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을 요구도 할 것도 없다. 무조건 받지 마라.”
“지하철역 들어선다더니 정치인들에게 속았다.”
구로차량기지 이전과 관련해 광명 시민들이 제대로 뿔났다. 3일 광명시가 주최한 구로차량기지 이전 관련 시민토론회는 정치권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다.
시민들은 차량기지 이전에 대한 정보 부재와 정치권의 이해득실로 인해 광명시가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A씨는 “KDI에서도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라고 했는데 정치인들 노름에 시민들이 당하고 있다”면서 “(그 중심에) 구로을의 박영선과 광명을의 이언주가 있다”면서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 B씨는 “차량기지는 숨겨놓고 지하철역이 들어온다고 홍보했다”면서 “국회의원부터 갈아치워야 한다”며 사실상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을 지목했다.
차량기지가 들어서는 밤일마을 주민들도 대거 참석해 작심한 듯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밤일마을 주민 C씨는 “구로차량기지가 들어온다는 것을 인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구로차량기지의 실상을 알면 시민들 전부 다 반대한다”면서 “판단을 잘못 해 구로차량기지가 들어와 8만5천평의 자연이 훼손된다면 광명시민이 크게 실망하고 떠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밤일마을 원주민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구로차량기지에 들어서는 시설 등을 일일이 열거하는 등 전문적인 소견을 밝히자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주민 D씨는 “광명시민이 33만명이나 되는데 공람장소에 가보니 책상 하나에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면서 “내용이 너무 어려워 처음에는 두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혐오시설이 들어오는데도 이러한 정보를 지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는 “차량기지 안에는 변전소와 자동세차장치, 차량기지 지붕의 에어컨 실외기 등 주박기지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면서 이런 사실을 주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정보를 차단당하고 있다. 차량기지 이전지에 노온정수장이 있는데 조감도를 살펴보면 정수장이 빠져 있다”면서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에 개진하자 토론자로 나선 김시곤 대한교통학회장은 구체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고 강조했다.
김시곤 회장은 “차량기지가 들어오고 안 들어오고 결정하는 것은 세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정확한 논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광명에 차량기지가 들어서면 뭐가 좋아지고 뭐가 나빠지는 지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하나는 주민이다. 표를 가진 주민이 정치인과 공무원을 움직여야 한다”면서 “목소리만 크게 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라며 시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이 박승원 시장에게 ‘팩트 체크’ 이행 여부를 밝혀달라고 요구하자 박 시장은 “시민들이 그러한 제안을 하기를 바랐다. 그렇게 하겠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이날 광명시 평생학습원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박승원 시장을 비롯해 김시곤 대한교통학회장, 김황배 남서울대학교 교수, 박성민 광명시의회 복지문화건설위원장, 이양주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승봉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건설반대 범대위 상임대표 등 토론자와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