼다”고 단호하게 선언했다. 세월이 흘러 원로학자의 반열에 진입한 강준만의 옛 명제는 이제는 “세대교체가 세상을 바꾼다”라고 더 늦기 전에 업그레이드돼야만 할 것이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4월 1~20일 무역수지 1억 달러 적자… 수출입 동반 감소세 관세청이 21일 발표한 ‘2025년 4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한 339억 달러, 수입은 11.8% 줄어든 3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억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이번 집계는 15.5일의 조업일수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일평균 수출액 역시 23.1억 달러(2024년)에서 21.9억 달러(2025년)..
  2. 수출입은행, 전국 다문화가족 지원기관 11곳에 차량 기증 한국수출입은행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사랑의열매`)를 통해 전국 11개 다문화가족 지원기관에 차량 11대(3억원 상당)를 후원했다고 22일 밝혔다.윤희성 수은 행장은 21일 여의도 수은 본점에서 황인식 사랑의열매 사무총장과 문종은 무지개글로벌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에게 승합차 5대와 경차 6대를 전달했다.다문화가족 지원기관 앞 차.
  3. 역대 최대 규모 ‘2025 국제물류산업대전’ 22일 개막… AI·로봇 기술 총출동 최첨단 물류 기술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산업 전시회 ‘2025 국제물류산업대전’이 4월 22일부터 25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국토교통부가 후원하고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박람회는 올해로 15회째를 맞았으며, 170개 기업이 참여하고 850개 전시관이 마련돼 역대 최대 규모...
  4. 현대차그룹-포스코그룹, 철강·이차전지 협력…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강화”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철강 및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21일 체결했다.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21일 서울 강남구 현대자동차 사옥에서 철강 및 이차전지 소재 분야의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
  5. 국민의힘 “국회 세종시 이전·여의도 환원”… 정치개혁·통계조작 정면 비판 국민의힘이 21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 국민 환원을 통한 정치개혁 의지를 밝혔으며,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민주당의 1인 독주 체제를 견제하겠다고 밝혔다.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회의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
  6. 민주당 “국민의힘, 책임 없는 대선 후보 토론… 한덕수는 즉각 불출마 선언하라”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토론회를 강하게 비판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책임을 회피하는 한편 민주당 비난에만 집중한 ‘저열한 수준’이라 규정하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즉각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을 촉구했다.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은 회의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회는 내란.
  7. 과천시, `제4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 개최 과천시는 지난 18일 장애인복지관에서 `제4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과천시 장애인단체연합회(회장 김증철)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와 재활의욕을 고취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화합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이날 행사에는 신계용 과천시장을 비롯해 지역 기관·단체장, 장애인과 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