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 중앙정부·지자체·지역주민간 갈등의 늪에 빠졌다
  • 성창한 기자
  • 등록 2019-04-22 15:16:18

기사수정
  • 국토부는 ‘밀어 붙이고’ 광명시는 ‘적극 반발하고’ 주민들은 ‘이해관계 따라 엇갈리고’

경기도 광명시와 국토교통부가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 사업 전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은 현재 구로1동에 위치한 한국철도공사 구로차량기지를 광명 노온사동으로 옮기고, 구로~노온사동 11.2㎞ 구간에 정거장 3개 역사(철산역·우체국사거리역·노온사역)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경기도 광명시와 국토교통부가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구로차량 사업소 전경.(사진=김대희 기자)


이 사업은 지난 2005년 ‘수도권발전 종합대책’에 포함돼 외곽 이전이 검토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거의 14년에 걸쳐서 이 사업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어 온 셈이다.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은 제2경인선 철도 건설 사업 추진에 필요 조건이다. 제2경인선(총연장 3.52㎞)은 인천 청학, 경기 광명을 거쳐 서울 노량진을 잇는 사업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서 지지부진하던 이 사업을 국토교통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면서 광명시가 발끈하고 나서고 있다.


갈등은 14년전 검토 단계에서부터 잉태됐다


이는 숲을 봐야 하는 중앙정부와 주민들의 후생과 편의를 우선시해야 하는 지방정부간의 충돌이다. 서로 처한 입지가 다르기 때문에 어쩌면 갈등은 사업 추진에 당연한 통과의례인지도 모른다. 


갈등구조는 중앙정부, 지자체간의 문제로만 종결되지 않는다. 관련 지자체 간 갈등에다, 지자체 내 주민들 사이에서도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이른바 민·민갈등도 증폭되고 있어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은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기엔 갈등 주체들의 양보와 혜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광명시는 시장이 앞에 나서서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에 대해 공식 항의하는 등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광명시는 오는 24일 국토부를 항의 방문하고 구로차량기지 이전에 대해 시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국토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현재 차량기지가 있는 구로구는 오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구로1·2동 주민센터에서 ‘구로차량기지 이적지 도시관리계획(안)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지역 간 갈등이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은 지난 2005년 ‘수도권발전 종합대책’에 포함돼 외곽 이전이 검토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당시 건설교통부에서 광명KTX 인근 부지를 최적지로 선정했으나 추모공원과 도로IC로 인해 부적격 결론이 났다. 2007년 국토교통부가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 착수를 시작했으나 광명시 등 지자체가 반대해 용역 중단과 재착수를 반복해왔다. 


2010년부터 2011년 말까지 국토부와 지자체가 수차례 협의해 차량기지 지하화와 역사 설치 의견이 처음 제시됐다. 


이후 장기간, 2017년까지 타당성 및 기본계획 재착수 등 어려운 과정을 거치다 지난 3월 국토부가 구로차량기지를 광명시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기습적으로 발표해 논란에 본격적인 불이 붙기 시작했다. 


국토부가 사업 계획을 기습적으로 발표해 논란에 점화


본격적인 포문을 연 것은 광명시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지난 15일 오후 시청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의 일방적인 차량 기지 이전 사업을 중단하고 시민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승원 광명시장이 지난 15일 오후 시청 중회의실에서 구로차량기지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강우영 기자)


박 시장은 성명서에서 "국토교통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의 중단을 요구한다"며 "아울러 차량기지를 이전할 경우 피해를 당할 광명시와 시민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할 것을 단호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지난 2005년부터 국토부와 이 사업 논의를 시작한 이후 시는 차량기지를 지하화하지 않으면 반대한다는 의사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면서 "쓰레기매립장 같은 기피시설인 차량기지 이전이 광명시민에게 입힐 환경·재산상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실질적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역 신설을 함께 요구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토교통부는 지속해서 답변을 회피한 채 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광명시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는 일방적인 차량기지 이전 사업 절차를 당장 중단하고 광명시와 시민의 의견을 이전 계획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시는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에 ▲차량기지의 친환경 지하화 ▲현충공원·철산·우체국사거리·소하·노온사역 등 5개 역 신설 ▲지하철의 서울역까지 운행 및 운행시간 5분 간격으로 조정 ▲차량기지 이전 과정에 광명시와 시민의 참여 보장 ▲제2 경인선 추진 시 노선 연계 등 재검토 등 5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박승원 광명시장, 기자회견 열고 “광명시와 시민의 의견 충실히 반영하라” 주장


그러나 박 시장은 성명서 발표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국토부가 밀어붙인다면 결국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이전 중단을 관철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환경영향평가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주민설명회가 무산되어도 사업 추진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절차상 문제가 없어 국토부가 밀어붙인다면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광명시민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은 소음과 분진의 고통을 우리 광명시민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며 “차량기지는 쓰레기 매립장, 교도소와 더불어 3대 혐오시설로 분류돼 있는데 광명시는 현재 2개의 철도 기지창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또 하나의 시설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무조건 반발하는 것도 문제”라며 “국토부가 우리 시민들을 위해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해법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을 놓고 광명시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광명이전 반대측은 “구로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는 없다”며 기지 지하화와 셔틀이 아닌 일반 정거장 5개역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지하철역 신설은 매력적인 조건”이라며 찬성하는 측도 적지 않아 ‘민·민갈등’으로까지 번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주민들 사이 물밑 여론은 다소 엇갈릴지라도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과 관련해 광명시가 기자회견 및 국토부 관계자 면담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국토부의 결정이 주목된다. 


광명시는 지하철역 5곳 설치·친환경 지하화 등 5대 조건을 전제로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국토부는 정거장 3곳 설치를 전제로 사업을 강행하려는 입장이다.


‘민·민갈등’으로까지 번질까 우려되는 상황


박승원 광명시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 이어 19일에는 국토부 관계자들을 불러 광명시 입장을 전달하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국토부를 압박했다.

구로구가 오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구로차량기지 이적지 도시관리계획(안)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고 구로구 일대에 현수막을 걸어 홍보하고 있다.

이날 국토부 관계자들과의 면담은 지난 3월 25일 국토부 주민설명회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이후 시에서 국토부에 구로차량기지 이전 용역 진행사항 설명을 요청해 마련됐다. 


이날 면담에는 박승원 광명시장과 조미수 광명시의회 의장, 임종일 국토부 철도건설과장 등이 참석하고 임종일 국토부 철도건설과장이 차량기지 이전사업의 현재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기존 광명시에서 요구한 차량기지 친환경 지하화, 5개 역 신설, 이전 과정에서 광명시와 시민의 참여 보장 등을 재차 밝혔다. 


박 시장은 “광명시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기본계획 용역을 당장 중단하고, 광명시와 원점에서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차량기지 이전 부지는 도덕산과 구름산을 연결하는 산림 축을 갈라놔 광명의 허파를 훼손하는 행위이고 인근에는 광명, 시흥, 부천, 인천시에 식수를 제공하는 노온정수장이 있어 시민의 건강권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이어 차량기지 지상화는 광명의 성장과 발전의 핵심 축이 무너져 더이상 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제기된 광명시의 요구사항을 김현미 국토부장관에게 보고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광명시는 오는 24일 국토부를 항의 방문하고 구로차량기지 이전에 대해 시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국토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한편 구로구는 오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구로1·2동 주민센터에서 ‘구로차량기지 이적지 도시관리계획(안)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있어 지자체 간, 지역 주민 간 갈등이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새마을금고 금융사고 6년간 440억 피해…제재공시 임직원만 350명 넘어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대전 대덕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은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새마을금고 금융사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년간(2020년~2025년 8월)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 피해 금액이 약 440억7천만원에 달하며, 피해 건수도 74건에 이른다고 8일 밝혔다. 이 중 11건은 현재 법적 조치..
  2. 농협은행 최근 5년간 금융사고 802억…작년 폭증, 올해도 ‘비상’ 농협은행에서 최근 5년여 동안 800억 원이 넘는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금융사고액이 453억 원으로 폭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275억 원이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경기 여주시·양평군)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여간 금.
  3. 오세훈 시장, ‘한강 런’으로 추석 연휴 마무리… 시민과 새벽 달리며 소통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시민 100여 명과 함께 한강을 달리며 두 번째 러닝 번개 행사 ‘한강 런’을 진행했다.오 시장은 이날 오전 7시, 반포 세빛섬을 출발해 잠원한강공원과 압구정 한강버스 선착장을 거쳐 다시 세빛섬으로 돌아오는 5.5km 구간을 시민들과 함께 완주했다. 약 40여 분간 진행된 이번 행사는 지난.
  4. 안성시,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 호평 일색…"올해는 이렇게 즐기세요" 가을 축제의 대명사,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가 지난 9일 개막식을 진행한 가운데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올해 바우덕이 축제는 웅장한 메인게이트를 시작으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부스와 프로그램이 펼쳐져 눈길을 끈다.축제장 입구에 마련된 종합안내소를 통해 각종 문의가 가능하고, .
  5. 양천구, 고품격 평생학습 강좌 `양천 지식 브런치` 운영 양천구(구청장 이기재)는 구민의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고 평생학습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서울대 교수진이 직접 출강하는 고품격 교양 프로그램 `양천 지식 브런치`를 오는 10월 말부터 7주간 해누리타운 해누리홀에서 운영한다고 10일 밝혔다.`양천 지식 브런치`는 2023년 서울대학교 평생교육원과의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평생교육 진흥을 위...
  6. 화웨이, 지능형 혁신 위한 스마트 물류·창고 솔루션 출시 발표 화웨이가 ‘종합 교통 및 물류를 위한 디지털·지능형 기반 구축’을 주제로 열린 화웨이 커텍트 2025(HUAWEI CONNECT 2025) 교통 서밋에서 스마트 물류·창고 솔루션을 공개했다. 마웨(Ma Yue) 화웨이 부사장 겸 스마트 교통 BU CEO는 “화웨이는 기술 혁신에 끊임없이 매진하고 있으며, 통신 네트워크, 컴퓨팅 파워, 인공지능, 인재 육성 분야에서 공동 ...
  7. LG화학, 유럽 최대 플라스틱 전시회 ‘K2025’ 참가 LG화학은 10월 8일부터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K2025’에 참가해 ‘화학이 이끄는 변화, 세상을 움직이는 힘(Chemistry Driven. Impact Ready)’을 테마로 LG화학의 차별화된 기술력이 담긴 고부가·친환경 소재 등을 소개하며 적극적인 고객 유치에 나선다.  LG화학은 국내 화학 기업 중 최대 규모인 286㎡(약 87평) 부스에 고객 맞춤형으로 즉...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